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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모리정 Jul 07. 2023

캐나다 스타벅스 첫 출근

채용 확정 후 3주 뒤에 잡혀 있던 스케줄 때문에

당장 월세 낼 돈부터 벌어야 했던 나는

일식집과 한식집 디시워셔에 지원했다.


그렇게 투잡을 뛰면서 스벅 첫 출근을 기다리는데

같이 사는 친구가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서 하는 말.


“ 너 일하기로 한 스벅 거기.. 오늘 칼부림 살인사건 났다는데…?”

“……? “

“그래서 거기 폴리스 라인 다 쳐지고 문 닫았대.”

“오……..”


살인사건이라니..

그것도 내 첫 출근 이틀 전에..

총기살인사건 미국 내 1위라는 시카고에 살면서도

이런 사건은 못 겪었는데

대 낮 밴쿠버 다운타운 한 복판에서 살인사건이라니


그리고 다음 날,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좀 일이 생겨 트레이닝 스케줄을 1주일 정도 미뤄야 할 것 같다는 스타벅스 매니저의 전화였다.


그렇게 나는 총 2달 동안 메인 잡을 구하지 못 한

상태로 지내다가

4월 4일. 겨우겨우 첫 출근을 했다.




4/4

드디어 첫 출근 날.

들어가서 누구한테 첫 출근 하러 왔다고 말해야 하나

두근두근

하고 있는데 나랑 같이 인터뷰를 봤던 슈퍼바이저가

나를 알아보고 환하게 웃으며 인사해 준다.


그렇게 바를 가로질러 뒷 쪽 사무실로 가면서

일 하고 있는 사람들 한 명 한 명 인사하며 지나가는데

‘아니 직원이 왜 이렇게 많아..? 얘네들 이름 외우는 데만 해도 오래 걸리겠다.‘




트레이닝 첫날에는

스타벅스 바리스타 수첩을 받고 앞치마랑 네임택을 받고 시작한다.

매니저 어시스트라는 크리스와 스벅의 탄생과정과

비전과 커피 원두는 어쩌고 저쩌고 설명도 듣고,


‘파이크 플레이스’와 ‘시그니쳐’, ’ 블론드 로스트‘

커피를 한 잔씩 마시면서 커피 향을 맡는 법

커피를 음미하는 법 까지 배웠다.

사실상 커알못이자 커피를 마시지도 못하는 나에게는 참으로… 의미가 있고 싶어도 있을 수 없는 수업이었다.

슬프게도.


그리고 아이패드로 여러 피피티 자료들도 보고,

전체적으로 어느 어느 파트가 있고,

어떤 메뉴들이 있는지 설명을 들었다.

첫 출근은 그렇게 지나갔다.


트레이닝은 일주일에 3-4번, 4시간씩 3주 동안 했다.


그 3주 동안 나를 전담해 주는 직원 친구와 함께

틸, 바, CS 이 세 분야를 배웠다.



틸이란

POS , 주문을 받는 포지션이다.

주문을 받고, 데우지 않는 베이커리 류를 주문하면 바로 챙겨주고

브루커피나 따뜻한 티 종류를 주문하면 바로 서빙해 주는 포지션이다.

우리 매장 같은 경우는 포스기가 2대라

first 틸 포지션을 배정받은 사람은 그냥 계속

주문받고, 브루커피 들어오면 바로 내주면 되는 거고,

second 틸 포지션을 배정받은 사람은 주문도 받고

브루커피는 물론이고, 데워야 하는 베이커리나 샌드위치 류가 들어오면 오븐 쪽도 가서 워밍도 해야 하는 포지션이다.

말 만 들으면 세 컨틸 배정받은 사람이 신경 써야 할 것도 많고 힘든 거 아닌가 하겠지만

샌드위치 몇 개 연속으로 들어오면 오븐 앞에만 있어야 하니 틸에서 손님이랑 얘기 계속하는 거보다 나을 때가 많다.


틸에서 일하는 거의 장점은

영어를 계속 쓴다는 것


단점은 오는 손님들이 전부 로컬이 아니라

관광객도 많다 보니 각 나라의 억양을 알아듣기가 힘들 때가 많다.

어떤 사람은 아이스 마차 라테를 ‘아. 마. 테’라고 말하질 않나

“릭티, 릭티”

이래서 내가 “…..? 릭티….?” 못 알아들으니까

철자를 말해준다.

“LATTE”

“아… 라테… 카페라테…“


그리고 스벅은 이름으로 불러주기 때문에

이름도 물어봐야 하는데

스테파니, 크리스티나 같은 알아듣기 쉽고 익숙한 영어이름은 문제가 없는데

세상에 저런 이름이 있어? 할 정도로 처음 듣는 각

나라의 이름들을 내가 알아듣고 직접 입력해야 한다.

