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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쌤 Nov 25. 2021

미소가 아름다웠던 그녀들

무더웠던 여름의 기억 첫 번째 이야기

운전 중에 전화가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지만 짐작 가는 곳이 있어 차를 도로변에 세우고 스피커폰으로 밝고 명랑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역시 예상대로 병원이었다. 사십구재를 잘 지냈는지 유가족들은 잘 지내고 있는지, 그리고 유가족을 위한 모임에도 참석할 의사가 있는지를 물었다. 


이번 여름 암으로 10년 가까이 투병하신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보내드렸다. 교사여서 마침 방학 기간이 겹쳐 보호자로서 아버지와 교대하며 호스피스 병동에서 마지막 한 달을 어머니와 같이 보낼 수 있었다. 덕분에 유난히 무더웠던 올여름을 에어컨이 가동되는 병원에서 보내 무더위를 느낄 겨를이 없었다.

짧은 한 달의 기간이었지만 나의 삶에 큰 영향을 준 경험이었다.


원래 성격이 좀 부정적이고 걱정이 많은 편이다. 맡겨지면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하면서도 불평하는 편이었다. 물론 지금도 쾌활하고 긍정적으로 매사 모든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임하는, 내가 원하는 롤모델적 모습을 갖추지는 못했다. 사람이 오랜 기간 살아온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 참 어렵구나 하고 여전히 느끼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바뀐 것이 있다. 일상의 삶 속에서 힘들고 지치고 마음이 우울해질 때는 올여름 병원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힘을 내 본다. 나름 힘들게 하는 현재의 모든 것들에 감사하면서. 그리고 더불어 살아있음을 감사하면서.....





말기 환자들을 위한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코로나 위기 속 말기 환자들을 위한 호스피스 병동은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였고, 환자 보호자도 1명만 가능하고 면회도 지정 시간에 직계 가족만 되었다. 그리고 면회객은 일주일 이내에 시행된 PCR 검사에서 음성판 성을 받아야 면회가 가능했고, 보호자도 1주일 단위로 계속하여 PCR 검사를 받아야 했다. 


일반 병동과 다르게 환자 상담과 지원을 위하여 상주 사회복지사들이 있었고 환자대 간호사 비율이 적어 간호사들이 친절하게 처치를 잘해 주었다. 그리고 대부분 몸을 움직이기 힘든 중등 환자들이 많아 병실마다 '여사'님으로 불리는 병원에서 고용된 전담 요양보호사가 있었어 환자들의 자세 변경, 기저귀 교체, 소변통 교체 등 여러 가지 활동을 지원해 주었다. 그리고 보호자들을 위해 병실마다 방문하는 이동식 카페 서비스와 주기적으로 중식에 특식을 제공하여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들이 있었다.

올여름 복날에는 어머니가 해주시던 삼계탕 대신 병원에서 보호자들을 위해 제공해 주는 삼계탕을 먹게 되었다. 삼계탕은 정말 맛있게 조리되어 입맛을 당겼지만, 거의 식사를 못하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니 먹으면서도 죄송한 마음이 앞섰다. 




처음에는 호스피스 병동이 정말 차갑고 적막한 곳 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었고, 이야기와 웃음과 관계가 만들어지는 삶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수시로 침대가 비어지고 또 새로운 환자가 채워지고, 1인실에서 관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곳이 삶과 죽음이 교차되는 장소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길지 않은 한 달여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곳에서 본 삶의 마지막을 앞두고 계신 분들의 아름다운 미소와 인상 깊었던 기억들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지금은 모두 고인이 되셨을 그분들을 위해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이미지 출처: 푸샵.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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