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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쌤 Apr 16. 2022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온 4월 16일

# 세월호 참사 8주기를 추모하며

2014년 4월 16일 수요일 그날은 수업이 많은 날이어서 교무실에 앉아 있을 일이 별로 없었다.

쉬는 시간에 잠시 교무실에 들르니 선생님들이 모여 해상사고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수학여행을 가던 수백 명의 학생들이 여객선 조난사고를 당했는데 무사히 모두 구조되었다는 것이다. 바로 다시 수업을 들어갔다가 돌아오니 교무실 분위기가 더 술렁이고 있었다.

아이들이 구조되었다는 것은 오보였고 승객을 포함하여 거의 400명 가까이가 침몰하는 배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섰고 구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하여 황당함과 어이없음을 느꼈다. 더불어 수학여행을 간다고 기쁨에 들떠있을 아이들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뉴스에 세월호 참사로 인한 교직원, 학생 사망자 명단이 올라오게 되면서 혹시나 아는 분이 계신가 하는 마음에 명단을 자세히 보게 되었다. 명단을 보다가 익숙한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예전에 같이 근무했던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내가 기억하는 그분이 맞다고 했다.

같은 학교에 근무한 적은 있지만 같은 교과가 아니고 같은 부서에 근무한 적은 없어 그분과 특별하게 친분을 형성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항상 긍정적이고 열정적이며 아이들과 호흡을 맞추어 가는 모습이 인상깊어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분이었다. 그분 이시라면 충분히 마지막 순간까지 아이들을 안심시키며 함께 하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내셨던 평소성격처럼 마지막 순간에도 아이들과 같이 하셨을 모습을 상상하니 울컥하고 무엇인가에 맞아 머리가 띵한 상태가 며칠동안 계속되었다.

그 당시는 대부분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기 때문에 나도 여러 번 아이들과 여객선을 타고 수학여행을 간 경험이 여러 번 있었다. 

세월호 사건 이후로 마지막 순간을 제자들과 함께한 많은 선생님들의 살신성의를 보면서 나의 교직관에 대하여 깊게 성찰을 해보게 되었다. 그 순간에 나는 그분들처럼 마지막 순간까지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수없이 되뇌어 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교사를 넘어 스승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의미에 대하여 더 깊고 무겁게 받아들이게 계기가 되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8주기가 되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의 교육에 던져진 큰 사건이었고 경기교육이 추진하는 4.16 교육체제의 출발점이 되었다. 인간 존엄에 기반한 4.16 교육체제는 혁신교육으로 연결되고 경기도에 그리고 전국에 혁신학교 논란과 열품을 몰고 왔다. 

배가 기울어 가는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무책임한 세월호 승무원들의 '그 자리에서 대기하라'라는 말 한마디를 따른 많은 아이들은 다시는 부모에게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다. 보통은 배를 타게 되면 혹시 모를 해상 추락사고를 방지하기 위하여 가급적 갑판 위에 올라오는 것을 제한을 두는 경우가 많다. 결국 2014.4.16 아침에는 그러한 선생님들의 통제를 가볍게 넘어서거나 스스로의 판단으로 갑판으로 나가야 된다고 판단한 아이들이 많이 살아남게 된 것이다. 

학생들을 주체적인 하나의 존엄한 인격체로 보지 않고 미성숙한 존재로 통제를 해야 되는 존재로 보아온 우리 교육의 현실이 세월호 참사의 큰 원인 중 하나가 된 것이다. 세월호 참사이후 우리 교육은 교육 현실에 대하여 자성하고 성찰을 하고 새로운 교육혁신을 부르짖으며 각종 혁신을 추구해 왔다. 

그러한 시간들이 8년이 지나왔지만 과연 우리의 교육은 8년 전에 비하여 혁신이 되었있는지는 의문이다. 아직도 입시가 학교교육의 지상명제이고 시험이라는 잣대로 학생들을 서열화하고 있고 아이들은 입시에서의 성공을 위해 소모되어지고 있다. 또한 세월호 참사는 교육을 넘어서서 우리 사회 전반에 큰 파장을 던진 만큼 정치적, 사회적 이해관계의 충돌과 대립도 발생시켰다. 이로 인하여 누구 에게는 이제는 고만 이야기했으면 하는 일로, 다른 누구에게는 잊어져 가는 것이 안타까운 일로 남게 되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8년이 지나왔지만 아직도 사건의 진실은 명확하지 않고 교육에서의 혁신과 변화는 요원하다. 

단순한 해상사고가 아닌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 사회적, 교육적 병폐와 문제들의 총합체로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인해 아직 펴 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난 우리의 아이들의 희생에 대한 교훈이 이제는 우리들의 가슴과 마음속에서 사라져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모든 분들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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