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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모리정 Aug 10. 2022

뉴질랜드에서 살 집 찾기

일단 어학원에서 제일 가까운 호스텔에 12일 동안 숙박을 잡아놓았다.

12일 동안 해야 할 일들.

앞으로 살 플랫 구하기

은행 계좌 개설하기


일단 제일 중요한 건 플랫 구하기인데

12일 안에 못 구하면 호스텔 연장을 해야 하는데 그러면 돈도 더 들고

연장이 안되면 새로운 호스텔을 구해야 하기 때문에 플랫 알아보기가 제일 중요한 과제였다.


플랫을 구하는 방법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알아보기와

어학원이나 호스텔에 있는 게시판에 보면 방 있어요 같은 느낌의 플랫 정보들이 붙어있다.

정해둔 버짓은 최대 주당 210불.

사실 200불만 해도 조금 부담스럽긴 한데 집의 컨디션이나 위치에 따라 많이 좋으면

210불까지는 내기로 나 혼자 정해둔 금액이다.


같은 에이전시에서 소개해준 같은 달에, 같은 지역으로 가는 언니가 한 명 있었는데

그 언니와 같이 집을 알아보러 다녔다.

각자 살아도 되지만 같이 살면 어차피 같은 어학원이니까

도시락도 같이 싸고, 같이 등 하원하고, 장도 같이 보고 셰어 할 수 있는 건 셰어 하면

돈도 아낄 수 있으니 좋을 거라 생각해 방 2개를 내놓은 집을 우선으로 보되,


대부분 방 1개만 내놓은 곳이 많기 때문에 각자가 연락한 집이

맘에 들면 그냥 각자 들어가 사는 걸로 했다.


사실 뉴질랜드 하면 자연이고 아침에 일어나면 큰 창문에 전경이 촤악 펼쳐지는

그런 뷰 좋은 집에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맘에 드는 집을 찾기란 너무 힘들었다.

주당 가격이 너무 비싸서 예산에 맞지 않거나

마음에 들어서 생각하고 있는데 그 사이에 집이 나가버린다거나..

그렇게 조건이 어느 정도 맞는 집들에 연락을 취하다가

방 2개를 내놓는다는 집주인에게 연락이 왔고 어학원이 끝나고 뷰잉을 가기로 약속을 잡았다.

어학원이랑 걸어서 12~15분 정도 거리라 위치도 괜찮을 것 같았다.


구글 지도에 받은 집주소를 치고 가는데

세상에.. 오르막길이 쭈욱 펼쳐져 있었다.

오르면서 같이 간 언니와 여기는 집 컨디션이 엄청 좋지 않은 이상 안 할거 같다고

그냥 오르기도 힘든데 장보고 그걸 어떻게 들고 올라가냐며 그런 얘기를 나누던 참이었다.


집에 도착하고 집주인에게 우리 지금 집 앞이라고 문자를 남겼고

곧이어 집주인 부부가 나와서 우리를 맞이해줬다.

아내 분은 커스티, 남편 분은 셰인.

아들이 한 명 있는데 고등학생이고 킬라라고 한다.

그러고 집 소개를 해주겠다며 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와우..”

언니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한다.


내가 생각한 딱 그 뉴질랜드스러운 뷰다..!


매일 아침을 먹을 때마다 이 뷰를 보며 먹을 수 있다는 것 아닌가..!







그리고 방으로 안내해주는데 큰 방에는 거실에서 본 것과 같은 뷰를 큰 창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침대도 퀸 사이즈 침대에 책상과 의자에 화장대까지 있는 아주 상태가 좋은 방이었다.





작은 방은 뷰는 없었고 그냥 창문과 더블침대, 책상과 의자가 있었다.

작은 방의 좋은 점은 침대에 누워서 줄을 당기면 불을 끌 수 있다는 점이었다.

맨날 누워서 아 누가 불 좀 대신 꺼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누워서 불을 끌 수 있다니...!!

하지만 그 정도 메리트로는 큰 방의 뷰를 이길 수 없었다.

그 정도 컨디션의 방이라면 기꺼이 누워있다가도 일어나서 불 끄러 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큰 방은 주당 190불

작은 방은 주당 160불이었다.

생각해놓은 예산보다 작은 방은 훨씬 저렴했고 큰 방도 200불이 안 넘어 괜찮았다.

우리는 올라온 언덕은 생각도 않고 이 집을 해야 한다며 눈빛을 나누었다.

그런데 또 뷰잉을 하러 오는 다른 사람들이 있어서 그 사람들 뷰잉까지 해주고

우리에게 답변을 해준다고 하신다. 하긴.. 이 분들도 같이 살 사람을 구하는 건데

잘 맞을 것 같은 사람을 구해야지ㅜㅜ

일단 우리는 불러만 주면 여기 살고 싶다고 한껏 어필을 하고 돌아왔다.


그리곤 언덕을 내려오며 이 정도 언덕은 운동도 되고

장도 조금씩 자주 보면 괜찮을 것 같다며 합리화를 했다.

아까 그렇게 숨 헉헉 내쉬며 이 놈의 집은 언제 나오냐며 표정을 찌푸리던 둘은 어디 갔는지..


다음 날, 커스티에게 문자가 하나 날아왔다.

내용은 우리도 너네 둘과 살고 싶다며 입주할 날짜를 알려달라는 문자였다.

그리고 큰 방과 작은 방을 10불씩 금액을 낮춰 각각 180, 150불에 해주겠다고 한다.

꺄아아아악!!!

드디어... 뉴질랜드에서 살 집 구하기 완료..!

안 깎아줘도 너무 좋은 집이라 들어갈 거였는데 이렇게 가격도 내려주시니ㅠㅠ

집도 잘 구했지만 집주인분들도 되게 착하신 것 같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좋았던 점은

내가 큰 방을 쓴다는 것!

사실 그 정도 가격에 넓은 방과 뷰를 보면 누구든 그 방에서 살고 싶어 할 텐데

언니가 "네가 알아보고 연락한 집에 내가 같이 방을 보러 간 거니까 네가 큰 방을 쓰라."

며 양보해준 것이다.

그렇게 큰 침대도 필요 없고, 가격도 더 저렴하고, 거실에 나가도 같은 뷰가 있으니 괜찮다며.

가위바위보를 해야 하나 그러고 있었는데 그런 생각한 게 미안해지지만..!

속으로 너무 좋은 마음은 감출 수가 없었다.


호스텔 생활도 이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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