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쌤 May 08. 2022

아버지께 드린 카네이션이 화분에 심어져 있었다.

# 모든 것이 어색했던 어버이날

토요일 아침에 보니 전날 드렸던 카네이션이 예쁘게 화분에 심겨 있었다. 


아버지, 카네이션은 화분에 심으셨네요?

아까 다이소가서 화분이랑 사 와서 심었어.

이런 꽃(초화류)은 심어도 오래 살기 힘든데.

다음 주에 네 엄마 묘소에 갖다 놓게 

아!..... 


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다음 주 일요일은 작년 여름 오랜 암투병 끝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생신이다.

솔직히 늘 두 개를 사던 카네이션을 올해는 하나만 사게 되어 많이 어색했었지만 하나를 더사 어머니 산소에 갖다 놓을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마음속으로 계속 생각을 하셨을 것이다.


토요일 저녁 어버이날을 맞아 집사람과 애들을 데리고 아버지와 같이 저녁 식사를 하였다. 부모님과 집사람과 나 그리고 두 딸과 같이 항상 여섯 식구가 같이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어머니가 안 계신 다섯 명이서 처음으로 가족 식사를 하게 되었다. 여섯 명이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하게 되어 항상 빡빡한 느낌을 받았는데 올해는 다소 뭔가가 허전한 느낌이었다. 




아마 묘소 앞에 화분을 갖다 놓아도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다. 더운 열기와 바람 등으로 금방 말라죽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무뚝뚝한 성격으로 마음의 표현은 잘 안 하시지만 어머니를 생각하며 화분에 카네이션을 옮겨 심었을 아버지의 모습을 생각하니 별 말을 할 수 없었다. 뭐 생각해보니 카네이션이 오래가지 못하고 금방 시들면 무슨 상관일까 싶다. 이렇게 해서 한번 또 먼 거리 이기는 하지만 어머니를 한번 보러 갈 수도 있고, 또 이제 80대의 고령이신 아버지와 이렇게 차를 타고 같이 다닐 수 있는 순간들도 많이 남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항상 어른들이 하셨던 '계실 때 잘해라! 가신 다음에 후회해도 아무 소용없다'는 말이 떠올랐다. 나에게는 해당이 안 되는 듯 항상 흘려들었던 말이지만 이제는 정말 잘 못했던 순간들, 어머니를 섭섭하게 했을 모진 말들을 내뱉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그때 왜 그랬을까! 어머니한테는 다른 어떤 것 보다 아들의 따듯한 한 마디가 정말 필요했을 것인데...

아버지 고향에 있는 선산 가족묘소에 어머니를 모셔서 가게 되면 묘소만 들리는 것이 아니라 친척집에 다 들리고 식사도 하고 오게 된다. 아침 새벽에 출발하면 거의 저녁시간이 지나서 집에 도착하게 되어 솔직히 그 주는 한 주 내 내 피곤이 가시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렇게 아버지와 같이 할 수 있는 기간이 몇 년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드니 피곤함 따위는 감사하게 기꺼이 받아들이려고 한다. 몇 번 남지 않았을 아버지와 차를 타고 같이하는 여행이니까.

" 아버지 , 그리고 하늘에 계신 어머니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온 4월 16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