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엔 무엇을 하며 지내나요?
한주를 잘 보내고 난 후에 돌아오는 일요일이란 이렇다. 늦게까지 잠을 자다가 해가 거의 머리 위에 떴을 때쯤 일어나 텔레비전을 켠다. 집안 여기저기가 벗어놓은 옷가지며, 전날 시켜먹은 음식이 그대로 식탁에서 말라가고 있었다. 냉장고를 열어 뭐 좀 먹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는 있지만, 도무지 머릿속에서는 무엇을 해 먹어야 할지도 몰라서 냉장고 속을 하염없이 바라만 본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어찌도 그리 놀라운 아이디어가 많은지 있는 재료로만 뚝닥 멋진 식탁을 차리는데 나는 정말 왜 이모양이지?'라고 푸념하며 결국엔 커다란 그릇에 시리얼을 가득 담고 우유를 붓는다. 그래도 양심에는 걸리는지 시리얼 포장지에 쓰여있는 영양소들을 확인하면서 나를 안심시키곤 했다. 물론 정말 맛있었다. 실컷 자고 나서 배가 고픈 상태에서 무엇을 먹은들 다 맛있지 않겠는가! 그럭저럭 허기진 배를 채우고는 거실에 앉아 텔레비전을 본다. 거기서부터가 뭔가 잘못된 것이었다. '맛 대 맛'이라는 채널에서는 온갖 전문점들이 나와서 끊임없이 맛있는 음식을 보여주면서 정말 너무나 맛있게 먹는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다시 배가 고파지는 순간이 오고야 만다. 그때는 이성을 잃고 주변에 맛집이 있는지 찾아보고는 무조건 차를 끌고 나간다. 항상 1시간 정도 운전을 해야만 나오는 맛집, 그곳에 가기 위해서는 교통 체증도 하염없이 견디며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기다림의 시간이 너무나 오래 걸린다. 또 맛집에 가서는 어떤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다시 적어도 30분을 기다려야 한다. 결국엔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지만, 참 허탈감이 몰려온다. 벌써 해가 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요일이 그렇게 가고 있었다.
내일은 다시 일터로 돌아가는 월요일이다. 수업준비도 해야 하고, 출근할 때 입을 옷가지도 챙겨놔야 하고, 먹을 것도 챙겨놔야 하는데 텔레비전에서는 또다시 재밌는 '무한도전'이 시작하고 있다. 저것만 보고 해야겠다 하며 넋을 놓고 나는 또다시 빠져들었다. 한바탕 웃으며 시청하다가 연이어 주말 드라마까지 그대로 직행이다.
이것이 나의 지난 일요일의 일상이었다. 지금은 일요일이 가장 바쁜 날이다. 레스토랑은 항상 손님들로 북적거리기 때문에 그들에게 요리를 해주는 나로서는 하루 종일 부지런히 손발을 움직여야 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뭐해먹고살지?' 하며 요리에 대한 아이디어가 없어서 부단히 굶었던 나로서는 지금처럼 남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며 살고 있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던가 요리를 10년 넘게 하고 있는 나에게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냉장고를 부탁해'에 나오는 전문 요리사들처럼 냉장고를 스캔해서 거침없이 요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정말 먹고 살 걱정이 없어졌으니 더없이 좋은 일이다. 평생 숙원이었던 요리 걱정에서 해방되었다. 바쁜 하루를 마치고 집에 와 쉬고 있다가 문득 글이 쓰고 싶어 져서 책상에 앉았다. 다. 무슨 이야기를 쓸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예전의 일요일이 기억 속으로 빠져들었던 것이다. 그러고는 '지금과는 너무 다른 삶을 살았었구나'라고 회상하며 만약 일요일에 쉴 수 있다면 어떤 하루를 보낼지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