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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쌤 Nov 02. 2021

11월의 치열한 생존경쟁

일상 속 학교 이야기

11월이 되었다.

이제 2021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회사들은 결산을 준비하고 올 한 해 벌인 일들을 되돌아보면서 마무리를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 시점에 고등학교들은 가장 바쁜 시기이다.

특히 특성화고등학교 교사들에게는 피 말리는 시간이다.




고입전형은 전기와 후기로 나뉘는데 각종 특수목적고와 특성화고가 전기입시를 11월에 치른다.

그리고 일반고(인문계고)가 후기입시로 12월에 치른다.

과거에는 일반고들은 신입생 모집에 크게 고민을 안 했다.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로 인하여 일반고도 미달이 발생하기 시작하여 신입생 모집에 나서고 있다.


전기고에 속한 특목고는 학생 모집은 크게 걱정을 하지 않는다.

다만 높은 수준의 아이들을 받고자 홍보를 한다.


하지만 같은 전기고에 속한 특성화고는 학교의 사할을 걸고 신입생 홍보에 임한다.

중학생들 대상으로 1학기부터 학과체험을 실시하여 미리부터 홍보에 돌입한다.

그리고 팀을 짜서 중학교를 대상으로 홍보를 나간다. 경우에 따라서는 홍보 도우미 학생들을

훈련시켜 같이 홍보를 나가기도 한다.


올해 고입 전형도 힘들 것이 예상된다. 학령인구 감소와 취업시장의 한파 그리고 고등학생들이 취업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되지 못하는 사회구조 속에서 특성화고들은 점점 더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중학교 대상 가집계 결과에서도 조경과는 정원에서 한 참 모자란다. 성인 수준에서는 조경과 식물에 대한 관심이 점점 증가하고 있어 평생교육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조경, 그리고 식물은 인기가 없고 선호하지 않는다.


내가 담당하는 학교 3학년 부장에게 다시 전화를 했지만 통화가 안된다. 이 맘 때는 중학교 3학년 부장들과 통화하기가 어렵다. 공강 시간을 이용하여 출장을 내어 다시 찾아가야 하나 고민이 깊다. 인근에 있는 특성화고에서는 졸업생 중에 유명 유튜버가 있어 학교 홍보에 절대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파이 나누기' 게임을 하는 것 같다.


수업을 하고 공강 시간에 홍보를 다니고 또 중학생 대상 직업체험을 준비하고 11월을 특성화고는 전쟁터이다. 입시홍보에서 사립학교들은 정말 결사적으로 내달린다. 교육 공무원이어서 해고될 염려는 없지만 조경이나 식물 관련 학과가 있는 특성화고가 많지 않아 학과가 없어지게 되면 거주지에서 먼 곳에 있는 학교로 가야 된다.

하지만 그것을 떠나서 선생님들은 자신들이 몸담았던 그리고 가르쳤던 학과가 없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묵묵히 다시 치열한 생존경쟁의 무대에 뛰어든다.




교육청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학과는 없애려고 한다. 그리고 산업수요에 맞게 재구조화라고 한다.

그렇다고 모든 특성화고등학교 학과가 AI, 사물인터넷, 자동화 시스템학과로 바뀔 수는 없다. 그리고 이런 첨단분야일수록 기업에서 요구하는 조건이 높다. 그리고 학생들도 특성화고를 왔어도 무조건 대학을 진학하려고 한다.

학생들은 괜찮은 조건의 회사에 취업을 내보내도 조금만 어렵거나 힘들다고 느끼면 그만둔다.

교육청에서는 각종 지침, 규정, 문서들을 자꾸 만들어내서 학교에만 모든 책임을 돌린다. 교사가 수업, 생활지도, 취업알선, 업체 탐방, 취업지도까지 모든 감당해야 하는 구조이다.

기업에서는 특성화고 졸업 예정자를 외국인 노동자의 대체로 생각하는 또한 하나의 성숙한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는 경우들이 있다. 그리고 심지어는 임금 체불이나 성희롱의 문제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우리의 사회는 아직도 개인의 역량보다는 학벌을 더 중요시 여기고 있다. 결국에는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대학에 가는 학생들도 있다.




특성화고 선생님들은 11월을 가장 힘들어한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데 최종 결과까지 좋지 않으면 더 힘이 빠진다.

어떨때는 교사가 아니라 외판원 같이 느껴질 때도 있다.

간혹 중학교에 갖다가 외판원 취급을 받는 경우가 있다. 그럴때 젊은 선생님들은 굉장히 자존심 상해하고 분해한다. 젊없을때의 나처럼...

그럼, 나는 선배 교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빙긋히 웃으면서 화 풀라고 다독혀 준다.


힘들고 지치고 피하고 싶긴 하지만.

해야 될 일이고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을 다잡는다!

내년에 새롭게 입학하는 아이들의 설렘과 긴장한 눈망울을 생각하며 올해도 이 어려움을 버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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