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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학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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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쌤 Nov 06. 2021

위드 코로나 첫 주: 학교에서는.

여러 번 전화 시도 끝에 보건 선생님과 통화를 할 수 있었다.

계속 전화가 와 전화폭탄을 맞고 있다고 하셨다. 궁금한 점에 대하여 답변을 받고

다시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민원 사안을 해결해 주었다. 


또다시 학생에게 전화가 왔다. 아픈데 조퇴를 해도 되냐고.

학부모에게 확인 전화를 한 후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조퇴증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부담임도 공가를 써 자리에 없다. 

그리고 바로 컴퓨터 앉아 학교에서 온 메신저 내용들을 확인했다.


온라인 수업으로 집에 있던 둘째가 방에서 나와 '아빠 때문에 시끄러워 수업을 못 듣겠다'며 그렇게 바쁜데 왜 집에 왔냐고 물었다. 




나도 오고 싶어서 온 것이 아니다. 



3학년에 확진자가 발생했고 월요일에 그 반에 수업이 있었다. 그 반에 수업 들어간 선생님들은 모두 공가를 쓰고 조퇴하고 코로나 검사를 받고 집에서 업무를 봤다. 수능으로 인해 3학년은 화요일부터 원격수업에 들어갔는데 하필 월요일 수업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선생님들과 3학년 학생들은 모두 코로나 예방접종을 끝냈는데 돌파 감염이 발생한 것이다. 


부담임도 그 반에 수업이 있어 공가를 쓰고 조퇴를 하여 우리 반을 봐 줄 사람이 없었다. 선생님들이 많이 빠지니 1, 2학년 수업을 남은 선생님들이 보충해야 되고 모두가 정신이 없어졌다. 


우리 반에도 중학교에 다니는 동생이 자가 격리자가 되어 그 기간 동안 나올 수 없는 학생이 발생했다.  코로나 예방접종을 맞아 나올 수 없는 아이들, 유증상으로 코로나 검사를 받은 아이들을 빼고 얼마 남지 않은 인원이 더 줄었다. 아이들이 몇 명 없는 황량하고 썰렁한 교실의 모습이 상상되었다. 


혹시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집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며 하루를 보냈다. 


오전 8시 50분에 코로나 검사 결과 음성 메시지가 왔다. 예전에는 10시쯤 온 것 같은데 요즘은 더 빨라진 것 같다. 그런데 학교에서 음성을 받은 교사들은 출근하라는 메시지가 왔다. 예전에는 검사 결과를 받은 날도 그냥 재택근무를 했는데 규정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재택근무를 할 것을 생각하고 씻지도 않고 잠옷을 입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었는데.....  

부랴부랴 씻고 면도를 하고 옷을 챙겨 입고 차로 1시간을 걸려 학교에 도착했다. 


학교에서는 또 새로운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3학년 다른 반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하여 거의 10명 가까운 선생님들이 또 공가를 쓰고 검사를 받으러 갔다고 한다. 혼란이다....


쉬는 시간에 교실에 잠깐 들려보니 내 예상보다 아이들이 더 적었다. 반장한테 물어보니 열이 나서 조퇴를 한 아이들이 있었다. 

종례를 마치고 교무실로 돌아왔다. 공가를 쓰신 분들이 있어 군데군데 빈자리가 있었다. 이러다가 다시 원격수업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분도 계셨다. 


코로나가 한 참 극성일 때도 학교에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 큰 문제없이 학사운영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위드 코로나 첫 주에 확진자 발생으로 큰 혼란이 발생할 줄을 몰랐다. 

교사와 고3 전체는 예방접종을 완료했고 1, 2학년들도 1차까지 맞은 학생들이 꽤 된다. 코로나에 대한 대응력이 높아졌는데 오히려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다. 

우리의 마음가짐이 문제가 된 것일까? 솔직히 그동안 다소 느슨해진 것은 맞다. 




코로나 19는 우리의 교육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먼 미래의 일로만 여겼던 원격수업이 실제로 교육과정 내에서 실행된 것이다. 물론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원격교육은 많은 부작용을 발생시켰다. 


바로 관계의 단절이다. 


교사와 학생 간 그리고 학생 간에 관계의 형성의 부족은 수업과 생활지도 모든 면에서 어려움을 발생시켰다. 그리고 학생들도 서로 친하지 않아 학급에서 고립되거나 혼자인 학생들이 많아졌다. 이는 학생들의 전반적인 학력 수준의 하향과 학교생활 적응력을 낮추는 문제를 발생시켰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하여 '학교 무용론'에 대한 미래학자들의 주장은 신빙성을 잃게 되었고, 역설적으로 학교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학습에 기반하여 학생 간 교사 간 면대면으로 관계를 쌓을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게 된 것이다. 


AI, IoT, VR 등의 기술들은 인류에게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편리한 세상을 구현해 줄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람 간 면대면의 기회를 더 줄어들게 될 것이고, 기계화와 자동화에 의하여 인간적 개성이 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미래학자들은 예견한다. 


어쩌면 코로나 19로 인해 생각보다 빨리 우리에게 다가온 원격교육의 결과로 나타난 '관계성의 약화'는 맹목적인 기술주의의 미래를 추구하는 인간들에게 자연이 내려준 미래사회를 대비한 '예방접종'이 아니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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