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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쌤 Oct 17. 2021

아버지와 아들은 같이 수다를 떨 수 있을까?

서쌤의 일상 속 삶의 이야기 #2

"아버님이랑 참 다정하게 이야기를 하시네요. 아들들이 그러기 쉽지 않은데 부럽네요."

결제할 때 카페 사장님이 빙긋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아마 중년의 아들과 노년의 아버지가 저녁때 카페에 둘이서 와서 오랜 시간 앉아 있다 가는 것도 흔하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아버지와 같이 단둘이 저녁을 먹은 것도 서너 번 밖에 되지 않았고 카페를 가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냥 차를 마시며 저녁으로 먹은 고기의 텁텁함을 털고 금방 들어가려고 했는데 의도치 않게 거의 두 시간 가까이 앉아 있게 되었다. 시간의 대 부분은 거의 일방적인 아버지의 수다였다. 꾸준히 오랫동안 활동하고 있는 배드민턴 동호회 얘기부터 다양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쏟아 내셨다. 어려서부터 과묵한 편인 아버지의 모습을 계속 보아온 나에게는 정말 신선하고 낯선 모습이었다.



올해 여름 10여 년 가까이 암으로 투병을 해오신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보내드렸다. 집에 계실 때부터 호스피스 병동에 있을 때까지 주로 아버지가 어머니의 병간호를 전담을 하셨다. 어머니를 보내 드리고 나서 혼자만 병원에서 돌아오게 되었다고 죄책감을 드러내는 말도 하시고 수척해지고 약해진 아버지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장례식에 왔던 어릴 적 친구였던 녀석이 남긴 말이 마음속에 남았다. '어릴 때 정말 크고 강해 보였던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 왜소하고 약해 보여서 꼭 안아드리고 싶었다'라고...  




우리 집은 아버지, 어머니, 나 세 식구의 단출한 가족이었다. 거기다가 아버지도 나도 다소 과묵한 편이어서 대화가 많지 않았고 그나마도 중요한 일은 어머니와 상의해서 결정하라고 항상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그냥 옛날의 전형적인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였다. 하지만 이제 아버지와 나의 소통 창구 역할을 했던 어머니가 안 계셔서 직접 소통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카페를 가면서도 '가서 아버지랑 무슨 이야기를 하지?'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아버지의 수다로 인해 두 시간 가까이 있다 나오면서 정말 카페에 온 것을 잘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어머니가 안 계시고 혼자 있게 되어 정말 대화의 시간이 많이 필요하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종종 아버지랑 집 근처를 넘어 교외에 있는 좋은 카페들을 찾아가서 신나게 수다를 떨고 오려고 계획하고 있다.


이제는 두 딸의 아버지로 중년인 아들과 배우자를 먼저 보내고 삶의 후반부를 살고 계신 아버지의 즐겁고 수다스러운 카페 탐방 여행을 정기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계획하고 있다.

 '아버지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들 다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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