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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쌤 Dec 31. 2021

보내야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

2021년을 보내며

2021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2021년의 경험은 내 인생에서 잊지못 할 기억이 될 것 같다. 

그리고 2022년은 내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한 해가 될 것 같다.


2021년 평생을 같이 산 어머니가 없는 새해를 맞이하고 살아가야 한다.

올여름 10여 년의 오랜 암 투병 끝에 어머니는 홀연히 소천하셨다. 

마침 여름 방학기간이 겹쳐서 호스피스 병동에서 가시는 날까지 함께 할 수 있었다. 

열흘 가까이 의식이 없으시다가 마지막으로 남기신 말은 '아 아파~'였다. 

형제가 없어 단출하게 부모님과 나까지 세 식구가 살았고 결혼을 하고서도 요즘 정말 보기 힘든 삼대가 같이 사는 여섯 명의 대가족을 이루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 가족은 여섯 명이 아니라 다섯 명이다. 외향적이고 사교성이 좋은 아버지는 크게 티를 안 내려고 하시지만 쓸쓸해하는 그 모습이 눈에 자꾸 밝힌다. 


어머니를 보내고 우리 가족은 일상의 삶을 보내고 있다. 때로는 즐겁고 웃으며 잘 지내고 있다.

아버지는 여전히 새벽 배드민턴 동호회 활동에 열심히 임하시고 나도 예전보다 더 직장에서도 유쾌하고 재미있는 사람으로 지내고 있다.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또 남는 시간은 침대와 일체화되어 스마트 폰을 하느라고 바쁘다. 집사람은 일하면서 이전 보다 더 집안살림을 챙기느라 치열하게 보내고 있다. 이렇듯 우리 가족 모두가 어머니가 없지만 이전과 똑같이 일상의 삶을 살고 있는 듯하다.


종종 아버지와 단둘이 외식을 하러 나가면 걸으면서 어머니와 같이 갔던 식당이라고 몇몇 식당들의 메뉴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시며 그 때의 기억들을 소환 하신다.

나는 가끔씩 야근을 하고 밤에 퇴근을 하다가 한적한 도심 외곽 자동차 전용도로에 들어서면 어머니 생각에 눈물을 흘리며 운전을 한다. 호스피스에 입원하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모시고 드라이브를 했던 곳이다. 그리고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새벽에도 일어나 배웅을 해주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린다. 

정말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아이들은 가끔씩 어렸을 때부터 먹어왔던 할머니가 만들어 주었던 음식에 대해 말한다. 


어머니의 육신이 우리 곁에 없지만 남겨진 그 기억들이 가족들의 마음에 남아 있는 것이다. 

현실의 삶에서 어머니는 우리 곁에 안 계시지만 우리의 마음과 기억에서는 항상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며 3년 동안 열심히 준비했던 마지막 기회였던 시험에 떨어지고 어머니를 하늘로 보내드린 2021년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겨 주었다. 시험 준비를 한다고 삶의 순간을 얼마 남기지 않은 어머니를 뒤로 한채 도서관에서 책에 파묻혀 있던 주말의 시간들. 또 병원을 옮기고 모시고 다니느라고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허비한 시간들. 결국 시험도 어머니도 모두 놓친 꼴이 되었다. 


이제 2021년을 보내야 하지만 어머니에 대하 기억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해야 하는 2022년이 오는 것이 반갑지만 않다.

하지만 기억은 마음속에 간직한 채 또 한해를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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