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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모리정 Nov 13. 2022

코로나로 대한항공 특별기로 다시 한국 행

열이 나네요? 인천공항에서 따로 격리되다.

2020년 2월에 떠나 간 체코 프라하에서 맞은 COVID-19 사태.

간 지 몇 주만에 이탈리아 등 유럽 전 지역으로 퍼지기 시작했고

하늘길이 막히고 체코도 프랜차이즈 포장해가는 거 빼곤 전부 문을 닫았다.

약국에는 마스크가 부족해 NO FACE MASK를 에이포 용지에 크게 적어 붙여놓았고

마스크가 없던 나는 겨우 천 마스크를 구해서 하고 다녔다.


민박집에 사람이 뚝 끊기고, 가이드로 일하시던 사장님도 일자리를 잃으셨다.

월급을 줄 형편은 못 되지만 숙식제공은 그대로 해 줄 테니 같이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자고

하셔서 나도 아예 떠나기로 작정하고 온 유럽이라,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기로 했다.

여름쯤이면 당연히 코로나가 잠잠해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체코는 물가도 저렴하고, 나도 아직 모아 온 돈이 남아있고, 숙소와 밥은 사장님이 제공을 해주시니

나는 돈을 쓸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안심을 했던 것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항상 이럴 때 생긴다.





젤리를 먹다가 금니 때운 게 빠진 거다.

어이가 없다.

딱딱한 음식이나 캐러멜을 먹었으면 인정하겠는데 하리보 먹다가 빠지다니..

금니를 다시 붙일 치과를 찾아가려 했는데

지금 체코는 유령도시.

응급한 환자 이 외에는 예약으로만 받는데 예약도 잘 안 받아주는 것이다.

치과 몇 군데를 워크인으로 찾아가 봤지만

다 안된다는 대답뿐.

그냥 간단하게 붙여주기만 해 주면 되는데 ㅜㅜ 한국에선 5분도 안 걸렸던 거 같은데

그 잠시도 안되나 보다.


결국 한국 대사관에 연락을 해서 지금 치과를 가야 하는데 문 열린 곳이 없거나 예약 손님만 받는다,

혹시 아시는 곳 중에 제가 갈 수 있는 곳이 있나 를 여쭤보았더니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한국인 직원분이 있는 치과가 있는데 전화번호를 알려줄 테니

전화를 해보라며 알려주셨다.


전화를 하자 체코인이 받았다.

내가 체코어를 할 줄 알리는 만무.

영어로 혹시 거기 한국인 직원 있니?

라고 물어보니 갑자기 한국어로 "한국인이세요?"

이러길래 깜짝 놀라 "엇... 한국인 직원 분이신가요..?"라고 했더니

한국인은 아닌데 한국어를 할 줄 안다는 것이다.

덕분에 손쉽게 예약을 하고 다음날 여권과 지갑을 챙기고 치과로 갔다.


깜박하고 금 때운걸 안 들고 가서 거기서 그냥 레진으로 새로 때워주셨는데

한화로 치면 22만 원 정도 받았다. 생각보다 저렴해서 놀란 게

뉴질랜드에서도 금니가 한 번 빠진 적이 있는데 그때는 그냥 그대로 붙여주기만 했는데 25만 원을 받아가서..

금이 아니긴 하지만 새로 해줬는데 22만 원이면 아주 괜찮은 금액이라고 생각하면서 치과를 나왔다.






그렇게 큰 사건 하나를 처리하고

다시 체코에서 버텨보자 하고 있는데 코로나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기 시작했다.

사장님이 대한항공 측에 아시는 분이 있어서 알아봤는데

곧 체코 프라하, 폴란드,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쪽에 사는 우리나라 교민들을 위해서

대한항공 특별기를 띄운다고 한다. 근처 나라 사람들은 육로로 체코 프라하로

이송해서 프라하 공항에서 특별기를 띄운다는 말.

그리고 이게 아마 체코를 떠날 수 있는 유일한 기회 일 수도 있을 거라는 말.

