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쌤 Oct 27. 2021

오래되면 무조건 바꿔야 되는 걸까?

일상 속 삶의 이야기

12년간 탄 차를 바꾸게 되었다.

아직은 더 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결국에는 차를 바꾸게 되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타던 차여서 많은 추억이 담긴 차였다.

SUV여서 차를 세우고 뒷 좌석을 눕히면 아이들이 즉석 놀이터가 되기도 하였다.

요즘 말하는 '차박'과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 차였다.

그러나 그런 추억이 담긴 차를 이제 폐차시키는 것에 대해 집사람과 아이들은 관심이 없다.

그저 빨리 새 차가 올 날만 기다리고 있다.

장거리 출퇴근에 여기저기 많이 다녀서 혹사당했고 그 흔한 광택처리를 해준 적도 엔진 세정제를 주입해 준 기억도 없다. 그래도 큰 고장 없이 12년의 세월을 잘 버텨 주었다.

차에 있는 물품들을 치우다 보니 옛 추억들과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짐을 다 치우고 마지막으로 차와 같이 사진을 찍었다.

가족이 다 같이 찍자고 했지만 모두들 거부해서 큰 딸에게 부탁해 나만 찍었다.


차의 폐차처리는 신차를 구입하면서 담당하게 된 영업맨에게 부탁했다.

영업맨에게 전화가 왔다.

차의 상태가 좋아서 폐차하는 대신 해외 수출을 한다고 한다.

우리 가족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준 차가 다른 곳에서 또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을 만들어 준다고 생각하니 섭섭한 마음이 조금은 사라졌다.


'내가 너무 감상적이고 과거의 추억에만 빠져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제는 삶에 있어서 좀 더 혁신적이고 변화를 잘 수용하는 유연한 삶의 태도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새 차가 도착했다.

시대의 변화의 흐름에 맞게 '전기차'를 선택하고 싶었으나 주변 지인이 충전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을 보고 포기하고 대신 '하이브리드' 차량을 선택했다.

12년 만에 차를 바꾸게 되었더니 요즘 차량들에 장착되어 있는 디지털 기능들이 낯설었다.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고 혁신과 변화를 잘 수용하겠다는 마음으로 두툼한 매뉴얼을 정독하고 큐알코드를 통해 차량 사용 관련 동영상을 열심히 시청했다.

며칠 동안 입시 공부하듯이 열심히 공부하여 새 차의 거의 모든 기능들을 다 습득했다.

주말에 가족이 다 같이 외출을 하며 새 차에 대한 다양한 기능들을 전수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먼저 새 차의 여러 가지 기능들을 직접 시연해 보여 주었다. 그 기능들이 어떤 편리함이 있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곁들여서.


그런데 가족들 아무도 관심 없다.......


딸들은 스마트 폰 블루투스 기능을 이용해 차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에만 만족했다.

집사람은 그런 기능들 없이도 운전 잘하며 다녔다고 굳이 귀찮고 복잡하게 배울 필요 없다고 한다.


그럼 뭐 하러 차를 바꿨냐고 했더니 "어차피 오래 탔으니까 바꿀 때가 된 것 아냐"라고 한다.

맞는 말인 것 같다......




'오래되었으니 바꿔야 한다' 늘 살면서 들었던 말이고 익숙한 이야기다.


우리는 살면서 오래되었으면 바꾸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새로움에 대한 강박증이 있지 않나 하고 생각이 든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무조건 새 것으로 바꾸어야 하는. 그러나 오래된 것이 가지는 가치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는 것 같다.

우리나라가 빈곤한 국가에서 K 팝과 경제력으로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나라가 된 것도 새로움에 대한 강박증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한다.

물론 이러한 새로움에 대한 강박증이 우리를 혁신하고 발전하게 하였고 빠른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유럽 여행을 할 때 다소 놀랐던 것은 오래된 건물이 많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였으면 도시 개발과 재 건축을 통해 다 부수고 새롭게 지었을 법 만한 건물들도 보수하여 유지하고 있었다.

일본인 친구가 자기 할아버지가 지은 집이고 아버지에 이어 자기도 여기에서 살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낡은 목조주택을 구경시켜 준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왜 새집을 짓지 않고 이런 집에 살까'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맹목적으로 새로운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필요성과 당위성에 기반하여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변화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더라도 뒤에 남아있는 과거의 유산을 가지고 앞으로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편견이 없는 사람이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