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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쌤 Feb 10. 2022

생애 처음 맛본 색다른 펜케익의 맛

구정 명절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이다.

아침 일찍 집사람은 출근을 하고 방학기간을 맞아 두 딸들과 나는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고 '오늘은 또 무엇을 먹어야 되나'에 대하여 고민을 하게 되었다.

원래 요리에는 취미가 없지만 저녁에는 가끔 콩나물국을 끓인다던지 아니면 밀 키트를 사 가지고 와서 재료를 더 첨가해서 저녁을 먹곤 했다.

하지만 점심은 정말 귀찮아서 배달음식을 시키던지 아니면 그냥 라면을 끓여 먹던지 냉동음식을 데워 먹었다.

오늘은 또 아점으로 뭘 먹어야 되나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항상 맏딸 다운 우리 큰딸이 주방에서 뭔가를 부지런이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 이쁜이 뭘 만들고 있어?"

"펜 케이크 만들려고."

"우와 대박, 오늘 점심은 특식이네, 오래 걸려?"

"한 30분 정도면 될 것 같아"


손재주가 있어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올해 고2가 되는 첫째 딸이 펜케이크를 만든다고 하니 오늘 점심은 해결되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스마트폰으로 레시피를 검색해 보고 계란을 풀고 반죽을 하고 오븐에 굽더니 어느새 펜케이크들을 구워내고 있었다. 

"와 정말 맛있다. 우리 딸 제빵사가 되어도 되겠는데"

과도하게 탄 부분들이 조금씩 보였지만 전날 저녁도 굶었고 아침도 먹지 않은 상태여서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맛있었다. 

누가 얘기를 하지 않았는데도 큰딸과 작은딸 그리고 나도 마찬가지로 각자 자기 몫을 그릇에 덜어서 각자 방에 가서 펜케이크를 먹었다. 나도 방에서 스마트폰으로 넷플릭스를 보면서 허겁지겁 펜케이크를 흡입했다. 그렇게 서너 개쯤 먹었을 때 가운데 있던 펜케익에는 크림 같은 것이 들어 있었다. 얇은 펜케이크에 크림이 들어있다는 게 정말 신기했다. 이제 우리 딸이 펜케이크에 크림을 집어넣을 정도의 제빵 고수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점심을 팬케이크로 잘 먹고 큰딸을 학원에 데려다 주기 위해 같이 차를 타고 가면서 점심에 먹은 크림이 들어있는 펜케이크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우리 딸 제빵사해도 되겠어. 어떻게 얇은 펜케익에 크림까지 넣었어?"

그 이야기를 들은 우리 딸은 태연하게 말했다.

"크림은 아니고 아마 반죽이 덜 익어서 그런 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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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랬구나. 아빠 혹시 배탈 나는 거 아니겠지?"

"반죽을 잘 풀었고 좋은 재료를 써서 괜찮을 거야"라고 큰딸은 태연하면서 시크하게 말했다.


분명히 팬케익을 먹을 때 달콤한 크림 맛이 났던 것 같은데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어째튼 아빠랑 동생을 위해 펜케이크를 만들어주는 고딩 딸의 정성을 생각하면 무엇을 만들던 맛있게 먹어야지 않을까?!


아빠는 울 큰딸이 만들어주면 뭐라도 먹을 수 있어.

영은이가 만들어준 펜케익은 아빠가 지금까지 먹어본 중에서 제일 맛있었고 정말 슈크림처럼 달콤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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