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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쌤 Feb 14. 2022

계단을 올라온 후 뒤를 돌아다 보았다.

조금 귀찮기는 하지만 운전하는 것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을 좋아한다.

볼일을 보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도서관에 들려 책을 빌리려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지하철 역에서 내렸다.

지하철에서 지상으로 나갈 때 엘리베이터보다는 주로 계단을 이용하여 걸어가는 편이다.

그런데 정말 처음으로 '그냥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갈걸' 후회를 하게 되었다.

유난히 계단이 많기도 했지만 유달리 그날따라 올라가는 길이 멀어 보였다.


우와!!  뭐 이렇게 계단이 많아, 다시 돌아가서 그냥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까?

그 자리에서 서서 한참 고민을 했다. 마침 낮시간이고 중심지에 있는 역이 아니어서 지나 다니는 사람도 없었다. 거의 5분 가까이 그 자리에 서서 고민 하다가 그냥 올라가기로 마음먹었다.

정말 요즘 운동부족이구나! 피트니스랑 운동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속 다짐을 하면서 계단을 올라왔다. 

원래 올라온 계단을 다시 뒤돌아 보거나 하는 편이 아닌데 그날따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거기에는 어둠 속으로 아득하게 펼쳐진 계단이 보였다. 그리고 아까 내가 서서 5분 가까이 고민을 하던 곳은 잘 보이지도 않았다. 

'우와!! 내가 정말 저 계단을 올라온 거야!'

너무 멀어 계단의 끝은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았다. 방금 전까지 5분 가까이 서서 올라갈까 말까를 고민했던 그 장소가 정말 아득이 멀어 보였다. 

숨을 헐떡이며 길고 긴 계단을 한 발 한 발 올라오니 어느덧 다 올라왔고 뒤를 돌아보니 아까 내가 서있던 곳은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땅속 멀리 있었다.  


길 찾기 앱을 가동시키고 골목길을 누비며 도서관을 찾아가는 길에 문득 '인생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은 목적지까지 가려고 하면 까마득하고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냥 하루하루 버티며 나아가다 보면 어느덧 목적지에 도달해 있고, 뒤돌아서 걸어온 인생길을 뒤돌아 보면 내가 헤치고 걸어온 길을 보고 놀라며 감탄해 마지않는.


운동 부족으로 헉헉 대며 지하철 계단 한번 올라왔다가 괜히 인생의 철학자가 된 것처럼 생각하는 날 보며 피식 웃음이 났다. 

브런치를 하게 된 이후부터 삶의 순간들에 대하여 한 번씩 곱씹어 보고 되돌아보는 습관들이 생긴 것 같다. 

조금 귀찮은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싫지는 않다. 

브런치 글쓰기를 통해 삶을 성찰해보는 시간을 가지며 가정에서 직장에서, 또 일상에서도 좀 더 성숙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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