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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쌤 Nov 18. 2021

올해도 역시 갔다왔습니다.

2022 대학수학능력시험에 갖다오며

올해도 역시 수능 감독에 차출되었다.

새벽에 멀리 있는 시험장으로 출근하면서 작년과 같은 돌발상황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고 마음속으로 바랬다.

무사히 잘 갔다 올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도 했다. 기도발이 통했나 보다!!

비교적 평안하게 잘 마쳤고 여러 가지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은 정 감독보다 부감독을 많이 맡게 되었다.

다른 때와 다르게 비교적 빨리 종료가 되어 막히는 시간을 간신히 피해 편하게 집까지 올 수 있었다.




그동안은 수험생에 대하여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 같은데 특별하게 올해 수능에서는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수험생이 두 명 있었다.

한 명은 제복을 입고 있는 현역 군인이었다. 가끔씩 군인처럼 짧은 머리를 한 수험생들을 본 적이 있었지만 모두 사복 차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본 수험생전투복을 입고 시험에 응시하고 있었다. 오랜 기간 수능 감독을 갔었지만 처음 보는 광경이라 조금 눈여겨보았다. 아마 휴가를 받은 게 아니라 수능만 보고 부대 복귀할 수 있게 짧은 외박을 받아 집에 들러서 올 시간도 없었던 것 아닐까 싶었다. 수험자 본인 확인을 위해 수험표를 보니 작년 졸업생이었는데, 졸업한 학교가 무려 매스컴에도 여러 번 나왔던 지방의 유명 사립고였다.

아직 일병 계급이었고 가슴에는 패치랑 공수 윙이 붙어있는 것을 보니 특공연대나 아니면 수색대 같은 훈련 많고 힘든 부대에 근무하는 듯했다. 그 군인은 주변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말 정말 열심히 수학 문제를 풀어 나갔고 시험지는 금방 복잡한 계산 공식으로 가득 찼다. 요즘 군대가 좋아졌다고 해도 일병이고 훈련도 많은 힘든 부대에서 수능 준비하기 어려웠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분명 수능 본다고 외박을 나간다고 하면 반기지 않는 선임들이 존재했을 것이다. 어째튼 그 군인은 종료 종이 울리는 순간가지 최선을 다하여 수학 문제를 풀었다.


두 번째 분은 거의 환갑 가까운 나이가 되신 어르신 수험생이 있었다. 가끔씩 일반인들이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 20대이거나 30대 초반 정도였는데 환갑이 다된 어르신 수험생은 처음 보게 되었다. 본인의 손자 벌 되는 아이들 속에서 주변을 아랑곳하지 않고 정말 열심히 시험에 응하셨다. 그리고 선택한 과목이 무려 '물리'였다. 과학탐구에서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생명과학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지구과학도 선택한 학생들이 많지 않은데 어르신 수험생은 시험실에서 유일하게 물리를 선택한 분이셨다.

정말 시험시간 내내 고개 한번 들지 않으시고 문제를 풀어나가셨다. 시험지에는 복잡한 공식과 계산식을 가득하고 심사숙고하셔서 답을 선택하시는 듯했다. 시험시간 내내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셨고 집중해서 문제를 풀고 답안지를 작성하셨다. 어떤 이유가 있으셔서 수능시험에 응시를 하셨을 것이고 시험에 응시하는 태도를 보아서는 그냥 한번 보겠다는 자세를 아닌 것이 분명하다.




오랜만에 조금 편하게 수능 감독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도 막히지 않아서 육체적으로 편하게 집에 오기는 했지만 머릿속에서 그 두 사람의 수험생의 모습이 떠나질 않았다.

두사람다 어려운 환경에서 수능시험을 준비하였을 것이고 세상과 주변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고 본인들의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과감히 도전을 했을 것이다.

이런 모습들을 나 자신에게 대입해 보았다. 나는 과연 인생에서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을 하고 있나?  아니면 하루하루 그냥 의미 없이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언제나 수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면 쇼파와 일체화가 되어 TV를 시청하며 쉬었다.

그런데 오늘은 브런치에 글을 쓰며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나의 삶의 방향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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