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으로 경험에 보는 자동차 극장
몇 주전 주말 교회 모임을 자동차 극장에서 가지게 되었다.
부부동반 모임이어서 집사람에게 물어보았더니 선약이 있다고 혼자 가라고 했다.
다른 분들은 부부 동반으로 올 건데 혼자 가는 것이 다소 어색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3인 둘째 딸에게 슬쩍 물어보았다.
" 아빠랑 자동차 극장 갈래?, 맛있는 것도 먹고 영화도 보자 "
" 아빠, 나 약속 있어"
" 저녁인데 무슨 약속이 있어?"
" 하여튼 있어 "
" 알았어..."
역시 예상대로 보기 좋게 까였다.
좀 더 배려심이 깊고 영화를 좋아하는 큰애한테 물었다.
" 아빠랑 자동차 극장 갈래?, 맛있는 것도 먹고 영화도 보자 "
" 무슨 영화인데?"
" 공조 2 "
" 그래 그러지 뭐"
역시 쿨하게 승낙을 받아냈다.
토요일 오후
학원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큰 딸을 픽업했다.
평상시에는 슬리퍼와 체육복을 입고 학원에 가던 녀석이 아빠 모임에서 가는 거니까 복장을 신경 쓰라고 말했더니 운동화에 검은색 바지에 카라가 있는 하얀 셔츠를 입고 있었다.
스케줄 상 저녁을 먹고 차를 한잔 한 후 저녁 무렵부터 자동차 극장에 가기로 되어있었다.
식사 장소에 가니 다들 반갑게 맞이해 주면서 의아한 눈빛으로 내 옆에 서있는 큰딸을 쳐다보았다.
키가 170cm이 넘고 요즘 조금 몸이 좋아진(?) 것 같아서 성인으로 충분히 보였다. 집사람의 얼굴을 잘 알고 있는 분들은 내가 데리고 온 사람이 누구인가 궁금해 하는 것 같았다.
" 아~ 제 큰딸입니다. "
" 이렇게 큰 딸이 있어요? "
" 아~ 네, 크기는 한데 고2 예요 "
또 한 번 모두들 놀랐다.
그 이후로 속속들이 도착하시는 분들마다 나의 옆에 앉은 큰딸이 누구인지 의아해하셔서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해야 되었다. 특히 안면이 없는 사람들은 부부 동반 모임에 어린 여자와 같이 앉아 있는 나를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 같기도 했다.
" 아~ 제 큰딸입니다. " 라는 말을 거의 30번 가까이 했던 것 같다.
식사를 하는 것이 불편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무던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큰딸은 크게 개의치 않고 고맙게도 맛있게 식사를 잘하고 있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다음 스케줄로 예정되어 있던 자동차 극장을 가게 되었다.
예전에도 집사람과 몇 번 가보려고 하다가 일이 생겨 포기한 적이 있었는데 결국 생애 처음 자동차 극장의 경험을 우리 큰딸과 하게 되었다.
자동차 극장을 방문한 사람들은 대부분 연인들이었고 가끔씩 부부로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고 가족 동반은 하나도 없었다. 젊은 연인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는데 가끔씩 나이가 지긋한 분들은 나란히 다정하게 걷고 있는 우리 부녀를 힐끗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중년의 남자와 겉으로 보기에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울 큰딸의 모습이 남들이 보기에는 조금 이상해 보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애교가 없는 울 딸이 아빠라고 팔짱을 하지 않은 것이 다행(?)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처음 해 보았다.
편의점에서 오랜 기다림 끝에 계산을 하는데 계산을 하는 중년의 편의점 주인도 쓸 적 내 옆에 서있는 큰딸을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뒤에 많은 사람이 서있기도 해서 들으라는 의미로 조금은 큰 소리로 딸에게 말했다.
"엄마도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그렇지?"
"엄마는 바쁘니까 뭐"
계산을 하던 편의점 주인과 뒤에 줄서있던 노년의 부부가 얼른 다른 곳으로 시선을 거두는 것이 느껴졌다.
약간은 홀가분한 기분으로 차로 돌아와서 즐거운 마음으로 영화를 시청했다.
부부동반 모임에 집사람 대신 고2인 큰딸을 데려오게 되면서 생각지도 못한 상황을 겪게 되었다.
뭐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중년의 남자와 젊은 여자를 당연히 아버지와 딸로 봐야 되지만 안 그럴 수도 있으니까.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나도 중년의 남자와 아주 젊은 어린 여자가 팔짱을 끼고 가면 의심의 눈초리로 본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어쩌면 우리 사회의 시각과 의식이 건강하지 못한 것 아니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도 그러한 사회적 시각과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일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겼지만 벌써 우리 딸이 이렇게 컸나 하는 대견한 마음도 든다. 그리고 이제는 이런 부부동반 모임에는 꼭 집사람과 같이 가거나 집사람이 안되면 아예 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동차 극장에 누가 영화를 보러 가냐고 영화를 찍으러 가는 거 아니냐고 말하는 친구 녀석이 있어 딸을 데리고 가는 입장에서 살짝 걱정이 되었었다. 하지만 요즘 차들은 훌륭하게 선팅이 잘 되어있고 해가 진 후 상영을 하기 때문에 정말 옆 차에 누가 있는지도 알 수 없어서 상관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우리도 중년의 남자와 어린 여자를 아빠와 딸로 볼 수 있는 평범하고 상식적인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