# 영화 '패러다이스'를 보고
* 영화 소개의 글은 절대 아니지만 스포가 있습니다.!
수명 기증=시간이식이 영화 넷 플릭스 영화 '패러다이스'의 주제이다. 오래전 인간의 수명=돈이라는 신박한 주제의 영화 '인 타임'과 비슷하지만 약간은 결이 다르다.
영화 '인 타임'에서는 인간은 25세부터 노화를 멈추고 일 년의 수명을 여분으로 받고 이 수명을 돈으로 바꾸어 대중교통을 타고 먹고 생활을 한다. 부자인 사람들은 수명을 끝없이 사들이고 가난한 사람들은 수명을 연장하지 못하여 어느 순간 수명이 다해 심장마미로 세상을 뜬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이 고착화된 건은 일부 극소수의 사람이 영생을 누리게 하기 위한 비밀이 숨었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페러다이스'에서 인간은 각자 자신의 수명에 맞게 살아간다. 다만 자신의 수명을 기증하고 그에 맞는 대가인 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빈부격차가 심해져 누군가는 자신의 수명 5년을 기증하고 돈을 받아 대학까지 무사히 졸업을 하고 좋은 직장을 얻게 된다.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수명 15년을 기증하고 막대한 돈을 받아 온 가족이 시민권을 부여받아 불법체류자의 인생에서 벗어나 직업을 가진 평범한 가족이 되기도 한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문득 나도 돈을 받고 나의 수명의 일부를 팔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 번 물어보기로 하였다.
1. 작은딸
"몰라! 왜 그렇게 해야 돼?"
"어 그러니까 왜 물어 보나면은..." (영화의 내용을 설명하고 더불어 나의 궁금증도 설명했다.)
"몰라!"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보며 심드렁하게 대답한다.)
"어. 알았어! 쉬어"
말이 안 통한다.! 고1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중2 같다.......
2. 큰 딸
매사에 신중한 우리 큰딸은 잠깐 생각하더니
"1년 정도는 괜찮을 것 같은데"
"그래, 1년은 괜찮다고?"
"어"
"그럼, 얼마나 받고 싶어?"
"한 10억"
"와! 10억이나"
"그 정도는 돼야지 않을까"
"어 그렇지. 생명이니까. 그렇게 되면 수명 1년 비싸게 팔기 제테크가 유행 하겠다"
"뭐 그럴지도"
3. 친 구
시간이 되어 사업하는 친구일을 도와주느라고 하루종일 같이 다니게 되었다.
자초지종 이야기를 하고 친구에게도 물었다.
"수명을 돈으로 바꾸는 것은 조금 아닌 것 같다."
"역시 그건 좀 그렇지"
"그런데 말이다! 요즘 같아서는 돈 많이 준다고 하면 정말 5년 정도 바꿨으면 좋겠다"
"이해한다...."
4. 나
지금 이 시간에도 얼마 시한부의 삶을 살고 있을 분들을 생각하면 내 수명을 돈으로 바꾸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랜 기간 암투병을 하셨던 어머니의 마지막 한 달을 호스피스에서 같이 보내면서 삶과 생명의 소중함을 정말 절실히 느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친구의 말이 자꾸 마음속에 남는다.
'요즘 같아서는 돈 많이 준다고 하면 정말 5년 정도 바꿨으면 좋겠다'라는 말이 남일 같지 않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영화 속 조연 중 한 명의 대사가 계속 머릿속에 남았다.
본인도 이미 수십 년의 수명기증을 받아 젊음을 유지하며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안타까워 하지만 말고 나의 살아온 순간들을 너그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젊지 않지만 삶에서 얻은 경험들을 가지고 남은 인생을 나름대로 멋지고 행복하게 만들어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