뭐 사실

“스펠링이 어떻게 돼?”

라고 물어보면 영어이름 못 알아듣는 건 문제 될 게 없다.


더 큰 문제는

가끔 이 큰 매장에 단 둘이만 있는 것 마냥

목소리가 기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뒤에서 블렌더 돌아가는 소리

파트너들이 손님 이름 부르는 소리

손님들 떠드는 소리

음악소리

뒤에서 커피 원두 가는 소리

오븐 다 됐다고 울리는 소리


얼마나 시끄러운데 작게 말하면

에이미라는 쉬운 이름도 못 알아듣겠는 와중에

내가 못 알아듣는다고 얼굴에 짜증 팍 내시는 분들도 있다.


이건 내 영어 문제가 아니라

네 목소리 때문인 걸 너도 알아야 할 텐데…

싶다.



바 란

말 그대로 Bar.

음료를 만드는 포지션이다.

우리 매장은 리저브 용 커피를  만드는 리저브 바 포지션과

리저브용으로 만들 수 없는 프라푸치노, 리프레셔, 티 종류, 그리고 일반 스타벅스 시그니쳐 원두를 원하시는 손님들을 위한 커피를 만드는 바 포지션으로 나눠져 있다.

우리는 이걸

1. 리저브 바

2. first 바 혹은 메인 바

3. second 바

4. 콜드 바

로 나눈다.


리저브 바는 말 그대로 리저브용 커피만 만들고

메인바는 매장에서 주문하시는 분들의 주문용지가

나오는 자리,

세컨바는 모바일 오더 하신 분들의 주문용지가 나오는 자리

콜드바는 뒤편에서 리프레셔, 프라푸치노를 만드는 자리인데

많이 바쁜 날에는 포지션마다 한 명씩 놔두긴 하지만

안 바쁜 날에는 그냥 메인 바, 세컨 바에 한 명씩 배치해 두는 편이다.

바에서 일하는 것의 장점은 말없이 음료만 만들면 되고 은근히 재미있다는 것

단점은 오더지에 적힌 영어 이름 발음을 어떻게 하는 건지 어려운 이름들이 자주 있다.

다들 이름이 마이크, 앨리스, 에이미, 크리스 같은 이름이면 참 좋겠다.

이건 틸에서 일할 때도 같은 생각이긴 하다.

특히 아랍 쪽 애들 이름은 들어도 모르겠어서

항상 스펠링 어떻게 되냐고 물어본다.

또 하나 단점은

우리가 리저브 바도 있다 보니, 한 손님이 음료 두 개를 시켰는데 하나는 코어 쪽으로 오고 하나는 리저브 쪽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손님 입장에서는 잘 모르니

코어께 먼저 나오면 “어 나 두 개 시켰는데”

하면 코어 쪽에서 “너 뭐 주문했는데?”

“나 헤이즐넛 비앙코 라테“

“그건 저기 리저브 쪽에서 나올 거야.”

라고 손님 안내를 좀 해줘야 한다는 것.


마지막 또 단점이라면 단점인 것은

이런 어마무시한 주문이 들어오는 경우도

꽤 많다는 것.

저런 기다란 오더 스티커가 나오면

보고 이해하는 것만도 오래 걸린다.

저건 그린티를 먹고 싶은 거야 뭐야 할 정도로

기본 메인 메뉴 자체를 없애버리는 커스텀..

저거 하나 만들 시간에 다른 음료 4잔은 만들겠다.



CS 란

커스터머 서비스를 줄인 말이다.

CS가 할 일은 정말 많다.

해야 하는 일의 순서대로 말해보자면

1. 브루커피 체크 - 3가지 종류의 커피가 떨어지지 않게 프랩 하고 시간대에 맞춰, 나가는 속도에 맞춰 브루잉을 계속 봐줘야 한다.


2. 플로어 - 빗자루랑 행주를 들고나가 쓰레기는 없는지 더러운 곳은 없는지 체크하고, 쓰레기통이 가득 찼는지, 냅킨은 안 떨어졌는지 체크하고 비우고 채워줘야 한다.


3. 화장실 - 휴지 체크


4. 그리고 모든 백업을 해주면 된다.

바에서 일하는 애들이 바로바로 음료를 만들어서 손님께 서빙할 수 있게 떨어지는 거 없이 다 채워놔야 한다.

우유만 해도 8종류다.

