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N번째 퇴사기 : 끝나지 않은 이야기

10. 끝나지 않은 이야기

by 하루

목차

1. 저 다음 달에 퇴사합니다!

2. 요즘애들은 끈기가 없다고요?!

3. 나의 1번째 퇴사기 : 열정페이인데 경력인정도 안된다고?

4. 나의 2번째 퇴사기 : 계약직이라 이건 안되는데 저건 해야 돼?

5. 나의 3번째 퇴사기 : 여기보다 더 좋은 곳으로 가렴

6. 낯선 휴식, 치열하지 않아도 괜찮아

7. 나의 4번째 퇴사기 : 관행? 이 정도는 괜찮다는 건 뭔데

8. 나의 5번째 퇴사기 : 가스라이팅 당한 거라고?!

9. 나의 6번째 퇴사기 : 병가,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10. 나의 N번째 퇴사기 : 끝나지 않은 이야기


나의 N번째 퇴사기 : 하차 선언 그 후


퇴사를 내뱉고나면 어떤 일이 생길까?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가장 고민되고 걱정되는게 이 뒷 일이 아닐까 싶다.

일반적으로 퇴사를 이야기하는 시점은 퇴사를 희망하는 날짜의 한달 전쯤이다. 그 말은 회사에 퇴사를 이야기하고 한 달 정도 더 회사를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근무자를 구해야하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이 점은 퇴사를 이야기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에 하나이다.


어떤 경우에는 관리자가 퇴사 소식을 동료들에게 알리지 않거나 늦게 알려주어 불편함을 최소화 해주기도 하지만 내가 겪은 대다수의 퇴사에선 어떤 통로든 소식은 매우 빠르게 퍼져나갔다. 6번째 퇴사의 경우 내가 퇴사 소식을 보고한 지 3시간 만에 퇴사 소식과 더불어 온갖 루머들이 생성되기 시작했었다. 예상되겠지만 퇴사까지 남은 한 달은 굉장히 곤욕스러운 나날이었다.


어떤 조직이냐에 따라, 조직의 규모나 분위기, 시기에 따라 퇴사에 대한 반응은 제각각일 것이다. 내가 겪은 6번의 퇴사에서도 그 반응이 제각기 달랐다. 어떤 때는 따뜻한 환송의 느낌, 어떨 때는 배신자가 된 느낌이기도 했다. 끝이 끝인 것 같지 않은 퇴사도 있었다.


그렇지만 정말 다행인 점은 끝이 정해져 있단 점이다. 관계가 좋았던 나빴던, 어떤 말들이 돌고 있던, 남는 자는 그들이지 내가 아니다. 나는 꼬박 한 달만 참고 나가면 그만인 것이다.


마지막 퇴사의 경우 그 한 달은 정말 고난의 연속이었다. 쏟아지는 막말, 눈에 띄는 배척과 무시, 자꾸 가지를 치는 근거없는 소문들과 보다 더 가혹해진 업무량에 마음도 몸도 무너졌다.


사회생활에서 동료애란 참 얄팍하기 짝이 없다. 이 사실을 알기에 동료에게 많은 정을 주지 않으려 하지만 그래도 매번 빼빼로데이, 발렌타인데이 무슨 데이든간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날엔 늘 직접 만든 무언가를 선물해주곤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의미없는 행동이었다.


그래도 5번째 퇴사 때보단 덜했다. 5번째 퇴사 때는 동료들과는 좋게 헤어졌지만 상사의 가스라이팅으로 인해 생겼던 불면증으로 한동안 정신과에 다니며 상담도 받고 수면제도 복용했었다. 그 때 그걸 겪어서인가 6번째 퇴사 때 동료들의 눈총은 조금 더 견디기 쉬웠다.


퇴사 = 실패? 퇴사 = 선택!


6번의 퇴사를 마쳤다. 20대 초반부터 30대 초반까지 10년간 6번의 퇴사이니 평균 2년을 넘기지 못하고 퇴사를 했다. 선배들이 말하던, 채용할 때 꺼려하는 짧은 경력으로만 채워진 이력서를 완성하였다. 게다가 분야만 같지 6개의 회사에는 연결성이 없다. 좋은 이력서는 아닐 것이다.


어떤 이들은 '퇴사'라는 단어를 실패와 연결시키는 것 같다. 실패, 좌절, 포기와 같은 부정적인 단어들과 같은 선상에서 생각한다. 직장 적응에 실패하거나 어려움에 좌절해서, 혹은 버티기를 포기해서 퇴사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럴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마냥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일은 아니다.


나와 맞지 않는 직장에 계속해서 다니는 것과 퇴사하고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것 둘 중 어떤게 더 부정적인 일일까?

