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엄마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너는 나중에 어떤 훌륭한 사람이 될 지 모르니,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는 최대한 목소리를 내지 않는게 좋겠어."
부모의 자식에 대한 한없이 과도한 기대와 그것보다 더 과도한 걱정이 합쳐진 애정어린 말이었다.
정치인, 연예인, 하다못해 유명세를 타는 일반인까지도. 과거의 발언과 행동 하나하나를 들춰내 흠내기 바쁜 세상이라는 것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성자가 아니라면 통과하기 불가능한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기도 하며,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나 양극화되고 극단화되는 사회를 두 눈으로 바라보며, 부모님께서는 내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이 이다지도 걱정이 되셨나보다.
그렇다, 나는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 인생의 큰 목표 중 하나이다.
학벌, 직업 이런 것들은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할 때 나의 목소리를 널리 퍼트려줄 확성기이자 나의 이름에 대한 보증수표 정도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주변의 소리와 숨겨져있던 것들 모두에 예민했던 나는, 사회의 이면에 숨겨진 것들과 그들의 소리없는 외침을 남들보다 잘 발견했다.
그리고 그들의 외침이 나를 통해 발견될 수 있도록 하고싶다는 꿈을 꿨다.
그런 사람이 된다는 결과도 분명 중요하지만, 나라는 사람은 그 결과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나라는 사람은 그것을 이루기 위해 거쳐온 모든 과정들의 집합체다.
근데, 목소리를 내겠다는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한 그 과정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려워하라는 그 말이 이해가 되면서도 혼란스러웠다.
선한 결과를 이루기 위해 모순된 과정을 지나는 것이 과연 현명한 방법인가?
아니면 이것이 현실인데 내가 너무 이상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
수도 없이 들었던 말이, 허황되게 느껴지는 세상에 살고 있음이 조금은 슬픈 하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