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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쌤 Oct 22. 2021

나는 편견이 없는 사람이었을까?

서쌤의 일상 속 삶의 이야기 #3

장거리 출퇴근을 합니다.

인천 청라에서 고양시까지.

자가용으로 가도 1시간 남짓 걸리고. 지하철을 타면 1시간 30분 정도 걸립니다.

3번 갈아타야 하지만.

조금 번거롭고 시간이 더 걸리긴 하지만 지하철을 선호합니다.

중간에 앉아서 졸면서 가기도 하고 브런치 글도 읽고 웹툰을 보기도 합니다.



월요일 아침이라 지하철에는 평소보다 사람이 많았다.

붐비는 속에 적절한 곳에 자리를 잡고 평소에 즐겨보던 웹툰을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큰 음악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가끔씩 무선 이어폰이 페어링이 안된 것을 모르고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도 그런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웹툰을 봤다.

그런데 음악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누굴까 하고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딱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동남아 쪽의 외국인 같았는데 귀에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그는 음악소리를 전혀 의식 안 하고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래도 공중도덕을 지켜야 되는 것 아닌가! 음악소리를 틀어 놓은 것도 인식 못하고'

그날따라 더욱더 그 음악소리가 거슬렸다.

환승할 역에 도착하여 사람들이 출입구로 모여들었다. 나도 같이 따라 내릴 준비를 했다.

그 외국인은 출입구 옆에 서있었다.


사람들을 따라 내리면서 나는 외국인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는 고개를 들어 놀란 눈으로 나는 쳐다보았다. 나는 열차 밖에서 그를 쳐다보며 손으로 내 귀를 가리킨 후

다시 손으로 그를 가리켰다. 그리고 돌아서 걸어갔다.


'무슨 의미 인지 인제 알겠지' 다소 우쭐한 마음을 가지며 환승할 곳으로 경쾌하게 걸어갔다.




환승할 곳으로 와서 열차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며 다시 웹툰을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분명히 아까 들었던 음악이 또 들리기 시작했다.

'아니 오늘 대체 왜 이렇게 매너 없는 사람들이 많은 거야, 음악도 똑같네 나 참!'

누군가 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모두들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왜?!


자세히 들어보니 내 핸드폰에서 음악이 나오고 있었다.


'어! 난 웹툰을 보고 있는데....'

스마트폰의 미디어 음량을 보니 켜져 있었다. 얼른 음량 소거를 시키고 웹툰을 상단으로 스크롤해봤다.

웹툰에 배경 음악이 있었고 음악 재생으로 설정되었다.

주말에 집에서 같은 웹툰을 볼 때 배경 음악 키고 보라는 작가의 말이 있어 음량을 올리고 봤던 기억이 난다.

조금은 민망한 마음에 다음칸 자리로 이동하여 지하철을 탔다.



하루 종일 아침에 있었던 일이 마음에 걸렸다.

주변에 있던 많은 사람들 중 나는 왜 하필 그 동남아 외국인이 그랬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내가 그 동남아 외국인한테 한 행동은 무엇인가?  또 그는 얼마나 황당했을까?

그리고 나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머릿속으로 많은 생각이 꼬리를 물고 덤벼들어 왔다.


나름 외국인, 그중에서 동남아 이주민이나 노동자에 대하여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담임을 하면서 다문화 학생들이 학급에 있는 경우도 여러 번 있었고, 그 부모님들과 어렵게 상담을 한 기억도 있다. 그리고 집안에도 사촌 형수들 중 두 분이 베트남 분이셔서 종종 가족 식사를 같이한 적도 있다.


나름 공정하고 사람에 대한 편견을 가지지 않는다고 자부하고 살아왔는데 과연 내가 겉으로만 그런 척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마음속으로 진정하게 편견 없이 모든 이들을 동등하게 대하였을까?


과연 학교에서도 모든 학생들을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대하였을까? 학생들도 그렇게 받아들였을까?


많은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다가왔다.





그리고 또 하나 걱정되는 일이 있었다.

혹시 내 청력에는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집 근처에 아이들의 비염이 심해지는 가면 이비인후과가 있었다.

진료를 받으며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더니 원장님은 청력검사를 받아 보자고 하셨다.

약간은 상기된 모습으로 결과를 듣고자 않아있는 나를 보시고

나이 지긋한 원장님은 빙긋 웃으시면서 말하셨다.


"귀에는 이상이 없어요. 아마 마음에 문제인가 봐요"


병원을 나서며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나는 편견이 없는 사람이었을까?'


이번 일로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내가 선입견을 가지고 있지 않은지 다시 한번 성찰하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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