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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셰프

데이 6

by 토마토

길 위로 나가기 3일 전이다. 출발하기 전에 챙겨야 하는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먹고, 자고, 기본 위생관리를 위해 필요한 것들의 목록을 적어보았다.

잠을 잘 자기 위해서 텐트와 밑에 깔 수 있는 매트 그리고 덮고 잘 수 있는 이불이 필요하고 더불어 텐트 안에 은은한 분위기를 위해 작은 전구들이 방울방울 이어져있는 전구를 하나 준비했다.

잘 먹기 위해서... 이것은 필요한 것이 너무나 많지만, 가스레인지와 간단한 주방기구들, 식기류, 그다음은 먹을 것 젤 중요한 쌀과 라면은 꼭 챙겨야 한다.

기본 위생을 위해서는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있는 곳을 찾을 예정이다.


기분이 어떠냐고요? 설렘과 두려움이 섞인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여러 가지 걱정들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올라오지만 걱정의 80 %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니까 일단은 접어두겠다.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직장에 빨리 들어가야 하나 고민했었다.

생활을 해야 하니 한주라도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많이 힘들어질 테니까.

하지만 호주에서 12년을 비자와 씨름하며 전쟁같이 살다 보니 '쉼'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잊고 살았었다.

더 좋은 직장, 더 나은 보수를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았었고, 직위가 올라갈수록 스트레스의 강도는 더욱 높아졌다.

어느 순간 나 자신에게 이런 질문들을 하고 있었다.

'지금 뭐 하고 있니?' '잘 참고 있니?' '내일은 좀 나아질까?' '이 일을 끝까지 좋아할 수 있을까?'

요리를 하며 살고 있는 나에게 하는 질문들이었고 이에 답을 해주고 싶었다.

결승선을 향해 달리기를 하는 선수처럼 나도 이 힘든 시간이 끝나기를 바라며 결승선을 향해서 죽을힘을 다해서 뛰고 있었다.

주방에서 일하는 것은 체력적으로 힘든 일들이 많다.

우선은 12시간 넘는 시간을 쉬는 시간 없이 서있어야 한다.

무거운 냄비나 배달된 온갖 식재료를 완맞은 곳에 옮겨 보관해야하고,

위생에 항상 신경써야 한다.

설거지를 하루 종일 하면서 말이다.

가장 힘든것은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피곤에 절어 힘없이 일하는 것을 보는 것이다.

요리라는 무대에서 우승을 하고 싶어서였을까?

글쎄 우승이라는 것이 과연 있기는 했던 것이었을까?

삶이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지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잠시 숨을 고르며 느린 속도로 계속 뛰고 있으면 얼마가지 않아 다시 속도를 낼 수도 있다.

그렇게 잠시 동안 천천히 뛰어가기 위해 나는 길 위로 나가기로 했다.

달리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길 위에서 요리하고 그리고 다시 또 달리고.

열정.... 어쩌면 나는 다시 열정이 찾고 싶어서 길에게 물으러 가는 것이리라.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계속해서 글을 쓸 것이고 요리를 할 것이다.

돈이 떨어지면 접시라도 닦아서 경비를 충당하며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 볼 계획이다.

무모한 도전이다.

너무 늦은 나이에 나는 아직도 방황이라는 것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12년 전 내 인생의 가장 힘든 시기가 왔을 때 나는 길 위에 있었다.

그때는 45일 동안을 차를 끌고 방황을 하고 다녔었다.

그 힘으로 12년이라는 세월을 꿋꿋하게 견뎠던 거 같다. 길 위에서 부딪혔던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며 조금씩 강해졌고, 새롭게 만나는 친구들로부터 좋은 영향을 받아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

지금 내 인생은 꽈배기다. 꼬였다. 아니 실타래가 꼬이듯이 꼬였다.

그것을 풀려고 하지는 않는다.

나는 오늘도 멈추지 않고 걸어갈 것이다.

걷다 보면 실타래를 끊어낼 수 있는 과감한 자신감이 생기던지,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찾던지,

또 아는가? 그것이 꼬인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인생은 답이 여러 가지인 주관식 문제이다.

너도 맞고, 나도 맞고 우리 모두는 다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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