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처음으로 음성 녹취를 당했다.

by 서쌤

"저 그럼 음성 녹음해도 되죠?


생애 처음으로 스마트폰 음성 녹음으로 대화를 녹음당하게 되었다.






외부에서 제보가 들어왔고 흡연하고 있는 사진이 접수되었다.


멀리서 찍은 거라서 얼굴은 자세히 알아볼 수 없었지만 첫눈에 알아볼 수 있는 아이들이었다.


한 녀석은 내가 작년에 담임을 했던 녀석이다.


담임선생님과 그 아이들을 잘 아는 다른 선생님들께 사진 속의 아이들을 확인받았다.


한 녀석은 의견이 달랐지만 한 명은 세 명 다 모두 특정 아이를 지정했다. 의견이 일치했기 때문에 녀석을 불렀다.


하지만 녀석은 극구 부인을 하더니 사진을 보여 달라고 고집을 하더니 사진을 보더니 더 극구 부인을 하며 자신을 몰아간다고 난리를 쳤다.


일단 보내고 며칠 뒤에 다시 불렀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꺼내더니 대화를 녹음하겠다고 하였다.

솔직히 처음 있는 경험이어서 당황을 했지만 그래도 명색이 학생부장인데 당황한 티를 낼 수 없었다. 잠깐 내 책상에 있는 노트북을 들여다보는 시늉을 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걸까? 고민이 되었고 세 가지 정도의 생각이 그때 떠올랐다.


첫 번째, 나의 현재 감정에 충실하게 혼내는 것이다.

"어디 녹음하겠다고 난리야. 건방지게, 지금 나는 내 개인적으로 맘대로 일을 처리하는 게 아니야. 학생부장으로서 당연한 일을 하고 있는 거라고"

-하지만 이렇게 화는 내봐야 전혀 개의치 않을 녀석이다. 이런 말에 놀랄 아이라면 감히 학생부에 와서 학생부장과의 대화를 녹취하겠다는 건방을 떨지는 않았을 것이다.


두 번째,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나도 똑같이 스마토폰을 이용하여 대화를 녹음하는 것이다.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편집 조작 등에 대비한 나의 방어책으로 말이다.

"그래 그렇게 해, 그럼 나도 똑같이 스마트폰으로 녹음할 거야."

-하지만 학생과 똑같이 행동하는 것이 교사로서 학생부장으로 나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면 나도 똑같은 수준이 아닌가. 적어도 이러 녀석과 같은 수준이 되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이 들었다.


세 번째 학생부 선생님들도 모두 자리에 앉아 있었다. 선배교사로서 학생부장으로서 권위도 살리고 침착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해, 그런데 나중에 활용하려면 원본 그래도 활용해야 돼. 니 멋대로 편집 조작해서 활용하면 큰일 난다."

-그래 차라리 정공법으로 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세 번째 방법을 선택했다.






" 그래, 녹음해라. 그게 어떤 법적 효력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

" 자 잘 들어. 내가 내 마음대로 개인적으로 상황을 만들어서 몰아가는 게 아냐, 분명히 우리 학교 학생이 외부에서 흡연을 한다는 제보가 들어왔고 사진도 같이 접수되었어."

"사진이 멀리서 찍여서 얼굴을 알아보기는 힘들지만 나는 너라고 확신했어. 그래서 너의 담임선생님과 너희반에 수업을 들어가는 몇 분 선생님들께 확인을 받았고, 모두 의견이 일치했어. 그래서 너를 부른 거야."

" 니 옆에 교복을 입고 서있는 아이는 선생님들의 의견이 달라서 부르지 않았어"

생활교육위원회 회부가 되고 거기서 과연 위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듣겠다고 설명을 했다. 그 녀석은 참석을 안 하면 어떻게 되냐고 물었다. 그러면 너의 별론권과 방어권을 포기하는 거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바로 교실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더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제 학교현장에서 선생님은 더 이상 권위의 대상이 아니다. 권위는커녕 오히려 선배들보다 학급에서 힘 좀 쓴다는 아이들을 대하는 것보다 더 편하게 선생님을 대한다.

솔직히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기분도 많이 나빴다. 예전 같았으면 소리 지르고 혼내고 체벌 또는 기합을 주었을 것이고 부모를 호출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렇게 행동했다가는 바로 징계대상이 될 것이고 엄청난 민원에 시달릴 것이다.

'교사는 이제 감정 노동자'라는 말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 그리고 공무원 연금 수급 직종 중 교사가 소방관 다음으로 연금 수급기간이 짧다고 한다. 예전에는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무시했지만 요즘에는 충분히 공감이 가는 말이다.

하지만 웃어 버리면 흘려버리려 한다. 마음속에 남겨두면 나의 마음만 망가지고 시간만 소비하게 된다. 그런 것에 나의 마음과 인생을 소비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은 것 같다.


학생 부장이 되었지만 작년부터 교감하고 친하게 지내는 아이들은 한참 규칙을 위반한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고 있는 나에게 눈치 없게(?) 큰소리로 인사를 하면 반갑게 아는 척을 한다. 처음에는 난감해했지만 요즘에는 하던 행동을 멈추고 바로 반갑게 받아준다. 나의 현재의 모습에 상관없이 본모습을 좋아해 주는 아이들이니까. 물론 이런 아이들은 법 없이도 살 아이들이라서 학생부에 올 일이 전혀 없다.


다양하고 정말 복잡한 사건사고들을 정신없이 처리하다 보면 정말 내가 교사인지가 의심스러울 때가 너무 많다. 하지만 젊은 초임교사 시절 아이들과 같이 교감을 하며 즐겁게 보냈던 시간들을 떠 올리며 나의 직업적 정체성에 의문을 잠재운다.


아이들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줄 수는 사람, 바로 선생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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