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다쳤을 때 병원에 빨리 가야 하는 이유

슬기로운 산재 이야기

by 주형민

우리가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면, 건강보험으로 처리된다. 따로 신청하는 절차는 없다. 건강보험에 가입만 되어 있으면, 병원에서 알아서 처리한다.


그런데 산재는 어떨까?

일하다가 다쳤을 때, 흔히 산재라고 부른다. 산업재해를 줄인 말이다. 일하다가 다쳐도 병원에 가서 치료받는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때는 건강보험이 아니라 산재보험으로 처리되어야 한다. 일단, 건강보험으로 치료비를 처리하더라도,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해서 승인을 받으면, 자부담한 치료비를 근로복지공단에 요양비 청구하여 받게 된다.


그렇다. 일하다 다치면 산재 신청을 따로 해야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다쳤을 때, 별도의 신청 없이, 병원 가서 치료받으면, 알아서 건강보험 처리가 되는 것처럼, 산재도 그렇게 처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신청하지 않아도, 병원에서 산재 신청을 해야 할 법적 의무를 지게 한다면 근로자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현행 산재 시스템은 재해 근로자가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하고, 심지어 입증 책임까지 근로자에게 부담시킴으로써, 산재 처리를 받을 권리를 근로자에게서 박탈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렇게 불합리한 산재 시스템 안에서, 산재를 인정받으려면, 결국 근로자가 똑똑하고 야무지게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물론, 산재를 당하지 않는 게 가장 좋겠지만, 사고는 뜻하지 않게 찾아온다. 산재의 유형은 크게 보아 질병과 사고로 나눌 수 있다. 질병 산재는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할 수 있지만, 사고 산재는 근로자가 스스로 대응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사고는 뜻하지 않게 찾아온다. 평소에 생각해 두지 않으면 초기 대응을 잘못할 수 있고, 그러면 산재를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


10년 넘게 노동 상담을 하면서, 산재 신청을 망설이는 근로자를 참 많이 보았다. 회사 측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잃게 될까 두려운 마음이 든다. 그래서 일하다 다쳤어도, 고통을 참으면서 병원에 가지 않다가, 통증이 너무 심해졌을 때, 비로소 병원을 찾는 근로자가 적지 않다.


사고를 당한 뒤 병원에 늦게 갈수록 산재 인정 가능성은 적어진다고 볼 수 있다. 사고 사실을 입증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사고 당일 또는 그다음 날에 병원에 가서 치료받은 기록(진단서, 의무기록지 등) 자체가, 사고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사고성 산재는, 사고 사실과 치료 기록만 입증되면, 산재를 인정받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따라서, 당장은 산재를 신청할 생각이 없더라도, 사고 당일이나 그다음 날에, 꼭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기를 바란다. 아울러, 가능하다면 사고 사실을 회사 관리자에게 기록이 남는 방식(문자메시지, SNS 등)으로 알리고, 목격자도 확보하는 게 현명하다.


나중에 생각이 바뀌어 산재를 신청할 때, 위와 같이 초기 대응을 잘했다면, 산재 신청을 늦게 하더라도, 관련 기록은 남아 있으므로, 산재가 불인정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일하다 다쳤을 때, 즉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즉시 산재 신청을 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불합리한 현행 산재 시스템에서, 그리 하지 못하는 근로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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