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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모리정 Jul 06. 2022

"언니, 이 일 너무 재미있지 않아요? 저 행복해요."

행복해야 하는 건지 고민할 겨를조차 없는 삶 속에 던져진 것은 아닐까

첫 알바는 자동차 와이퍼에 전단지 끼우기였다.

그 이후로 롯데리아, 육쌈냉면, 연수 도우미, 호텔 실습, 빵집 캐셔, 편의점, 한식당, 할리스 커피, 빵집 주방, 한인민박 스탭, 투썸 플레이스, 생활 맥주, 빕스, 도넛 가게, 개인 카페, 파리바게트 공장, 엘지 공장, 뚜레쥬르에 부업으로 엽서 판매에 스냅 작가, 여행작가 일까지.

해 왔던 일들을 전부 말하려면 학생 때부터 거슬러 올라오며 기억을 끄집어내면서 말해야 하는

이 모든 게, 10년 동안 쌓아온 내 양면짜리 이력이다.



웬만한 서비스직은 거의 경험해 본 것 같다.

여러 가지 알바로 고등학생 때부터 주말, 방학까지 쉴 새 없이 일했고 투잡도 뛰었다.

쉼 없이 알바를 하면서도 그 시간을 쪼개 꿈꿀 시간 또한 만들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제과제빵사라는 꿈을 키워왔고

고등학생 때 학원을 다니며 자격증도 따고, 제과제빵 과로는 알아주는 대학에

수십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진학해 대회에 나가 수상도 했다.

5성급 호텔에 현장실습도 나가고, 설탕공예와 앙금 플라워 수업도 개인적으로 들었으며

빵집, 디저트 집 투어에 쓰는 돈은 전혀 아깝지 않았다.

부산, 서울에서 열리는 카페 박람회, 디저트 박람회는 왕복 5~7시간이 걸려도 꼭 다녀왔으며

도서관, 서점에서는 요리, 베이커리 파트에서 한참을 서성였었다.

가고 싶은 디저트 집이 있으면 서울까지 왕복 6~7시간 정도는 생각도 않고 올라가

3~4군데에서 종류별로, 맛 별로 몇만 원씩 사 오는 게 취미라면 취미였다.


휴학 후 교수님께 개인적으로 연락이 와

새로 오픈하는 레스토랑에 디저트 파트를 맡아달라는 제안도 받았고,

현장실습으로 나가 인턴으로 일하던 5성급 호텔에서도 조기취업이 가능하다고 말해줬다.





그렇게 10년간 한 가지 꿈만 바라보고 달려오다 문득 이런 질문을 받았다.

“ 언니, 이 일 너무 재미있지 않아요? 저 행복해요.”

...

순간 모든 생각이 멈추었고,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나는 한참 작업중에 스트레스 쌓이고 빨리 집에 가고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옆에서 너무 해맑게 웃으며 그렇게 말하는거다.

그리고 나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

'나는 왜 이 일이 재밌지가 않지...? 행복...?..'

이 일을 하면서 ‘재미’라는 감정을 느끼며 '행복'해야한다는 걸 잊고 살았다.

분명 행복해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행복하다고 믿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지금은 행복하지 않았고,

이 일을 계속해도 앞으로 행복할 거라는 자신이 들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는 행복해야 하는 건지 고민할 겨를조차 없는 삶 속에 던져진 것은 아닐까.


언제부터였을까

나로 인해 웃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낄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 사람들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까 마음 조리는 일이 늘어났고

그 웃는 표정과 좋은 말들이, 옆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로 넘어갈까 조바심이 생겼다.

열심히 하고자 하는 노력은 다른 사람들과의 대결에서 결과만을 좇게 하는 나를 만들었고,

잘하고자 하는 열정은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나를 만들었다.


언제부터였을까

6개월간의 준비기간을 걸쳐 나간 첫 대회에서 'OOOO대학교 빵부문 은상 수상'

이 결과와 현수막을 보고도 웃음하나 짓지 않던 내 얼굴을 스스로 마주할 때 부터 였을까.


치열하게 살아왔지만

치열하게 부딪히고 있었고

행복한 줄 알았지만

열정과 노력에서 나온 '결과'만이 나의 행복을 만들어 준다는 생각 속에 살고 있었다.

여태까지 바라보고 해온 일이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고 착각을 하며 살아왔고

이렇게 달려온 길 끝엔 행복만이 있을 줄 알았다.

그저 맡은 일에 최선을 다 하는 것뿐이었는데 나는 그걸 이 일을 향한 열정이라 생각했다.


치열하게 살아왔지만

치열하게 행복하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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