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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모리정 Aug 30. 2022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청정국가 뉴질랜드 생활기

이렇게 깨끗하다고..?


한국 이 외에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는 건 처음이라

우리나라 문화와 생활방식만 배우며 살아왔지 다른 나라의 생활 방식을 경험해보는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내가 뉴질랜드에서 살며 놀라웠던 혹은 신기했던 경험들을 얘기해 보려고 한다.




뉴질랜드는 전 세계 유일하게 남은 청정국가임을 잊고 있었다.


장 보러 갈 때마다 물을 큰 페트병으로 2개씩 사서 들고 갈까?

트롤리 같은 게 있으면 좋은데.. 안 그래도 언덕길이라 물만 필요하면 다행이지

다른 장 볼게 많으면 캐리어 라도 들고 가야 하나?


처음 장 보러 갈 때는 정말로 같이 사는 언니와 함께 캐리어 하나를 들고 카운트 다운으로 갔다.

각종 조미료, 아침으로 먹을 우유와 시리얼, 달걀, 고기, 각종 야채, 식용유, 과일, 물 등등

첫 자취를 시작하는 느낌으로 초반에 필요한 모든 재료와

바로 다음 날 어학원에 싸들고 갈 도시락 재료들도 넉넉히 샀다.


계산을 마치고 마트 한편에 캐리어를 펴고 물, 우유, 식용유 같은 무거운 것들 위주로 캐리어를

가득 채우고 그나마 가벼운 것들은 장바구니에 넣어 어깨에 들쳐멨다.


각자 손으로 드는 바구니 하나씩이면 충분할 줄 알았지만 택도 없고 무거워서 카트 하나에 다 넣고 산더미로 쌓으며 장 보는 중



집에 도착해 캐리어를 풀고 장 봐온 것들을 하나씩 풀고 있는데

집주인 아주머니인 커스티가 와서 보더니

"물은 왜 샀어?"

이러는 거다.

물을 왜 샀냐니..? 마시려고 샀겠지..?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들고 올라오기 힘들잖아. 계속 그렇게 사서 마실 거야? 이거 수돗물 그냥 마셔도 되고

우리 집에 스파클링 워터 만드는 기계도 있으니까 그냥 물 마시기 싫으면

스파클링으로 만들어서 마셔."

"어.. 근데 나 유럽에서도 물갈이를 했어서 좀.. 수돗물 마시기가..."

"근데 뉴질랜드 물은 정말 깨끗해. 진짜 그냥 수돗물 마셔도 돼."

라며 뉴질랜드에서 5~60년 정도 산 현지인이 말하니 유럽에서 물갈이로 3일을 앓아누운

기억이 흐릿해지며 혹 하기 시작한다.


'그래.. 뉴질랜드에서 1년이나 살 건데 2~3일에 한 번꼴로 물 들고 이 언덕 오르는 것도 무리고

물 사는 것도 돈이고.. 물갈이는 한 번 하고 나면 안 하니까 아파 누워도 3일만 아프고 남은 362일은

편하게 사는 게 낫겠다'


싶어서 일단 사온 물을 다 마시고 난 후..

컵에 수돗물을 받아 마셨다.

어렸을 때 시골이었던 할머니 댁에 가서 시골 물은 정말 깨끗하다며

마셨었던 이후로는 수돗물 먹는 게 처음인데.. 과연..

수돗물 특유의 맛이 날 줄 알았는데 정말 그냥 물 맛이었고

수돗물을 마시기 시작한 지 일주일이 넘었는데도 물갈이는 하지 않았다.


오 예스. 현지인 말을 듣고 보자.





맑은 어느 날

어학원 안 가는 날이라 집에서 편히 쉬고 있었고

언니는 빨래를 해서 밖에 널어 두었다.

그러다 갑자기 구름이 끼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악 언니 빨래밖에 있는데..?

방 문을 똑똑 해도 인기척이 없길래 자나? 싶어서 내가 나가서 언니 빨래를 전부 걷어와

다시 세탁기에 넣고 돌려주었다.


또 다른 날

빨래를 밖에 널어놨는데 또 비가 오는 거다.

그래서 아 또 비 오네 하며 빨래를 걷으려 나갈려는데

커스티가 "응 비가 오네.. 근데 빨래는 왜 걷으러 가는 거야?"

이러길래

음..? 비가 오니까..? 라며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뉴질랜드는 하늘도 맑고 공기도 맑아서 산성비 그런 거 없어.

그냥 하늘에서 물이 내리는 것뿐이야. 빨래를 걷을 필요가 없어.

