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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번 일기

꼬마 엘리와 나

by 토마토

6살쯤 되는 여자 아이의 이름은 엘리입니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아이와 엄마가 함께 제가 지금 일하고 있는 가게에 와서 저녁을 먹었다고 합니다.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낸 엘리는 그다음에도 가게에 왔습니다. 그러면서 저를 보고는 " 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야" 라며 말을 하였습니다.

나를 가장 좋아한다고? 내가 무엇을 해줬기에? 여러 가지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 보았습니다.

솔직히 많은 손님들이 오가는 곳이라 다 기억하기는 힘들고, 특별히 그 아이에게 잘해주었던 기억도 없었답니다.

나를 좋아한다는 말을 들은 후에 엘리에게 더욱 관심이 갔습니다.

자세히 바라보니 얼굴도 너무나 예쁘게 생기고, 곱슬머리에 바비 인형을 아주 좋아하는 아이입니다.

엘리는 아주 솔직해서 오늘 하루가 어땠냐고 묻는다면 그날의 기분에 따라 꾸밈없이 대답을 한답니다.

어느 날은 기분이 너무 좋아 발레리나처럼 춤을 추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축 처진 어깨를 하고는 하루가 별로였다고 이야기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찾아와 주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엘리가 말했습니다.

" 널 위해 그림을 그려주고 싶어"라고요

그림? 무슨 그림? 그렇게 물으니 제 모습을 그려주고 싶다더군요.

오늘 엘리는 가게 문을 들어서자마자 자기가 직접 그린 그림을 내밀었습니다.

핑크색과 파란색을 섞어서 그린 그림을 말이죠

왼쪽은 엘리와 제 모습이 나란히 보입니다

너무 핑크핑크하죠

그리고 그 옆에는 자기 이름을 적어서 주었답니다.

러브레터도 아니지만, 누군가가 나를 생각하며 그림을 그려 주었다는 것에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우리는 나이와 국적과 모든 걸 초월한 친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엘리의 그림은 소중히 액자에 넣어 책상 위에 올려놓았고요. 이 그림을 보면서 항상 엘리를 생각하겠죠.

아무것도 모르던 사람이었는데 어느 순간 이렇게 친구가 되었습니다. 아이가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저에게 다가왔기 때문에 그런 거겠죠?


멜버른에서는 사람 사는 맛이 납니다. 사람들이 살다 보면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들이 생겨나잖아요.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까 별이별 일이 다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인생사는 맛이 아닐까요?

오늘은 엘리로 인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날이었습니다.

내일은 또 무슨 일이 펼쳐질까요?

너무 기대되는 밤이에요

그럼 또 내일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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