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N번째 퇴사기 : 요즘 애들은 끈기가 없다고요?!

2. 요즘 애들은 끈기가 없다고요?!

by 하루

목차



1. 저 다음 달에 퇴사합니다!

2. 요즘애들은 끈기가 없다고요?!

3. 나의 1번째 퇴사기 : 열정페이인데 경력인정도 안된다고?

4. 나의 2번째 퇴사기 : 계약직, 이건 안되는데 저건 해야 돼?

5. 나의 3번째 퇴사기 : 여기보다 더 좋은 곳으로 가렴

6. 낯선 휴식, 치열하지 않아도 괜찮아

7. 나의 4번째 퇴사기 : 관행? 이 정도는 괜찮다는 건 뭔데

8. 나의 5번째 퇴사기 : 가스라이팅 당한 거라고?!

9. 나의 6번째 퇴사기 : 병가,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10. 나의 N번째 퇴사기 : 끝나지 않은 이야기


어렵게 들어와 금방 나간다?


청년실업.

20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뉴스에는 연일 청년실업에 대해 떠들기 시작했다.

이 현상이 10년을 넘어 30대인 지금까지 이어질 줄은 나도 몰랐지...


길어지는 취업난 속 언론에서는 다양한 쟁점을 화두에 올려놓았다. '비정규직', '열정페이', '공공일자리' 등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화두에 올랐다가 내려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청년 그 자체가 화두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중소기업 기피', '취업난 속 일자리 편식하는 청년들', '청년 조기퇴사' 등 청년실업 시대 속에서 청년들이 배부르게도 일자리를 꼼꼼히 따져가며 고르고,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금세 나와버리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청년들(만 35세 미만)의 조기 퇴사율(1년 미만)은 10명 중 3명(28%)라고 한다(2021, 사람인). 청년들은 자발적 퇴사에 대해 긍정적(74%)이며, 이직을 프로선수가 소속팀을 이적하는 것과 같이 생각한다고 한다(2023, 동아일보). 그러면서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이러한 현상은 기껏 일을 가르쳐 놓았더니 이직, 일에 적응했다 싶으면 퇴사라 기업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단기간에 직원이 퇴사한다는 것은 운영 안정성에 적신호인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접근법이 틀렸다. 문제가 생겼으면 원인을 분석하고 그 원인을 제거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갈 수 있을지를 모색해야 하는데 지금의 경우는 인력 지속성의 문제를 'MZ세대'만의 것으로 국한해 버리고 조직의 문화, 기업의 운영방식을 바꿀 생각은 없어 보인다. '90년대생', 'MZ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그들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지만 은연중에 청년들을 사회에서 분리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조직의 문화, 기업의 운영방식이 조직원의 근속을 저해하는 것이 과연 세대의 문제일까?

우리 세대가 정말 이러한 것들을 '참지 못해' 잦은 퇴사를 하는 걸까?

엄연한 사회인이 된 우리를 여전히 미성숙한 존재로 규정하는 이유가 뭘까?


끈기의 문제인가 시스템의 문제인가?


30대 초반, 6번째 퇴사 중인 나는 그들의 눈에 전형적인 문제적 청년일지 모른다. 길어야 2년 반, 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6번 이상의 퇴사를 했다. 한 회사에 10년, 20년 근속하는 '어른'들의 눈에 나는 끈기 없고 미성숙한 'MZ 세대'로 비칠 것이다.


'한 직장에서 3년 이상은 있어야 경력으로 쳐주지', ' 이력이 자꾸 단절되는 건 좋지 않으니까 조금만 더 참고 일해보자', '다 너를 위해 하는 말이야 안 힘든 사회생활이 어딨니?'


사회생활 선배들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이직을 많이 할수록 유리한 건 미국일이지 한국은 다르다며, 이 업계에서는 3년 이하의 경력을 잘 쳐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끈기 있게 버티는 게 답인가 하는 고민... 나도 안 해본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말하는 3년을 코 앞에 둔 상황에서도 내가 퇴사를 결정한 것에는 도무지 해결되지 않는 '시스템' 때문일 때가 많았다. 도무지 변하지 않는, 견고하면서도 합리적이지 않은 시스템은 내가 그곳에 머물지 않을 충분한 이유가 된다.


나이 순에 따른 승진 혹은 승진제도가 아예 없는 조직 구조, 인정받을 수 없는 경력, 비합리적인 연차제도, 역행하는 급여, 10년의 급여동결, 이해할 수 없는 소통구조, 부조리 고발에 대한 보복, 말단에게만 요구하는 투명성, 기준 없이 윗선의 말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업무 방식, 성장하지 않는 회사와 나... 내가 겪은 일들만 나열해도 머리 아픈 수준이다.


저런 것들이 끈기 있게 참는다고 바뀔 수 있는 것들이었다면 나 역시 퇴사라는 모험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청년실업의 시대에 내가 재취업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모험을 하는 것에는 커다란 확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곳에 10년을 있어도 내가 인정받을 수 있는 경력이 아니라면, 승진을 위해서는 어차피 퇴사 후 재입사를 해야 한다면, 사내 부조리를 고발했다가 보복을 받았다면, 내 급여가 10년 동안 동결될 예정이라면 내가 그곳에 남아있을 이유가 있을까?


'이 회사는 바뀌지 않아'


나는 확신을 가지고 퇴사하였고, 퇴사를 했기에 조금 더 성장하여 조금 더 나은 직장에 다닐 수 있었다.


물론 시스템이 완벽한 회사만을 원한다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인식하고 변화하는 회사, 그런 조직구조가 새로운 세대가 원하는 회사가 아닐까?


세대를 탓하지 말자 변해야 할 것은 새로운 세대가 아니라 낡은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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