힘들고 어려운걸 버티면서 꾸역꾸역 회사를 다니는 것과 버티기를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아보는 것 어떤게 현명할까?

구조적인 좌절의 경우에도 극복이라는 단어가 답이 될 수 있을까?


내 경우에는 맞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은 시간 낭비였고, 버티고 참으면서 회사를 다니는 것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망치는 행위였다. 그렇게 버티다 망가진 몸과 마음은 다시 사회로 진입하고자 할때 방해가 되기도 한다. 완전히 지쳐버려 다시 그 분야로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심지어 이제는 어른들이 말하던 '평생 직장'의 시대가 아니다. 회사가 나의 평생을 책임져줄 수 없고, 우리 역시 회사에 평생 헌신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 왜 나를 망치면서까지 버텨야할까? 변하지 않는 제도, 엉망인 관행, 이해할수 없는 수많은 일들은 버티다보면 해결이 될까? 그보다 나를 성장시켜줄 수 있는 기회를 찾아 떠나는게 맞지 않을까?


퇴사는 실패, 좌절, 포기보다는 하나의 다른 선택지에 불과하다.

내 인생의 성공과 실패는 회사가 좌우하지 않는다.



RESET : 또 다른 도전


6번째 퇴사를 하고 보름쯤 지났다. 언제나처럼 나 없으면 안 될 것만 같았던 옛 직장은 나 없이도 잘 돌아가는 것 같다. 사실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지만 퇴사를 하기 전까지 얼마나 불안했는지 모른다. 사실 내가 불안해 할 일도 아닌데.


다시 리셋이다. 무엇을 해야할지, 앞으로의 진로를 다시 고민해본다. 다음 단계로의 성장일지, 다른 분야로의 이적일지, 아니면 조금 긴 휴식일지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원점은 아니다. 6번의 퇴사를 겪으며 매번 실업자의 위치로 돌아왔지만 한 번도 원점으로 돌아오진 않았다. 어떤 직장이든, 그곳에서 어떤 시간을 보냈던 항상 그 전보다는 성장해있었다. 6번의 퇴사를 거친 나는 누가 봐도 단단하고 노련해졌다. 순수하고 열정적이었던 때의 장점도 많았지만 나는 지금의 내가 훨씬 마음에 든다.


10년의 사회생활 동안 피했으면 어땠을까 싶은 안좋은 경험들도 분명 있었다. 상처가 되기도, 때로는 흉터를 남기기도 했던 많은 일들을 지나쳐왔다. 하지만 그 경험들은 그 나름대로 도움이 되었다. 안좋은 직장, 상황들, 사람들을 미리 알아채고 피할 수 있는 안목(혹은 눈치)을 키워준 것이다. 나는 이제 마냥 순수하게 그런 상황들과 사람들을 대하지 않는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맞설 수 있으면 맞선다.


돌아보면 의미 없는 시간은 없었다. 그리고 의미 없는 사람들도 없었다. 관계가 좋았던 나빴던, 어려웠던 쉬웠던 스쳤던 그 많은 사람들과 알게 모르게 각각의 영향을 주고 받았다.


6번의 퇴사에 후회는 하나도 남지 않았다. 어느 한 곳에서도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적이 없었고, 모두 적당한 때에 떠났다.


앞으로의 일들도 기대된다. 순수함은 잃었지만 열정은 아직 조금 남아있는 것 같다. 해보고 싶은 일들이 아직은 많이 남아있다. 지금은 조금은 편하게 살고 싶은 마음과 계속 가던 길을 가고 싶은 마음 두 마음이 매일 엎치락 뒤치락 싸워대고 있다. 어느 쪽이 이길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건 어느쪽이 되든 새로운 도전일 것이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업무, 새로운 사람에 적응하며 새로운걸 배우고 성장해나가는 과정이 또다시 펼쳐질 것이다.


나의 퇴사기가 이번이 마지막이 되진 않을 것 같다. 애석하게도 나에겐 30대 여성의 고비라는 출산과 육아라는 관문이 아직 남아있다. 이 관문을 넘어 다시 사회로 진입한 많은 선배들은 이 과정에서 퇴사를 한 번씩은 경험했다고 한다. 나 역시 크게 다르진 않겠지.


언젠가 끝날 하지만 아직은 끝나지 않은 나의 N번째 퇴사 이야기를 마친다. 지나온 10년간 내가 경험했던 이슈들은 이미 끝난 이슈들도 있을 것이고, 여전히 암암리에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이 모든 이슈들이 사라지길 바란다. 사회라는 곳이 그렇게 이상적으로만 흘러갈 수 있는 곳이 아니란 걸 알지만 조금씩 개선되어가길, 시대의 변화에 앞서가진 못하더라도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조직들로 변모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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