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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모리정 Sep 26. 2022

뉴질랜드 현지인들과 3박 4일 캠핑 가기 _ 2

야생 물개와 펭귄을 만나다!

1인용 텐트에서 보낸 첫날


도저히 잠에 들지 못했다. 

이 정도면 뭔가 날아가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세찬 바람이 불어와 텐트를 마구 흔들었기 때문.

땅에 박아놓은 고정핀들이 다 뽑혀 날아가서 덩그러니 혼자 누워있는 나를 마주하는 상상도 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만큼 또 너무 추워서 바닥에만 3겹 정도의 이불과 푹신한 패드를 깔아 놓고

히트텍, 내복, 얇은 티, 경량 패딩, 맨투맨, 후드 집업, 침낭 까지.

양말은 두 겹에 마지막엔 큰 수면양말로 발목까지 두둑하게 감싸 안았다.

그런데도 추운 건....

핫팩까지 준비하지 못한 나의 실수다.


추운 것도 추운 거지만 바람이 텐트 쪽으로 거세게 불어와 푸드덕(?) 푸드덕(?) 

거리는 소리가 엄청 크게 나서 시끄러워서 도저히 잠을 못 자겠는 거다.


그렇게 뒤척이며 밤을 보내다가 

얕게 잠이 들고 깨어나 텐트 밖으로 나와 앉아있으니

마침 일어난 셰인이 "물고기 잡으러 갈 건데 같이 갈래?"

라며 묻길래 "응 좋아!"

하고 옷을 따숩게 여미고 바닷가로 향했다.

근데 웬걸

일몰이 너무 아름다운데..?

미쳤다..

무슨 핸드폰 배경화면 마냥 파스텔 톤에 하늘색에서 주황색까지

그라데이션이 이렇게 예술인 하늘은 처음 봤다.

사진으로 다 안 담기는 게 서러울 정도로.


셰인과 보트를 타고 나가 물고기 잡을 지점까지 빠른 속도로 달리면서

저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나는 거의 항상 모든 상황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편이다.

저런 하늘을 봐도 그냥 '와 하늘 이쁘다.'로 끝나는 게 아니라

'와.. 내가 언제 뉴질랜드에서 현지인들이랑 바다낚시를 하면서 지구상 이 위치에 있는 바다에서 

일몰을 보면서 보트를 탈 수 있을까'

까지 생각하는 사람이다.

헛웃음 치며 아니 뭐 그렇게 까지 생각을 해 ㅋㅋㅋ

라고 생각할 수 도 있겠지만 저렇게 생각하는 건 꽤나 도움이 된다.

그냥 하늘이 이쁘다라고만 생각하면 하늘이 이쁜 거에서 끝나는 일이지만


'내가 언제...' 이렇게 생각하면 그 순간에 그 장소에 있는, 그 선택을 내릴 수 있었던 환경과

나 자신 스스로에게도 대견 해지고 뿌듯해지는 감정까지 느낄 수 있다.

하늘이 이쁜 것도 하늘이 잘한 일이지만 그 순간에 그곳에 있을 수 있게 만든 

나 자신도 잘한 일이다.




그렇게 셰인과 새벽 바다낚시를 끝내고 

텐트로 돌아와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했다.



처음엔 이 도구를 보고 이게 무엇인고~

했는데 식빵을 굽는 도구였던 것이다..!

저 상태로 굽고 또 바로 안 먹어도 저 상태로 두면 접시에 접촉하는 부분이 없으니 눅눅해지지도 않는 거다.

와 신문물..!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주변 산책도 하고 있으니

셰인이 또 낚시를 나간다며 같이 갈래? 하길래 좋아!!

하며 또 보트에 올랐다. 



모터를 단 보트라 최고 속도로 달리면 기분이 진짜 좋다.



바다 밑에 물고기가 있는지 없는지 알려주는 기계도 보트에 달려있는데

셰인이 여기 분홍색과 보라색으로 나타나는 모든 게 물고기라는 거다.

와 물 반 고기 반이 이럴 때 쓰는 말이구나 싶었다.

바다낚시가 처음인 나도 낚싯대만 던지면 물고기가 물려서 진짜 나 혼자 20마리는 잡았으니

이건 내가 잘하는 게 아니라 물고기가 그냥 엄청 많기 때문..^^



보트를 타고 장소를 계속 이동을 하는데 이번에는 더 멀리 나가보기로 했다.

저 멀리 코너를 돌아서 가니 절벽이라고 해야 하나

작은 섬이라고 해야 하나

그곳으로 가보니


야생 물개가 있었다..

와 지금.. 동물원이 아니라 그냥 뉴질랜드 찐 야생 자연 속에서 그냥 우연히 물개를 만난 거야...?

내가 너무 신기해하니 셰인이 보트 모터를 끄고 물개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최대한 가까이 가주었다. 

당시 핸드폰 아이폰 8.. 확대하니 화질이 많이 구리다.


물개 보고 신난 마음 가지고 보트를 돌려 돌아가는데



헤엄치는 새끼 펭귄 보고 흥분한 채로 텐트로 돌아왔다 ㅋㅋㅋ

작은 종의 펭귄인지, 새끼 펭귄인지 모르겠는데 저~ 물 위에 펭귄 머리.. 인가..?

싶어서 셰인한테 

"셰인.. 저거 펭귄이야..?!"

하니 

"응 펭귄이네."

하며 보트 속도를 또 늦춰주었다.

와 미쳤다..


야생 물개에 이어 야생 펭귄이라니

뭐지 이거 다큐멘터리가 눈앞에 펼쳐진 느낌이랄까


앞으로 남은 캠핑도 너무 기대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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