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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쌤 Oct 30. 2022

말의 중요함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 의미가 있는 청첩장을 받다.

며칠 전 모바일 청첩장을 받았다.


뭐 요즘 흔한 모바일 청첩장이지만 이번 경우는 조금 색다르게 다가왔다.


청첩장을 보낸 사람은 몇 년 전에 졸업시킨 제자였다. 올해초 몇 년 만에 톡으로 안부인사를 물어 오더니 아마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이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결혼을 해서 초등학교에 입학할 아이를 둔 제자도 있지만 직접적으로 이렇게 나에게 청첩장을 보내온 녀석은 처음이었다. 


어쨌든 그 녀석은 완전히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자기가 가졌던 바람을 이루것이 되었다. 



 

A는 우리 반 회장인 여학생이었다.


A가 없는 날과 없는 날의 분위기는 완전히 180도 달랐다. 굉장히 수다스러웠고 다양한 말을 쉴 새 없이 내뱉었고 또 나름대로 불평과 요구사항이 많기도 하였다. 하지만 붙임성이 좋아서 선생님들 한테도 쉽게 다가가는 편이었고 주변의 눈치 보지 않고 할 말은 하는 편이어서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이런 이유가 아마 A를 학급 회장으로 만들어 준 것 같았다. 

성격상 말수가 많지 않은 편이 나는 학급 회장이지만 A를 대하는 것이 껄끄러웠다. 아이들에게 전달할 내용이 있거나 시킬 일이 있어 A를 부르게 되면 A는 엉뚱한 이야기를 먼저 늘어놓기 시작하고 끊임없이 다양한 질문을 쏟아내기 일쑤였다. 또 매몰차게 이야기를 끊고 본론을 이야기하려고 하면 쉽게 삐졌다. 

어째튼 나랑 조합이 잘 맞는 학급회장은 아니었고 지금까지 겪어 본 적이 없는 유형이었다. 다행히 뒤끝은 없고 상황을 있는 그래도 받아들이는 편이어서 나중에는 비교적 잘 지낼 수 있었다.


학년이 다 끝나가고 졸업을 얼마 남기지 않을 시점에 A는 나에게 자기는 졸업하고 바로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결혼식을 하게 되면 나를 꼭 주례로 모실 거라고 말했다. 물론 나는 내가 아직 주례를 맞을 만한 나이와 경력을 갖추지 못했으니까 청첩장만 보내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물론 당시에는 반 농담조로 가벼운 마음으로 말한 것이었다. 




졸업한 직후 바로는 아니지만 스물세 살이라는 요즘 추세에 비하면 굉장히 빠른 나이로 벌써 결혼을 하게 되어 고등학교 때 한 약속 아닌 약속을 어느 정도 지킨 것이 되었다. 안타깝게도 선약이 되어 있어 그날 결혼식을 참석할 수가 없어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고 축의금을 보내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하였다. 청첩장을 보니 학교 다닐 때는 약간 통통했었는데 날씬하고 예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늘 그렇듯이 여러 가지 말들을 쉴 새 없이 내뱉어서 다소 귀찮은 마음도 있고 반은 장난조로 결혼하면 "주례는 못해주고 축하는 해줄게 연락해"라고 말했는데 A가 기억했다가 정말 그 약속아닌 약속을 지킨 것이다. 


말의 중요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특히 교사라는 직업상 아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만큼 농담이라고 말을 한번 내뱉을 때 좀 더 신경을 써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이번 일로 그동안 내가 아이들에게 무심코 내뱉은 말들이 어떻게 아이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았다. 코로나 펜대믹을 통해 관계에 기반한 대면의 중요성을 모두가 인지하게 되었고 그러한 대면의 대부분을 이루는 말의 중요성에 대하여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 

" A야 고등학교 때 너의 바람대로 일찍 결혼하게 되어 정말 축하하고 결혼식 잘하고 배속의 아이도 무사히 잘 출한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항상 행복하기를 샘은 멀리서 기도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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