그냥 놔뒀다가 해 뜨면 다시 마르잖아."

라는 거다.


와우... 우리나라에서 내리는 비는 거의 산성비 혹은

산성비가 아니더라도 비를 맞고 들어오면 꼭 씻어야 하고

머리에 비 맞으면 탈모 생긴다, 옷도 다 빨리 걷어와야 한다라고 생각하며 살아왔고

비=밖에 빨래 X

라는 공식 같은 게 있는 세상이었는데..


또 5~60년 뉴질랜드에서 살아온 현지인이 뉴질랜드는 공기가 맑아서 산성비 따위 없고

그냥 마시는 물이 하늘에서 내리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하니

나도 이제 빨래를 하고 밖에 넣어 놓아도 비가 오든 말든

해가 다시 떠서 마를 때까지 그냥 놔두었다.


전에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넬슨은 뉴질랜드 내에서 일조량이 제일 많은 지역이다.

그래서 겨울옷을 빨아서 널어놔도 3시간 만에 바짝 말라서 너무 좋다.




집주인 분이 아보카도 후숙 시키는 중인데 너무 귀여워서 한 컷






뉴질랜드 피자헛, 도미노 피자는 한 판에 5000원?!


 작은 도시에도 피자헛과 도미노 피자는 다.

싸다는 소리를 듣고 매장에 가서 먹으려고 갔더니

세상에.. 고기가 올라간 피자가 그때 당시 환율로 5000원도   하는 4000  였던 것이다.

다른 종류, 토핑 추가를 해도 우리나라 돈으로 만원이 안 되는 가격으로

브랜드 피자를 맛볼 수 있다는 것. 아니 이렇게 싸게 팔아도 남는 장사면은

한국은 왜 그렇게 비싼 거야..?

뉴질랜드는 .. 밀가루가 싼가..? 유제품인 치즈는 확실히 싸긴  텐데.

한국에서 피자 한판 시킬 돈으로 여기서는 6판 정도는 시킬 수 있는 수준이라니.

뉴질랜드가 마트 물가는 싸도 외식물가는 한국보다 많이 높은 편인데

또 전부 그렇지는 않고 이렇게 싼 것들도 있으니 살 만하지 않나 싶다.








쌈장이 맵다고?!


어학원에서는 매 요일마다 액티비티가 있다.

승마, 배드민턴, 우쿨렐레, 축구, 요가 등등

오늘은 비치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는 날이다.


걸어서 1시간, 차로는 10~15분 정도 거리에 타후나누이 비치라는 비치가 있는데

거기에는 퍼블릭 바비큐 시설이 준비되어있다.

우리는 고기랑 야채, 음료 등등 먹고 싶은걸 장 봐서 가서 구워 먹기만 하면 되는 그런 방식이다.

차가 있는 다른 한국인 워홀러들이랑 같이 장을 보러 가서

여러 가지 고기와 음료, 한국 식료품점에서 쌈장까지 사서 비치로 향했다.



도착하니 미리 와서 고기를 굽고 있던 어학원의 다른 나라 친구들이 있었고

우리는 옆 고기판에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스위스에서 온 친구 한 명이 우리가 찍어 먹는 쌈장을 보더니

"이건 뭐야?"

"이거 코리안 스타일 바비큐 소슨데 고기에 찍어 먹는 거야. 먹어봐!"


한 입 먹고 나더니

"오 좀 매운데?"

이러는 거다.


....?

응...?


뭐가 맵다는 거지? 쌈장이..?

그 친구 외에 다른 외국인 친구들도 쌈장을 찍어 먹었는데 전부 좀 매콤한 맛이 있다는 것이다.

거기 있던 한국인들은 전부 놀라며

아니 쌈장이 매울 수 있는 거였냐며

그냥 쌈장 맛인 쌈장인데(?) 의아해하다가

아.. 고추장이랑 된장이 섞인 거니까

고추장의 매운맛이 조금 있을 수도 있겠구나 이 친구들에겐...

한국인들은 여태 살아오면서 쌈장에서 매운맛이 1% 라도 느껴지지 않았을 텐데


이렇게 나도 몰랐던 한국음식의 색다른 면을 알아가는 것도 신기했다.


근데 좀 매운데? 하면서도 이 소스 너무 맛있다며 어디 가면 살 수 있는 거냐며

물어보는 친구들도 꽤 있었다 ㅋㅋㅋㅋ


나중에는 외국인 친구들 초대해서 한국음식도 좀 해줘야겠다!


바비큐 파티 후 비치에서 공 놀이하는 어학원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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