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과 함께 실업급여는, 노동 상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실업급여 제도는 중요한 사회 안전망 중 하나인데, 현행 제도에서는 자발적 퇴직과 비자발적 퇴직을 구분하여, 비자발적 퇴직자에게만 실업급여 수급자격을 인정한다. 자발적 퇴직자도 생계가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앞으로는 실업급여의 지급 대상이 좀 더 넓어져야 할 텐데, 흐름이 거꾸로 가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
어느 날, 연세가 있어 보이는 어르신 한 분(근로자 A)이 상담실을 찾았다.
소규모 제조업체에서 약 2년 간 근무하고 퇴직했는데,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고용센터에 갔더니, 자진퇴사했기 때문에 실업급여를 지급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근로자 A는 자진퇴사한 것이 아니라 권고사직으로 퇴사했다. 근로자 A는 자신이 해고당했다고 말했다. 어느 날 관리자가 부르더니, 이번 주까지만 근무하고 그만두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미리 작성한 사직서를 내밀면서 서명하라 해서, 서명을 했다고 한다. 근로자 A는 관리자에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냐고 물었고, 관리자는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근로자 A는 그 말을 믿고, 고용센터에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갔다가 거절당한 것이다.
근로자 A가 서명했던 문서는, 개인 사정으로 퇴직한다는 내용의 사직서였을 게 뻔하다. 근로자 A는 회사한테 속았다. 실업급여를 도둑맞았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회사는 왜 권고사직으로 처리를 안 해 줄까요? 실업급여를 회사에서 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근로자 A처럼 실제로는 해고나 권고사직으로 퇴직하는 경우에, 회사에서 자진퇴사로 처리하는 사례가 잦다. 정확히 말하면, 이직확인서의 이직 코드와 사유를 23번(권고사직)으로 기재해야 하는데, 11번(자진퇴사)으로 기재하는 것이다. 왜 그럴까? 권고사직으로 처리하면, 고용 관련 지원금을 신청할 때, 자격 요건에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근로자로서는 억울한 일이다. 자진퇴사인데 권고사직으로 처리할 달라고 한다면 '부정수급'에 해당하지만, 실제로 권고사직 또는 해고로 퇴사하는데, 자진퇴사로 처리되어 실업급여를 못 받는다면 정말 억울한 일이다. 따라서 근로자는 퇴직 전에 실업급여 수급자격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아래와 같은 순서로 대응하면 좋겠다.
회사의 대표자 또는 관리자가 이달 말까지만 근무하라고 말했다.
즉답을 피하고,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한다. 만약, 회사 측에서 사직서를 내밀며 서명하라고 하면, 절대로 서명해선 안 된다.
부당 해고를 다투고 싶은지, 권고사직으로 실업급여만 받고 퇴직할지를 결정한다.
부당 해고를 다투고 싶다면, 회사 측에 해고통지서 교부를 요구한다. 실업급여만 원한다면, 회사 측의 요청에 동의하며, 이로써 권고사직이 성립함을 말하고(이 대화나 통화를 녹음할 것), '이직확인서 발급 요청서'를 작성하여 회사에 제출한다.
회사에서 교부한 이직확인서에 이직 코드와 이직 사유가 23번(권고사직)으로 기재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만약, 11번(자진 퇴사)으로 기재되었다면, 즉시 정정할 것을 회사 측에 요구한다.
만약, 회사 측에서 이직확인서를 교부하지 않는다면, 고용센터에 신고한다. 회사 측이 끝끝내 11번(자진 퇴사)으로 기재한 이직확인서를 고용센터에 제출하면, 권고사직임을 뒷받침하는 증거 자료(녹음 파일,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 등)를 첨부하여, 근로복지공단에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확인 청구서'를 제출하여, 이직 코드와 사유를 정정한 뒤에 실업급여 신청을 한다.
실업급여 제도 자체도 문제지만, 회사 측의 비협조적인 태도까지 더하여, 이래저래 근로자는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세상이다. 아무쪼록, 미리미리 준비하고 미리미리 상담을 받아서 초기 대응을 잘하시기를 바란다. 회사한테 속아 자진퇴사한다는 사직서에 서명하고 나서, 상담을 요청하면 이미 때가 늦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땐 너무 늦은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