그 당시 코로나가 엄청 퍼지고 있던 터라 뒤에 항공권들은 전부 캔슬이 되고 항공권 자체가 없어지고 있던

상황이라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여졌다.



3명 이상 다니면 너네 지금 왜 3명이고 어디 가는 거냐며 경찰이 심문(?) 한다.
거리에 아무도 없는 유령도시가 된 프라하
일반 가게들은 전부 문을 닫고 버거킹, KFC 같은 프랜차이즈만 열었는데 그것도 저 구멍으로 계산하고 음식 받아가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그래서 결국 사장님과 나도 대한항공 특별기 항공권을 구매를 했는데

편도에 140만 원, 왕복에 150만 원이었다.

왕복은 1년 안에 오픈티켓으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거였는데

1년이면 당연히 다시 돌아오지 코로나가 그렇게 오래가겠어? 하면서 왕복 항공권을 끊고

그때가 4월이었으니 겨울에는 프라하에 다시 돌아올 줄 알고

겨울 옷은 그 민박집에 놔두고 왔다.

결국 10만 원은 날리고 겨울 옷은 체코에 사는 사장님 지인을 통해 택배로 받았다는 얘기..


프라하 공항으로 가는 길
운행하는 비행기가 대한항공 특별기 딱 하나뿐
체크인 데스크에서 장갑도 챙겨주신다.
기내식 안 먹고 마스크 안 벗어야지 했는데 생각보다 주변 사람들 다 기내식 먹길래 나도 배고파서 그냥 마스크 벗고 먹음


그렇게 나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고

인천공항으로 입국을 했다.








워크 스루를 지나면서 설문조사한 것도 제출하고 열도 재는데

공항직원분이 "열이 나네요? 이거 목에 거시고 저기 흰색 옷 입으신 의료진 쪽으로 가세요."

라는 이 말에 속으로 와... 뭣 됐다...




하고 의료진 쪽으로 가서 프라하에서 지난 2주 동안 어디를 갔는지

증상은 어떤 게 있는지, 언제부터 그 증상이 있었는지 등등 다 적고 말하고

여권도 달라고 하셔서 여권도 반납(?)하고 공항 내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따로 격리가 됐다.


워크 스루 바로 옆에 마련된 격리 장소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데

나 말고 다른 아주머니, 아저씨, 젊은 분들, 외국인도 한 명 있었는데

열이 안 나는 사람도 비행기 안에서 작성한 설문지에 감기약이나 인후통 약을 먹은 적이 있다

라고 체크한 사람들은 다 나랑 같이 격리를 한 상태였던 거다.

사실 나는 인후통 약도 먹었다고 체크를 했어서...ㅎㅎ


근데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자 아주머니랑 아저씨 분들이

아니 나는 솔직하게 설문에 답해서 지금 이렇게 계속 격리돼있고

설문 솔직하게 안 하고 열 안 나서 지나간 사람들은 지금 공항 나가서 집 가고 있지 않냐

왜 나는 솔직하게 말해서 이러고 있느냐 라며 공항직원분들께 화를 내신다.

뭐 100프로 틀린 말은 아니지만 솔직하게 드셨다고 체크해주셨으면 격리랑 검사도 젠틀하게 딱 받아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다고 먹었다고 체크된 사람을 공항 밖으로 내보내 주는 것도 아니지 않나

공항직원들도 매뉴얼대로 하는 걸 텐데 왜 직원분들한테 화를 내시는지..


직원분들이 파리바게트 샌드위치도 나눠주길래 나는

화 내시는 아저씨 아주머니 옆에서

'와 내가 문제가 있어서 격리돼있는 건데 샌드위치까지 주다니ㅠㅠ 맛있겠다.'

이러고 있었다는...

