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라는 매개체로 얼마나 사람의 관계가 끈끈해질 수 있는지 아는가? 중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엔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 앉아 서로의 도시락 반찬을 나누어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웃느라 밥풀이 여기저기 튀기도 했었다. 밥은 단순히 우리의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활동이기도 하다. 같이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정이 쌓이기도 하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의 마음이 문이 조금이 열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밥을 나누어먹는 친구들이 많이 있다. 어쩌면 연말이나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는 조금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약속이 생겨서 몸이 피곤해지기도 하지만, 여전히 친구들과 밥을 먹는 것을 즐긴다. 직접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니 쉬는 날에도 아침부터 요리가 시작된다.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음으로 인해서 생기는 가장 큰 장점이 있다면 즐겁고 행복한 기분이 생긴다는 것이다. 음식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곁들여 술도 한잔 기울이다 보면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지고 어색했던 사이도 한결 부드러워지기도 한다. 재료가 비싸고 꼭 맛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성스럽게 요리해서 나누어 먹는 것에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이런 밥 먹는 자리를 만들기가 아주 힘든 시기가 되었지만 말이다.
언제부터 요리를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요리로 밥벌이를 하게 되면서부터 좀 더 맛있어진 음식들을 다른 이들에게 먹일 수가 있었고, 신기하게도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나에게 요리란 다양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 연령, 성별 또는 직업에 한계가 없고 그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조금은 우습게 들리지도 모르겠지만, 아직도 밤에 잘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내일 아침에 맛있는 거 무엇을 먹지?' 메뉴를 상상하며 잠자리에 드는 것이다. 여기에서 먹을 것만 밝히는 거대한 모습을 상상하지 마시길.
아무리 힘들어도 나에게는 집에서 먹는 밥이, 그것도 친구들과 이웃들과 나누어 먹는 것 가장 맛이 좋다. 아마도 밥이 아니라 그 안에서 솟아나는 사랑을 먹고사는 사람인가 보다 나란 사람은. 같이 밥 먹는 사이, 우리는 식구라고 부른다. 식구란 꼭 피가 섞이지 않아도 서로 위로해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닐까? 어쩌면 점점 메말라가는 타인과의 사이에서 식구라는 이름으로 우리 모두가 가족같이 지내는 것을 꿈꾸는지도 모르겠다. 모두 외롭지 않게, 혼란한 세상에서 두렵지 않게 말이다. 난 또 하나의 사회를 만들고 싶다. 예전에 인심 좋던 시골 생활처럼, 먼 호주라는 나라에서도 서로 위해주고 밥 챙겨주며 따뜻한 정을 나누며 사는 삶을. 그래서 내 아이들이 이웃의 따뜻한 정을 느끼며 외롭지 않게 살게 되기를. "우리 같이 밥먹자"하며 모두 식구처럼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