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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쌤 Aug 02. 2022

꼭 두 팔을 들지 않기로 딸에게 다짐을 받았다.

# 크롭 패션에 대하여.

집사람과 같이 쇼핑을 나갔던 중학교 3학년인 둘째 딸이 다음 주에 친구들과 놀이공원에 갈 때 입을 패션을 미리 선 보였다.


청치마에 위에는 푸른색 크롭 가디건이었다. 너무 짧아 보여서 살짝 걱정이 되었는데 역시나..


둘째 딸이 입고 나와보니 아래 청치마는 길이도 적당하고 괜찮았는데 푸른색 크롭 가디건이 너무 짧았다.

쿠팡: 브랜드명 트위


두 딸이 모두 키가 170cm가 넘는다. 내가 보기에는 그 푸른색 크롭 가디건은 자그마한 사람에게 맞는 것 같다고 너는 키가 커서 안된다고 극렬하게 반대했다. 아니면 속에다 얇은 티를 입으라고 말했더니 누가 요즘 그렇게 입느냐고 거칠게 반문한다. 물론 나도 알고 있다. 학교에서도 종종 교복을 안 입고 크롭을 입고 등교하는 녀석들이 있어 학생부장으로서 종종 혼을 낸 적이 있다. 왜 크롭이 유행이라는 것을 모르겠는가 마는 그냥 무조건 그 옷은 안된다고 했다. 


둘째 딸은 하나 더 샀다며 이번에는 하얀 크롭 가디건을 입고 나왔다. 

음.... 이전의 파란 크롭 가디건보다는 길이가 길어서 배가 아슬아슬하게 보이지 않았다. 

혹시 이거 더 늘어나지 않을까 하고 둘째 딸이 입은 크롭 가디건을 살짝 잡아당겼더니 늘어난다고 기겁을 하였다. 완전하게 마음이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안심은 되었다.

170cm 키에 날씬하고 긴 생머리를 하고 파란 청치마에 하얀 크롭 가디건을 입은 둘째 딸을 보니 대학생처럼 보였다. 누가 중3으로 볼까? 그런데 가면 이상한 넘들도 많은데 오만가지 걱정이 순간 들었다.


둘째 딸이 이제 허락받았으니까 됐다고 만세를 하는 순간..  헐 크롭 가디건이 기어올라가면서 배가 훤히 드러났다. 헐........

" 야! 그 옷 입고는 어깨 위로 팔 들지 마. 안돼!!"

"아빠! 놀이공원을 갔는데 어떻게 팔을 안 들어?!, 만세도 하고 그래야지"

나도 알고 있다. 놀이기구를 타면 소리를 지르며 만세도 하고 해야지 신난다는 것을.. 그렇지만 아빠의 마음은 또 그렇지 않다. 

옆에서 사태를 지켜보고 있던 집사람과 큰딸은 웃기만 하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둘째 딸과 나의 실랑이를 관전하고 있다. 

" 좋아!, 그럼 그 하얀 크롭 가디건 입을 때는 손을 어깨 위로 들지 않는 다고 약속만 해. 그럼 아빠가 용돈 주고 가는 거 허락해 줄게 "

둘째 딸은 약간 어이없어하는 듯했지만 집사람과 큰 딸과 슬쩍 눈짓을 주고받더니 순순히 그렇겠다고 했다. 

"그럼, 아빠랑 약속한 거다"

"알았어"

물론 나도 그 약속을 믿지 않는다. 그냥 흐지부지하는 것보다는 이렇게라도 마무리하고 싶었다. 




최근에 유행하는 크롭 패션을 보면서 떠오른 기억이 있다.


과거에 유행했던 배꼽 티 패션이다. 아직까지 유교적 문화가 충분히 남아있었던 90년대 배꼽티 패션은 충격적이었다. 수영장에서 비키니 수영복을 입지 않는 한 노출되지 않는 배꼽 부분을 드러내고 일상에서 돌아다닌다는 것이 굉장히 충격적이고 신선했다. 


대학 캠퍼스 내에서도 자유분방하게 배꼽티를 입은 선, 후배, 친구들을 계속 접하게 되며 나중에는 그냥 무덤덤해졌다. 자연스럽게 같이 다니면서 술도 마시고 놀러 다녔던 것 같다.


크롭 패션이 유행 됙 시작했을 때 과거의 배꼽티에 대한 기억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역시 유행은 다시 돌아오게 된다는 말이 떠올랐다. 


크롭 패션은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딴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일을 겪으니 바로 우리 집의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우리 딸들도 다 컸구나 하는 흐뭇한 생각이 들다가도 앞으로도 계속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뭐 당연히 유행을 따르고 거기에 맞추어 멋을 부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까 그냥 모른 척 적당히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메인이미지 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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