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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 계산할 때 '식대'도 포함되나요?

by 주형민

최근에 사용자를 대상으로 노동법 강의를 했다. 기관장과 인사 담당자들이 참석했다. 강의 자체는 순조롭게 마쳤다. 그런데 질의 응답 시간에 문제가 발생했다. 기관장 한 분이 횡설수설하며 질문을 했는데, 무엇을 물어보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강의를 예정보다 일찍 마쳐서 시간 여유가 있었으므로, 나는 끈기 있게 듣고 간간이 답변하면서, 질문의 취지를 이해하려 애썼다. 질문자가 횡설수설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참석자들 사이에서 불평이 터져 나왔고, 질문자와 참석자들 사이에 언쟁이 벌어졌다. 질문자는 계속해서 횡설수설했고, 참다 못한 일부 참석자들은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이쯤 되자, 나는 그 분의 발언권을 제지하고, 개별적으로 질의할 것을 요청했다. 그 분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계속 횡설수설하다가 그제야 싸늘한 분위기를 느꼈는지 질문을 멈추었다. 강의 시작할 때, 공식적인 질의 응답 시간 외에, 개별적인 질의 응답 시간을 갖겠다고 말해 두었다. 강의와 공식적인 질의 응답을 종료한 뒤에, 나는 단상에 서서 개별적으로 질문을 받았다. 횡설수설 질문자가 공식적인 질의 응답 시간을 독점한 탓인지, 많은 분들이 나를 둘러싸고 질문을 하였다. 나중에 강의를 의뢰한 기관의 담당자는, 멀리서 보니, 마치 팬미팅하는 모습 같았다며 농담을 할 정도였다.


어떤 기관장이 이런 질문을 했다. 식대를 매월 20만 원씩 지급하는데, 퇴직금 계산할 때 포함되느냐고. 강의할 때, 분명히 다루었던 부분이었고, 당연히 포함된다고 답했다. 그런데도 같은 질문을 몇 번씩 반복했다. 몰라서 묻는 게 아니라 심리적인 저항이 작동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아마도 지금까지 식대를 '당연하게' 퇴직금 계산할 때 제외했을 것이다. 식대는 월급과 '별개로' 지급하는 일종의 복리후생비로 인식하고, 그렇게 처리했으리라.


심리적인 저항이 누그러졌는지, 그녀는 나에게 식대를 퇴직금에 포함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사용자를 대상으로 강의하면, 늘상 이런 종류의 질문을 받는다. 말썽을 일으키는 직원을 문제 없이 해고할 수 있는 방법을 묻거나,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묻는 식이다. 나는 그러한 질문에 답변할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정중하게 선을 그을 수밖에. 나는 웃으면서 난감한 표정을 지었고, "식대를 지급하지 않으면 되겠네요"라는 농담을 던지며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세법 상 식대의 비과세 한도가 20만 원인 것으로 알고 있다. 사용자는 비과세 혜택을 누리면서 임금 총액을 맞추기 위해, 식대 20만 원을 월급에 포함하여 지급하는 경우가 잦다. 이렇게 지급되는 식대는, 퇴직금을 계산할 때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될 뿐 아니라,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이나 연차수당 등을 계산할 때 기초가 되는 통상임금에도 포함된다. 그런데도 사용자는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르거나, 알더라도 심리적인 저항을 느낀다. 나한테 개별 질문했던 그 기관장처럼 말이다.


반대로,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식대가 평균임금과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는 게 맞는지 의구심을 품게 된다. 별다른 의구심이 없는 근로자는, 퇴직금이나 연차수당,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에서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앞에서 살펴본 대로, 사용자는 식대를 임금 외에 별도로 지급하는 수당으로 인식하여, 평균임금과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세무회계사무소에 급여 아웃소싱 하여, 임금 처리를 맡기는 경우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근로자인데도, 평균임금이나 통상임금이라는 용어를 처음 들어보았거나, 들어는 보았지만 어떻게 계산하는지를 모른다면, 여러분은 임금을 덜 받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개의치 않는다면 모를까, 마땅히 받아야 할 임금을 덜 받는다는 사실을 흔쾌히 받아들일 수 없다면, 스스로 계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인터넷 검색 또는 유튜브 시청 등을 통해서도,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아무쪼록, 여러분이 '권리 위에 잠자지 않는 근로자'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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