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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쌤 Mar 12. 2022

오미크론 우리 집을 관통하다.

# 그래도 즐겁게.

일요일 저녁 무렵, 낮에 잠깐 사무실에 나갔다 온다던 집사람에게 연락이 왔다.

"감기 기운이 있어 사무실에서 자가진단검사를 했는데 양성 나왔어"

"어!!,  그럼 뭐 어떻게 해야 돼?"

"방하나 비워 주고 일회용 장갑이랑 물이랑 그런 거 준비해줘"

"알았어"

둘째 딸이 쓰는 방을 비우고 집사람이 그 방을 쓰고 거실에 있는 화장실을 쓰기로 하였다. 그리고 두 딸은 큰 딸의 방을 쓰고 화장실은 안방 화장실을 써서 공간을 분리하기로 아이들과 이야기하였다.


월요일에 나는 정상적으로 출근을 하고 집사람은 자그마치 2시간 30분을 기다린 끝에 드라이브쓰루로 PCR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퇴근을 하고 집에 오니 둘째 딸이 약간 열이 있고 몸이 좋지 않은 것 같았다. 오후 3시에 자가진단검사를 했는데 음성으로 나왔다고 한다. 체온을 측정해 보니 약간 미열이 있어서 저녁 9시쯤 다시 자가진단검사를 해보라고 하였다. 거실에 앉아 있는데 나를 부르는 둘째 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 이거 두줄 나오면 다시 없어지지는 않지? "


"뭐!  뭐가 두줄인데!!" 

헐레벌떡 딸의 방으로 뛰어가서 보니 진단키트에 선명하게 두줄이 나타나 있었다!!! 

거기다가 아직도 미열이 있었고 감기 증상이 조금 더 심해졌다. 결국 중3인 둘째 딸도 엄마가 있는 방으로 격리되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가지고 나와 고2인 큰딸도 자가진단 검사를 했지만 다행히 음성으로 나왔다. 




화요일 아침 불안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출근을 했고 결국 휴가를 쓰고 조퇴를 하였다. 요즘에는 밀접접촉자에 대한 격리 기준이 없어 결국 개인 휴가를 쓰고 화요일 오후 조퇴, 목-금 연가를 사용했다. 이런 일도 개인 휴가를 사용해야 되나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뭐 명확한 규정이 없으니 공무원이 별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가일수보다는 가족이 더 중요하지라는 마음도 들었다.

퇴근하면서 보니 드라이브 스루에 서 있는 자동차 행렬이 끝이 없어 보였다. 오늘 우리 가족 검사받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수요일 선거일날 아침 일찍 보건소 선별검사소에 가서 2시간 가까이 기다려서 PCR 검사를 받을 수 있었고 모욕일 오전 큰딸과 나는 음성으로 결과를 받았다. )


학교에 가진 못한 큰 딸과 일회용품이나 약, 각종 필요한 물건들을 사러 돌아다녔다. 

오후 3시가 지나서 월요일 아침에 검사를 받은 집사람의 코로나 확진 문자가 왔다. 그리고 화요일 오전에 둘째 딸의 확진 문자가 도착했다. 


가족 중에 두 명이나 확진이 되었으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우리 가족들이 받았던 자가진단 키드들이 담겨 있는 지퍼백이 눈에 들어왔다. 나름대로 조심하고 자가진단도 수시로 하고 그랬는데 그래도 코로나 우리 집의 한가운데를 관통하고 말았다. 


기분전환도 할 겸 필요한 준비물이랑 두 격리자분들이 먹고 싶다는 것을 사러 큰 딸과 같이 나갔다. 차 안에서 신나는 음악도 듣고 좋아하는 음료수도 같이 먹으면서 농담도 하니 훨씬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을 지원할 우리도 힘이 나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전환을 마치고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고 가족 모두의 기호를 반영한 배달음식을 먹을 생각을 하면서 기분 좋게 집에 들어왔다. 앞으로 최소 일주일을 즐겁고 긍정적 마음을 가지고 버티리라 마음먹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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