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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셰프

데이 4

by 토마토

시골 장날. 장 입구부터 맛있는 먹을거리며 신기한 잡동살이들이 모두 모여있는 그곳

어릴 적부터 시장 구경을 좋아했었다. 좋은 빛깔로 수북이 쌓여있는 반찬들이며, 싱싱한 과일 그리고 떡 등이 푸짐하게 쌓여있는 시골 장은 너무나 신기한 놀이터였다.

그곳에 가면 채 썬 호박과 당근이 살짝 들어간 칼국수를 끓여주는 할머니가 계셨고

봄이면 냉이와 달래같이 향긋한 나물이 바구니에 담겨있었다

아직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부는 흰색과 검은색 두 가지가 있었고

각가지 과일은 또 어떤가?

하얗고 솜털이 있는 복숭아의 달콤한 향기가 나를 사로잡았고

빨갛게 그리고 적당히 졸아든 양념에 고운 빛깔을 자랑하는 떡볶이는 그냥 지나치기 힘들게 만들곤 했다

눈알이 싱싱한 자반고등어, 통통한 오징어, 그중 반짝 빛나는 은갈치는 그냥 바라보고 지나치게 되는 생선이었다. 가격이 비싸서 쉽게 사 먹을 수는 없으니까

할머니들이 직접 기른 것 같은 여린 상추잎, 콩나물은 꼭 사야 하는 야채였다.

상추는 흐르는 물에 씻어 여러 장 겹쳐서는 밥과 쌈장을 넣고 쌈을 싸 먹으면 상추의 알싸한 쓴맛이 입맛을 돗구고 먹고 나서도 개운한 뒤 끝맛이 좋았기 때문이다.

장날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예전에 원주에 살았을 때 시장에서 맛보았던 음식들이 그리워서 일 것이다


이곳 호주에서는 최근에 나이트 마켓 그중에서 음식만 파는 곳이 생겨서 그곳에 다녀왔다

'나이트피스트'라고 유명 레스토랑 셰프들이 각각의 가게 이름을 걸고 다른 부스 안에서 음식을 파는 곳이다

시작한 지는 이틀 정도 되었는데 궁금해서 가보게 되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로 여기저기 분비고 있었고 가게마다 길게 줄이 서 있어서 사람들 사이를 뚫고 메뉴를 확인해 보고는 몇 가지 음식을 맛보게 되었다

' uncle don'이라는 곳은 덮밥을 파는 곳인데 얇게 썰은 삼겹살을 숯불에 구워 그 위에 데리야끼 소스 같은 것은 발라서 밥 위에 얹고는 알맞게 익은 계란을 올려주는 곳이다

삼겹살을 한입 먹고 정말 "와우"라고 외쳤다

너무 맛있었다 양념맛도, 적당히 베인 숯불의 향기도 너무 매력적이었던 음식이다

그다음 맛보았던 음식은 '팟타이'

맛은 있었지만 특별하진 않았다. 본연의 맛에 충실한 팟타이였다.


언제나 이렇듯 음식 축제를 하는 곳에 가면 한정된 음식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항상 아쉽다. 작은 사이즈로 만들어서 이것저것 다 맛보면 너무 좋겠는데 가격은 높고, 배는 부르니 말이다.

봄이 오고 있다.

각가지 봄나물과 과일을 구경하러 시장에 가보면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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