이미 격리된 거 어쩌겠어요 이것도 색다른 경험이니 받아 들으시지요.. 속으로 생각하면서

멍하니 앉아서 검사받길 기다리고 있었다.ㅋㅋㅋㅋ




기다림 끝에 5명씩 불려 가 검사를 받은 뒤에

격리된 사람들끼리 전부 입국심사대를 통과하고 아까 여권이랑 캐리어 체크인할 때 받는 바코드?

그것도 가져가시더니 컨베이어 벨트 쪽으로 나오니 격리된 사람들 짐이 한 군데 모여있었다.

짐을 바로 못 가져가니 따로 체크해서 뺀다고 여권이랑 그걸 달라고 했던 모양이다.


짐을 들고 공항 밖으로 나가 두 개의 버스로 나눠 탄 뒤

영종도 그랜드 하얏트 인천 호텔 옆에 있는 작은 비즈니스호텔에 도착했다.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여기 호텔에서 기다리면 된다고 하셨다.

거기서 인적사항을 한 번 더 확인하고 방 키를 각자 하나씩 받고 차례로 한 명씩 엘리베이터를 타고 각자 방으로 들어가게 했다. 엘리베이터 타기 전에 담당 직원분이 세븐일레븐 도시락과 물을 나눠 주셨는데

도시락이 따뜻하게 데워져 있는 거에 샌드위치 다음으로 또 감동...

'아니 하나하나 데워주셨단 말이야? 너무 감동이잖아ㅜㅜㅜㅜ' 이러면서

방에 가서 도시락 먼저 먹었다는..


방 들어가서는 또 '어머... 내가 낸 돈도 없는데 이렇게 좋은 방을 나 혼자 또 쓰게 해 주시고.. 감동인데'

하고 앉아있음..



고기반찬이 무려 3가지



오랜 비행에다가 따로 격리돼서 4~5시간을 더 공항에 있다가 온 상태라 샤워하고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는데 몇 시간 후에 방에 있는 전화기가 울린다.

받았더니 "OOO님,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와서 지금 호텔 방 나오시면 됩니다."

라는 아주 반가운 소리!


펼친 건 없지만 짐을 다시 들고

방을 나오는데 나 말고 동시에 또 음성 결과를 들으신 분들이 몇 분 나오고 계셨다.

복도를 따라 나오는데 한 방문 앞에는 "확진자"

라는 종이가 붙어있어서 좀 무서웠다는..


음성인 사람들이 다 나와서 아까 타고 왔던 버스에 다시 올라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이동도 경북 따로 전남 따로 이런 식으로 나눠져 있었고 택시로 타고 가도 되는 거리면 전용택시가 또 따로 있었다.

나는 인천 중구에 친한 언니가 방이 빈다고 여기서 자가격리 14일 해도 된다며 주소와 비밀번호를 알려줘서

택시 타는 쪽으로 가서 중구로 향했다.










담당 공무원님 배정도 받고

하루에 3번씩 몸 상태 체크 및 집에 잘 있는지 연락을 받았다.

근데 어플이 이상한 건지 난 진짜 집에서 한 발자국도 안 움직이고 있는데

공무원 분께서 연락 와서 혹시 지금 집 아니냐고..ㅠㅠㅠ

억울합니다.. 이렇게 자가격리가 체질인 사람이 없다고요!


그리고 담당 인천 보건소에서 일회용 온도계, 소독제, 쓰레기봉투 등등 챙겨주셨고

인천지역이랑 삼성에서 같이 보내준 것 같은데 ( 지역마다 구호지원 물품이 다르다고 해서 )

엄청 크고 무거운 상자가 문 앞에 있길래 깜짝 놀랐다.

진짜 며칠은 거뜬히 먹을 수 있는 식량들과 음료에 간식들까지!

진짜 대한민국 최고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나는 순간이었다.



2주 격리를 마치고 다시 한국 생활이 시작되었는데

제주도로 내려가 1년 2개월을 지냈다.

아는 사람도 없고

그나마 여행 온 느낌이기도 하고 썩 괜찮았다.










아직도 코로나가 누그러질 생각이 없던 2021년 9월.

나는 다시 해외로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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