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대체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는가.
이 말을 만든 사람을 한 대 때려주고 싶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노력이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마치 철칙처럼 믿었던 어릴 적의 나는, 내가 무엇이든 노력만 하면 이루어낼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노력의 배신을 여러번 경험하며 좌절하다보니 깨달았다.
노력은 나를 종종, 때때로 배신한다. 그것도 대차게 말이다.
배신하는 방법도 여러가지가 있다.
죽도록 열심히 노력할 때는 가만히 있더니 결과가 나올 때 갑자기 '방향이 틀렸어'라며 고개를 돌리기도 한다.
무언가를 기대하고 미친듯이 달려왔더니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그곳이 폐허가 되어있기도 하다.
(예컨대, 죽도록 열심히 노력해서 원하는 대학을 붙었더니 코로나로 인해 대학이 2년간 문을 닫기도 하며,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했는데 심사위원에게 '노력은 했는데 너무 요령이 없다'라며 혹평을 받기도 했다.)
인생을 살아가며 중요한 것은, 노력이 나를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굳은 믿음보다는, 노력했지만 배신당할 때도 종종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의연하게 나아가는 것임을 이제야 깨닫는다.
좌절하기 보다는, 그냥 그게 인생이라고, 그러니 그냥 나는 하던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말이다.
이 다짐과 일맥상통하는 오은영박사님의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열심히 살아도요, 체면이 구겨질 일이 많이 생깁니다. 인생이 뭐 어떡하겠습니까? 그냥 언제나 내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거죠. 그 결과를 내가 다 컨트롤 못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