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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모리정 Aug 27. 2023

캐나다 워홀 첫 여행,
나 홀로 로드트립 _ 1

시작부터 꼬이기 시작한다

2023년 8월 5일 ~ 8월 9일


캐나다에 와서 처음으로 떠나는 여행길의 시작

냅다 록키산맥 로드트립으로 정해버렸다.

10월 달 즈음 2주 정도 밴프와 토론토, 퀘벡까지 한 번에 갈까 했지만

그중에서도 너무너무 꼭 반드시 가고 싶었던 밴프가, 잘하면 10월부터 눈이 올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럼 운전하기도 어렵고, 막아놓은 관광지들도 있어서 여름 시즌에 가는 게 좋다는 말에

바로 밴프 4박 5일 여행 계획을 세워버렸다.

사실 정신없는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살면서 급 현타가 왔다.

6개월이 됐는데 근교여행조차 못해보고 일만 하고 있으니 이게 뭔가 싶었고

자연이 너무 보고 싶어서 급 2주 전에 여행계획 짜기.

역시 MBTI J는 평생 될 수 없을 것 같다.





미국에서 한 번 렌트해 본 허츠 렌터카 어플에 들어가니 

세상에

테슬라가 일반 차보다 더 저렴한 거다.

평소엔 더 비싼 거 같은데 내가 가려는 날짜와 픽업 드랍 시간에서는 왜인지 테슬라가 더 쌌다.

내가 언제 테슬라로 로드트립을 해보겠어

기름값도 절약하고 더 좋을 수도 있잖아 싶은 마음에 바로 예약해 버렸다.

나는 영문 운전면허증을 갖고 있어서 당연히 될 줄 알고 예약을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허츠 사무실을 찾아가 물어보았다.


"이걸로 차 렌트 가능해?"

"음, 너 인터내셔널 퍼밋도 갖고 있어?"

"...? 아니 나 이것뿐이야."

"너 캐나다 온 지 얼마나 됐는데?"

"지금 거의 6개월 다 돼 가."

"그럼 안돼. 이건 입국 날짜 이후로 90일 이내에만 쓸 수 있는 거야."


홀리.. 몰리..


"아 그럼, 나 이거 BC주 면허증으로 바꿀 수 있는데, 그게 실물 카드 받는 데까지 2주 정도 걸린대.

그전에 임시 면허증을 준다는데 그걸로 렌트 가능해? 나 여행이 바로 다음 주라서ㅠㅠ"

"아니 우리 임시면허증은 안 받아. 렌트하고 싶으면 BCIC 가서 인터내셔널 퍼밋 받아와."

"응... 알았어...ㅠㅠ"


아니 BCIC는 뭐고 인터내셔널 퍼밋은 또 뭐람.

인터내셔널 퍼밋은 그냥 국제운전면허증인데, 한국인들 출국 전에 한국에서 받아서 오는 건데

캐나다에서 그냥 신청한다고 바로 줄리가....


급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미 밴프&재스퍼 쪽에 숙소랑 액티비티랑 식당까지 예약을 해 놓고, 스벅 스케줄도 다 빼놓은 상태라

차 하나 때문에 여행을 못 가는 건 절대 안 된다 싶은 마음에 

구글맵을 켜고 다운타운 내에 있는 렌터카 업체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출근길에 보이던 그냥 동네 렌터카 회사에 들어갔다.

"나 이 면허증으로 차 빌릴 수 있어?"

"응 가능해."

"....? ( 이렇게 쉽게? ) 아 근데 나 캐나다 온 지 6개월 거의 다 돼서, 

이거 90일 이내에만 사용가능 하다고 했던 거 같아서.."

"응 괜찮아 우린 빌려 줄 수 있어."

"아 그럼 나 당장 다음 주 여행인데 지금 빌릴 수 있는 차가 있을까? 가격도 같이 알려주라."

"지금 남아있는 건 기본 세단 밖에 없고, 빌리면 600불 ~ 정도 나올 거야."


'와 그래도 갈 수는 있겠구나' 하면서 한 줄기 빛이 보였다가

'아니... 근데... 법적으로 따지면 이 면허증은 효력이 없는 건데 얘네가 그냥 해주겠다는 거잖아..?

그러다 사고 나서 경찰이 면허증 보여달라고 하면 무면허나 다름없다면서 벌금을 더 쎄게 먹일 거 같은데..

그리고 생전 듣도보도 못 한 작은 렌트업체 같은데 이런 데 일 수록 보험비도 비싸고 

사고 나면 커버도 덜 쳐 줄 것 같단 말이지...'


라는 생각이 딱 들면서

"어.. 고마워 나 이거 차 기종 사진 좀 찍어서 가도 될까?"

라고 관심 있는 척하다가

"나 근데 다른 데도 좀 보고 생각 좀 해봐야 될 거 같아서, 곧 다시 올게!

너네 내일 일요일인데 문 열어?"

"응 물론이지 내일도 열어."

"그래 그럼 다시 올게! 안녕!"



하고 다시 가지 않았다는 그런 이야기.


그러고 나서 AVIS라는 꽤 큰 렌터카 업체 사무실이 다운타운에 있길래

또 들어가서 위에 했던 말을 반복했다.

거기서 돌아온 반가운 말.

"너 이 면허증은 90일 이내에만 사용 가능해서 못 쓰는데 BCIC 가서 인터내셔널 퍼밋 받아오거나,

임시면허증 받을 수 있으면 우리 그걸로도 렌트해 줄 수 있어."

라는 거다.

너무 친절하게 잘 설명해 줘서, 그리고 큰 렌터카 업체라 믿음도 갔고

여기는 또 어플이 있으니 어플로 차 기종이랑 가격 보면 되겠다 싶어서

연신 고맙다고 하고 나왔다.






집 가자마자 일단 인터내셔널 퍼밋이 정확히 내가 신청하면 받을 수 있는 건지 알아봤는데

캐나다 사람들만 받을 수 있고 한국인은 안 된다길래 '아 역시...'

하고 바로 BC면허증 교환 예약을 잡아서 3일 뒤에 BCIC에 갔고




여권과 영문 운전면허증, 워크퍼밋을 제출하고 

간단한 운전 관련 문제와 청력, 시력 테스트를 하고 면허증에 들어갈 사진을 찍고 나왔다.

그럼 한국 영문 운전면허증은 거기서 가져가서 바로 한국 주소로 발송시킨다.

면허증 중복소지가 안된다나

그러고 나서는 노란색으로 된, 임시 면허증을 바로 준다.

이 종이쪼가리가 뭐라고 그렇게 마음을 졸였는가ㅠㅠ




집에 도착 한 뒤, 허츠로 예약한 테슬라는 아쉽게도... 예약 취소를 해버리고

AVIS 앱에 들어가 SUV 차를 예약했다. 세단보다 SUV가 더 쌌음.

개인적으로 시야도 확 뚫리고, 키도 큰 나는 원래 SUV를 더 좋아해서 개이득 하면서 예약했다.

전체적인 금액으로는 허츠보다 200불 정도 더 비싸게 렌트한 것 같지만

그래도 갈 수 있다는 게 어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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