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이 병가를 못 쓰게 해요

by 주형민

최근에 병가 또는 질병휴직과 관련된 상담 요청을 잇따라 받았다.


첫 번째 상담 사례

근로자 A는 수술을 받고 3개월의 질병휴직을 사용하려 하였다.

그런데 사장은 우리 회사엔 질병휴직이 없다며 사직서 제출을 요구했다.

사직서를 내고 나중에 재입사하면 된다는 말에, A는 일단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A가 좀 알아보니, 회사 규정에 질병휴직에 관한 내용이 있었다.

그래서 A가 사장한테 따지자, 사장은 그제야 질병휴직을 승인했다.

우여곡절 끝에 질병휴직을 사용 중인 A는, 자기 자리에 다른 사람이 와서 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장은, A가 복직하면 다른 부서로 가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상담 사례

근로자 B는 수술을 앞두고 병가를 신청하려 했으나, 사장은 안 된다고 하였다.

B는 상담 내내 서운하고 억울하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법으로 어떻게 할 수 없냐고 하였다.

B는 법에 대한 기대가 무척 컸으나, 적극적으로 다툴 의지는 없어 보였다.


안타깝게도 노동법에는 병가나 질병휴직에 관한 규정이 없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이른바 '상병휴가'를 노동법에 도입하자는 주장이 넘쳤지만 무위에 그쳤다.

이러한 현실에서, 근로자는 병가나 질병휴직을 사용자에게 요구할 법적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

회사의 자체 규정에 병가나 질병휴직에 관한 규정이 있으면, 그 규정에 따라 처리할 것을 요구할 수 있을 뿐이다.


근로자를 '일회용품'처럼 여기는 회사가 상당히 많다. 아파서 노동력을 상실한 근로자는 필요 없다.

따라서 회사는 수명을 다한 '일회용품'에게 퇴사를 요구한다. 애당초 병가나 질병휴직을 부여할 생각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근로자는 회사에 대하여 '정나미'가 뚝 떨어진다. 자신이 '일회용품' 취급을 받는다는 걸 실감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회용품'이 아닌 인간으로서, 당당하게 권리를 행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회사의 내부 규정(근로기준법에서는 '취업규칙'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에 병가나 질병휴직에 관한 내용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평소에 미리 찾아두는 게 좋다. 관련 규정이 있다면, 명시된 절차대로 병가 또는 질병휴직 신청을 하면 된다. 이 규정을 근거로 승인을 요구할 수 있다.


만약, 병가나 질병휴직에 관한 내부 규정이 없거나 못 찾았다면, 진단서나 소견서를 첨부하여 신청서를 회사에 제출한다. 이때, 반드시 기록이 남는 방식(우편, 팩스, 이메일, SNS 등)으로 제출한다.

회사에서 승인을 거부해도 병가나 질병휴직을 사용하되, 회사에서 나중에 '무단결근'이라며 불이익(해고, 퇴직금 감액 등)을 줄 경우를 대비하여, 신청 서류를 제출했다는 기록을 남겨야 한다. 회사에서 사직서 제출을 요구해도 응해서는 안 된다.


회사에서 병가나 질병휴직 신청을 거부하면, 대부분의 근로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보다, 회사가 바라는 대로 퇴직하는 결정을 내린다. 안타깝지만 이해할 수 있다. 근로자가 당당하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병가나 질병휴직이 법으로 도입되면 좋겠다. 그때까지는 회사와 적극적으로 다투겠다는 의지를 갖고 대응할 수밖에 없다. 회사에서 불이익을 줄 것까지 염두에 두고, 불이익을 입으면 그에 대해서도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아픈 것도 서럽지만, '일회용품' 취급당하는 것은 더더욱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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