2% 밀크, 3% 밀크, 논 팻 밀크, 오트 밀크, 코코넛 밀크, 아몬드 밀크, 소이 밀크, 락토스 프리 밀크


그 외에 컵, 뚜껑, 휘핑크림, 바닐라스윗크림 외 2종류 크림, 리프레셔 베이스 3종류, 아이스티 3종류 브루, 아이스커피 브루, 쓰레기통 비우기, 시럽 체크해서 없는 거 만들기, 인클루젼 채우기, 빈통들 다 뒤로 들고 가 설거지하기, 얼음 채우기, 원두 채우기, 파우더 채우기.


그리고 리저브 바에 가서도 똑같이 하기.

그러면서 10분마다 브루커피 확인하고 브루잉 해주기.

대충 모든 시퀀스가 끝났으면 다시 플로어랑 패티오까지 확인하고 돌아와서 화장실 휴지 체크하러 가고

또 바에서 뭐 없다 뭐 없다 하면 채워주기.


무한 반복 하면 되는 포지션이다.

엄청 바쁠 때는 손님이 화장실에 휴지 없다 그러는데

내린 지 5분도 안 된 브루커피가 없다고 틸에서 한 마디, 바에서 얼음 좀 채워줘, 휘핑크림이 없어, 레모네이드가 없어, 그린티 브루 해야 돼, 여기 쓰레기통 좀 비워줘,

그러는데 리저브 바에서도

여기도 얼음 좀 채워줘, 우유 없어, 컵 좀 채워줘

한 두 마디씩 보태면

이 큰 매장에 CS는 왜 나 한 명인가

속으로 욕할 시간조차 없이 시간이 순삭인 거다.

리저브가 아닌 매장도 CS는 한 명 배치해 줄텐데

이 큰 매장에 리저브 바 까지 신경 써줘야 하는 곳이

CS 한 명이라니….

라고 처음엔 생각했지만


손님 상대를 99%는 안 하는 포지션이라

사실 요즘은 CS 하고 싶은데 하는 생각도 한다.

물론 엄청 바쁠 때 빼고.

손님 상대 안 하는 게 최고야 서비스 직에서는…


그리고 워밍 포지션도 있는데

워밍 포지션은 보통 사람들이 밥 먹을 시간대인

8-10시, 12-2시 사이쯤에 한 명이 배치된다.

그 외에는 세 컨틸 하는 애가 포스 보면서 같이 하고.

오븐에 샌드위치만 넣다 뺐다 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겠지만, 오븐은 두 개뿐인데 베이커리랑 샌드위치 오더는 무슨 봇 물 쏟아지듯 오더 스티커가 계속 나온다.

공간은 좁은데 구워야 할 샌드위치는 많고

또 오븐 앞이라 더워죽는다.


마지막으로 핸드오프 포지션.

여기는 엄청 바쁜 시간대인 평일 오전 8-10시쯤에

배정되는 포지션인데

바 일하는 애들이 음료 만들고 이름 불러서

손님 찾아드리고 하는 것까지 하면 주문이 밀리기 때문에

바에서 핸드오프 쪽으로 넘기면 내가 손님 이름 불러서 드리고, 설탕이나 빨대 필요하다고 하면 드리고,

모바일오더 찾으러 왔다고 하면 주문내역 확인하고 음료 찾아 드리는 포지션이다.

이름 한 번 부르고 그냥 놔두면 알아서 가져가지 않냐 하겠지만.. 아니다.


다들 음료는 지꺼밖에 없는 줄 아나

나왔다 하면 이거 내 건가 하고 그냥 들고 가 버리는 사람들도 많다.

비슷한 커피를 주문했거나 이름이 같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아이스커피를 시킨 사람이 민트 초코 프라푸치노를 가져가는 경우도 있었다.

심플한 걸 시킨 사람이 커피도 아닌 휘핑크림에 토핑까지 올라간 난리법석인 애를 들고 간 게 참 웃기다.

심지어 이름도 달랐는데.


그리고 스벅은 얼음이든 물이든 그냥 공짜로 제공해 줘서 “나 물 좀”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바에 일하다가  누가

“물 좀 줘” 하면 속으로 ‘지금 겁나 바쁘게 음료 만들고 있는 거 안 보이나’라는 생각도 한다.

만들 음료가 산더미인데 중간에 물 하나 주기 위해서 시퀀스가 꼬이니 말이다.

이런 경우에서 핸드오프에 한 명 있는 게 편하긴 하다.

대신 손님 상대를 다 해주니까.



지금은 스타벅스 입사 한지 3개월 하고 며칠 지났다.


사실 밴쿠버 와서 투잡 쓰리잡 뛰고

돈 도 많이 못 모았는데 나갈 돈은 많고

그래서 여행도 한 번도 못 간 상태로

캐나다 워홀 생활 벌써 5개월, 절반으로 접어들고 있으니 이게 뭔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아직은 스벅 뽕이 있는지

출근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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