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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번 일기

어쩐지 식욕이 더욱 좋아지고 있습니다

by 토마토

멜번에서 세 달째 살고 있습니다.

특별히 좋은 것이 있느냐고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새로운 곳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겠고요, 사람들이 정말 많이 삽니다. 한국에 와 있나 싶을 정도로 와글와글 여기저기 사람들이 많습니다.

바로 그 점에 끌렸던 것 같습니다. 멜번이....

어쩐지 서울과 닮아 있다는 것.

갈 곳도 많고, 사람도 많고, 먹을 것도 많다는 것에 말이죠

12년을 브리즈번 근교에서 살다가 불현듯 이 낯선 곳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새로운 곳에서 살아보고 싶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말이죠.

하지만, 인생이라는 것이 쉽게 바뀌는 법은 없죠.

안정된 직장도 잃고, 집도 버리고 그렇게 멋지지만은 않은 상태로 이곳에 왔습니다.

생전 처음 살아보는 곳에서 돈도 못 벌고, 매일 나가야 되는 돈은 하루하루 늘어가고 말이죠.

일자리는 객지에서 온 이방인에게는 덜컥 주어지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죠

수중에 있는 돈이 떨어져 갈수록 더욱 높아지는 것은 바로 식욕입니다.

맛있어 보이는 것이 왜 이리도 많은지, 거짓말을 조금 보태서 거지가 된 것 같았습니다.

모든 것이 새롭게 혀끝에서 느껴졌어요

갓 지은 밥의 구수하고 촉촉한 식감, 한 숟가락 입에 넣으면 아무것도 안 먹어도 그 자체로 달콤하고 맛있더군요.

또 김치는 어떻고요. 두말하면 잔소리죠

따뜻한 밥에 김치. 새콤 짭짤한 맛에 아삭아삭 시원하게 씹히는 그 맛에 멈출 수가 없었답니다.

과일은 말할 것도 없죠. 세상 흔하던 바나나가 그렇게 맛있는 과일이였다니.

이 정도면 소화불량은 나와는 너무 먼 상태가 되는 거죠.

교통비 절감을 위해 가능하면 걸어 다니다 보니 체력도 좋아진 듯하고, 식욕은 폭발하고 있습니다.

멜번에서는 모든 것이 다 맛있습니다.

혀에서 느껴지는 맛에 매일 감동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오이 한입 베어 물면 '이렇게 맛있는 야채가 있다니' 하며 그 맛에 감탄하게 되니까요.

자연이 주는 그대로의 맛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중이랍니다.

야채가게에 가면 할인을 하는 야채들을 따로 모아놓잖아요

호박, 가지, 파프리카, 브로콜리 이런 것들은 값도 싸고 품질도 좋은 것들이 많거든요

야채를 장바구니에 마음껏 담고는 집에 돌아와 야채로 요리를 시작합니다.

호박을 둥글게 썰어 기름을 두른 후 오븐에서 노릇노릇하게 구워내어 조림 소스를 뿌려주고요

가지는 찜통에 9분 정도 쪄서는 들기름과 국간장 그리고 마늘과 파를 넣어 조물 조물 무칩니다

파프리카도 기름을 두르고 오븐에서 익혀서 껍질을 제거하고 토마토소스와 굴소스, 식초 그리고 고추를 넣어 파프리카 구이도 만듭니다.

브로콜리는 살짝 데쳐서 그대로 먹어도 맛있답니다.

경제적인 사정이 풍족하지 않아서 시작한 야채 요리들이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얼만전부터 달리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처음부터 5킬로미터를 달리고 하루종일 배가 고파서 힘들기도 했습니다.

점점 건강한 식사를 시작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간식과 정크푸드, 술 등은 원하지 않게 되었고,

아주 가끔 고기는 먹습니다.

침을 질질 흘리면서 말이죠

어쩌다가 먹는 냄새와 맛이 황홀하기까지 하답니다.

특별히 불고기가 말이죠. 너무나 맛있는 요리입니다.

쌈에 싸서 밥 한 점, 쌈장 조금 넣고 먹으면 행복해지는 맛이죠.

그리 먹고, 오늘도 달립니다.

찬바람을 가르며 달리고,

자연이 주신 것들로 식사를 하고,

이렇게 글을 쓰고,

짬짬이 책도 읽고,

너무나 달라진 삶을 살고 있지만,

신이 납니다.

변화가 있어서 좋고,

내 몸을 돌보며 건강한 식생활을 하고 있는 것에 감사하고, 매일 새롭게 변화무쌍한 날씨를 보이는 이곳이 너무 좋아지고 있습니다.

천천히 달리며,

길가에 있는 풀과 나무와 꽃을 보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어쩐지 멜번에 온 이후로 식욕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

아니 식욕 뿐만이 아니라 모든 욕구가 살아나고 있습니다.

이 곳을 더 많이 알고 싶고,

배우고 싶고,

느끼고 싶어지거든요.


그럼 내일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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