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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모리정 Oct 02. 2022

뉴질랜드 현지인들과 3박 4일 캠핑 가기 _ 3

아침부터 야생 물개와 펭귄을 자연 속에서 우연히 만나 

기분이 한껏 들떠있는 채로 다시 캠핑장으로 돌아온 나는

커스티와 킬라에게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신나게 자랑을 했다.


어쩌면 뉴질랜드 현지인들에게는 그렇게 신기한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동물원과 수족관이 아닌 곳에서 이런 걸 본 나는, 

어찌 보면 현지인들에겐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겠다.


셰인이 내가 잡아온 물고기로 피시 앤 칩스를 만들어 주겠다며 

바닷가에서 물고기 손질을 하기 시작했다.



바로 회 떠먹어도 진짜 맛있을 거 같은데...

외국인들은 날 생선을 연어 빼고는 거의 안 먹으니 

이 상황을 지켜보는 나는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저 싱싱한걸 그냥 바로 튀긴다니..


셰인이 생선을 손질하는 동안에 

나는 근처 바위 쪽으로 놀러 갔다가 

바위에 뭐가 다닥다닥 붙어있길래 떼어봤더니

초록 홍합이었다.

뉴질랜드는 초록 홍합이 유명한데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 검은 조개껍질을 가진 홍합이 아닌

살짝 반짝거리는 초록빛이 도는 껍질을 가진 홍합이다.

관절에 좋다고 알려져 뉴질랜드 어디를 가도 초록 홍합 영양제를 볼 수 있다.

그린 머슬이라고 불린다.

나도 그냥 유명하다고만 들어봤지 진짜 자연에서 내가 채취를 할 줄이야.



가져가서 셰인에게

"이거 초록 홍합 맞지?!"

"응 맞아, 그거 저녁에 삶아줄게."


그렇게 저녁 메뉴가 추가되었다.


요리를 기다리는 동안 바닷가를 혼자 산책하고 있는데 



옆 자리에 캠핑자리를 잡으신 아저씨도 낚시를 하고 계셨다.

낚시하시는 모습과 뒷 배경이 너무 한 폭의 그림, 엽서 같아서 찍었는데

너무 잘 나온 듯한데.. 아저씨께 드리고 싶은데 드릴 방법이 없다.


바닷가 산책을 마치고 캠핑장 쪽으로 돌아왔는데

셰인이 저 쪽 편에 다른 사람들이 엄청 큰 물고기를 잡았다며 

구경 가보라길래 '얼마나 크길래?'

하며 갔더니



와우

내 손이 큰 편인데 손 보다 훨씬 크니..

한 10인분 정도 되려나?

이런 거 들고 사진 한 방 찍어줘야 하는데.



물고기 구경을 마치고 우리 캠핑장소로 돌아와 셰인이 피시 앤 칩스 만드는 거 구경하면서

나는 내가 챙겨 온 비빔면도 끓이기 시작했다.

다 같이 나눠 먹고 한국의 비빔면 맛도 알려주면 좋을 듯하여.


환경이 좀 열악해서 채도 없고 그렇게 차가운 물도 없어서

물기가 좀 있는 미지근한 비빔면이 되어버렸지만 

뉴질랜드 가족들이 맛있게 먹어주고, 또 이거 정확히 이름이 뭐고 어디서 산거냐며

좀 맵긴 한데 맛있었다고 하길래

전부 가르쳐주고 소스를 조금만 넣으면 된다고도 알려주었다.


밥을 다 먹고

바닷가로 나와 산책을 하는데 


어김없이 예쁜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그렇게 해변가를 따라 걷고 있는데 



해변가에 뒤집어진 채로 있는 아기 상어를 하나 발견했다.

물개에 펭귄에 이제 상어까지..

상어인지 정확하진 않지만 생긴 것도 그렇고 옆에 다른 사람들도 베이비 샤크 같다고 해서

아기 상어라고 믿기로 했다..ㅎㅎ









산책을 마치고 다시 캠핑장으로 돌아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셰인이 별이 보이기 시작한다며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와보라는 것이다.

또 뉴질랜드 하면 맑은 하늘이고 

넬슨에서도 별이 많이 보이는데 이런 자연 속으로 더 들어온 곳에서 뜬 별이라면

얼마나 더 많이 보일까 기대를 하고 오긴 했었는데 과연..!



그냥 한 마디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별이 많을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은하수까지 보일 줄이야..!

진짜 혼자 너무 신이 나서 카메라 셔터를 끊임없이 누르고 잘 나올 때까지 담았다.

고개를 든 목은 아픈 줄도 모르고 하염없이 하늘만을 쳐다보았고

이런 은하수를 보여준 셰인이 뿌듯했는지 

계속 내 옆에서 같이 사진도 찍고 도와주고 대화도 나누었는데

"나 살면서 은하수 처음 봐.. 이건 미쳤어"

를 연신 내뱉는 나를 보고 웃음을 지어주는 셰인이었다.






황홀한 밤을 보내고 

이제 다시 넬슨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이 되었다.

살면서 이곳에 오는 건 마지막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카메라를 들고 주변 산책을 나섰다.



3박 4일 동안 잊지 못할 아주 좋은 기억들을 안고 돌아간다.

세상 그 어디 있는지 몰랐던 곳에서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하는 건 인생에 있어

아주 좋은 밑거름이 되고 앞으로의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뉴질랜드라는 나라를 선택해서

넬슨이라는 지역에서 살기로 결심하고

집을 구해 들어간 곳엔 좋은 집주인 분들이 계셨고

그 좋은 집주인 분들이 이렇게 멋진 추억을 만들어 주시니

이것 또한 나의 운명이고 나의 행운이지 않을까


덕분에 아주 좋은 경험을 하고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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