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농군의 세계 톱 MBA 영어 도전

시작은 늦을 수는 있지만, 결코 헛되지 않는다.

by Coo Lee

그의 첫 영어 문장은


‘Merry Christmas’조차 아니었다.


중학교 어느 겨울,

카드에 영어로 인사를 써보라 하자

그는 “매리 X-Mas!”를 보고 그대로 베껴 썼다.

그게 전부였다.


영어는 그에게 너무 먼 세상이었다.


영어를 쓸 일도, 배울 이유도 없는 시골에서 살았고

중학교 이후의 학업은 예정에 없었다.

농부가 되는 것이, 그의 운명이라 믿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인생의 항로가 불현듯 바뀌었다.


인문계 고등학교 연합고사를 치르게 된 것이다.

준비는커녕, 마음의 각오조차 없었다.


영어는 어휘가 기본이지만

그동안 공부를 하지 않았기에

20문제 중 8문제를 맞췄다. 40점.

‘1년 중 마지막 달은 무엇입니까?’라는 문제조차

정답을 고르지 못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는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다.


다행히 다른 과목 덕분에 합격해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영어는 여전히 가장 큰 약점이었다.


1학년 내내 책을 붙잡고 씨름했지만

기초가 워낙 부족했다.

‘have’의 과거형이 ‘had’라는 것도

처음부터 외워야 했다.

가장 아래 바닥에서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늦었음을 알면서도,

그저 하루하루 채워 나갔다.


2학년 가을 무렵,

기적 같은 변화가 찾아왔다.

항상 절반 언저리던 모의고사 점수가

처음으로 90점 가까이 올랐다.

기쁨보다 놀라움이 먼저 밀려왔다.

영어 잘하던 친구들마저 놀라는 모습을 보며

그는 처음으로 확신했다.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은 언제나 순탄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내내 품었던 꿈이 좌절되고

그는 대학에서 또다시 방황했다.

한동안 영어도 멀리했다.


그러다 휴학 1년 동안

냉혹한 현실과 마주했다.

세상은 실력 없는 이에게 냉정했다.

그제야 깨달았다.

“영어를 잘해야 살아남는다.”


복학 후 그는 다시 영어책을 폈다.

당시 유행하던 토플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시험 신청서를 받아들자

두려움이 몰려왔다.

나름 공부했다 생각했는데,

신청서 문장조차 이해되지 않았다.

시험 장소, 날짜, 형식…

모르는 단어 투성이였다.

결국 시험은 고사하고,

접수조차 하지 못했다.


그날 밤, 그는 영어책을 덮고 한참을 바라봤다.


‘나는 아직 시작도 못 했구나.’

그 다짐이 오히려 마음 깊은 곳에 불을 지폈다.


시간이 흘러,

직장 입사 시험에서 처음으로 토익을 치렀다.

토플 문법과 독해만 공부한 탓에

듣기에서 거의 다 틀렸다.

하지만 문법과 독해 점수가 받쳐주어

공대생 치고는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그리고 전공 실력 덕분에 합격했다.


연구소에 입사하고서야 알았다.

전 연구원이 해마다 토익 시험을 봐야 한다는 사실을.

그는 다짐했다.

“적어도 부끄럽지는 말자.”


그날부터 다시 시작했다.

첫 해 800점.

문법과 독해는 거의 만점이었지만

듣기 점수가 늘 부족했다.

몇 해를 더 도전하며 듣기에 집중했다.

마침내, 점수는 만점에 가까워졌다.


그리고 어느 날,

그는 유학을 결심했다.


오랜 시간 쌓아온 노력의 조각들이

하나둘 빛을 내기 시작했다.

토플과 GMAT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마침내 미국 명문대 MBA의 문이 열렸다.


그제야 깨달았다.

그동안의 모든 시간은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돌이켜보면,

방황하던 시절에도,

전공과 일에 매달리던 시절에도,

그는 영어를 완전히 놓은 적이 없었다.


쉬는 시간,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

화장실에 가서도 단어를 외웠다.

한두 시간이라도 남으면 책을 폈고,

전철에서는 타임즈를 읽었다.

좋아하는 음악 대신 영어 라디오를 들었고,

잠들기 전에는 늘 영어 방송을 틀어놓았다.


그에게 영어는

공부가 아니라 ‘기회’였다.

그리고 그는 막연하게나마 알고 있었다.

언젠가 그 기회가 찾아올 것을.


“기회는 누구에게나 오지만,

준비되지 않으면 잡을 수도,

그것이 기회였는지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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