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상담이 많다. 그중에서도, 괴롭힘 신고를 하지 않고 참다가 더 이상 견디기가 어려워서, 상담을 요청하는 근로자가 많다. 그러니까 신고할지 말지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신고 절차와 신고 후 전개될 양상 등을 미리 알아보려는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자존감이 몹시 낮아진 상태이고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다. 그래서 내가 응원하고 지지하는 마음을 전달하면, 눈시울을 붉히며 울먹이는 분들이 많다. 상담실을 떠날 때, 이들은 용기가 난다고, 고맙다고 감사의 뜻을 표한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을까. 무척 외로웠을 게다. 피해 당사자가 아닌 이상,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도 함께 할 수 없는 고통이 있는 법이다.
상담할 때 나는 괴롭힘 피해자에게 단순히 위로의 말만을 건네지는 않는다. 조금만 용기를 내어 한 걸음 내디디라고 촉구할 때가 잦다. 물론, 선택은 피해 당사자의 몫이다. 상담실을 떠난 피해자가 실제로 행동에 나설지 는 알 수 없다. 아마도 망설이다가 퇴사하는 결정을 내리는 피해자가 더 많을 것이다.
그런데, 가끔은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피해자를 보게 된다. 상담 이후에 실제로 회사나 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다며, 추가 상담을 요청하는 분들이 있다. 신고를 했다고 해서 당장 꽃길이 펼쳐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피해 근로자 입장에서는 생각했던 것보다 나은 결과를 얻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신고로 인하여, 적어도 괴롭힘 행위는 중단되기 때문에 만족하고, 용기를 내어 행동으로 옮긴 자신에게 만족하는 것이다. 물론, 신고 이후에 파생되는 어려움과 불이익에 맞서 싸워야 하지만, 참고 망설이며 고통스럽게 보낸 시간과 견주어 본다면 해 볼 만하다.
이렇게 용기를 내어 회사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려는 근로자에게 몇 가지 팁을 소개한다.
1. 가급적이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서를 작성하여, 기록이 남는 수단(이메일, 팩스, 등기 우편 등)으로 회사에 제출하라. 상급자나 인사팀장 등과의 면담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알릴 수도 있지만, 회사 측에서는 나중에 괴롭힘 신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발뺌할 수 있다. 단순한 고충 상담이었다고 하면서 말이다.
2.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서에, 피해자가 원하는 이른바 '분리 조치'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으라. 여기서 분리 조치란, 회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 조사를 마칠 때까지, 괴롭힘 행위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임시 조치를 말한다. 예를 들어, 괴롭힘 행위자가 같은 팀의 팀장인 경우, 팀장과 업무적인 관계를 중지하는 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 또한, 공간적인 분리를 요구할 수 있고, 그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유급휴가 부여를 요청할 수도 있다. 피해자의 상황과 욕구에 따라 원하는 분리 조치의 내용은 제각각 다를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내용을 신고서에 구체적으로 적고 회사에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괴롭힘 행위자를 신고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적극적인 태도로 임하고 회사에 구체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받은 회사는, 대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괴롭힘 행위자와 피해자 간의 개인 문제로 치부하고, 대충 뭉개며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회사의 태도를 자주 접했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도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접수하면, 조사하여 판단할 법적 의무를 부담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당하는 괴롭힘이, 직장 내 괴롭힘이 맞는지에 대하여 너무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한, 신고했을 때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너무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신고를 통해 2차 가해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용기를 내어 한 발짝 내디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