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의 고백

by 제로

어느 순간 저는 더 이상 보고싶지 않아서 눈을 감았습니다.

그들의 갈등을 타자 간의 싸움으로 치부하고 나와는 관련 없다 여기려고 애썼습니다.

그것이 점점 나의 삶과 가까워져가는 것을, 아니 어쩌면 원래 나의 싸움이었던 것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우리의 세상이 선과 악으로 구분되는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선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에 비통해하며 정작 악한 것들에는 무관심 했습니다.

그 무관심의 틈이 모여 그들의 악한 마음들이 당당하게 걸어들어갈 수 있는 길을 내주었다는 것이 부끄럽습니다.

'1년만 있으면 다 뽑아준다'고 스스로 당당하게 밝힌 모 정치인의 말에 분노와 함께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그들의 비양심이 이토록 당당하고 거침없는 것은 어쩌면 깊게 알기를 거부했던 나의 탓일지 모릅니다.


사실 내가 느낀 것은 무력감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어떻게 인간이 저렇게나 이기적일까, 내가 사랑하는 나의 터전을 지킬 힘이 있는 자들은 왜 자꾸만 우리의 삶을 무너뜨리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생각나지 않아, 눈을 감고 모른채 하는 것을 택했던 것 같습니다.


세상을 바꾸는데에는 큰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회과학을 배우는 사람으로서, 사회에 만연한 문제들에 대해 혼자 해결책을 고민하다가도, 결론은 늘 푸념과 한숨이었습니다.

교육, 인식변화, 시민, 민심, 마음, 관심, 캠페인 이런 아름답지만 작은 것들은 미안하지만 너무 교과서적인 말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힘 있는 자들의 이기심과 연대를 이기기에는 너무도 연약하고 아름답다고 말이지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연약하고 아름다운 것들 밖에 없다는게 답답해 그 말들을 속으로 삼키고 삼켰습니다.


하지만, 세상을 지키는 것은 연약하고 아름다운 것들이었음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작고 연약한 것들이 모이면 크고 강건한 것이 된다는 것을요.

어릴 적 배우고 공부한 민주주의와 도덕, 양심, 그리고 그로부터 자연스럽게 형성된 소신이라는 것이 많은 사람들을 그 날 밤 국회 앞으로 불러모았습니다.

불의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각 군인들의 소신이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씩의 변화를 만들었고, 그 변화가 모여 뒤흔들리는 나라를 지켰습니다.

더 이상 눈감지 않겠다는 민심과 다짐이 모여 촛불로 국회 앞을 밝히고 있습니다.


나는 장담합니다, 우리가 이길 수 밖에 없는 드라마라고.

그리고 다짐합니다. 더 이상은 눈 감고 근시안적인 세상을 살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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