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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티너디 Sep 02. 2021

왜 사장님들은 주말 등산을 좋아할까?

공대.너드.감성

‘왜 사장님들은 주말 등산을 좋아할까?’


늘어짐의 대명사인 주말과 불편함의 대명사인 등산의 부조리한 조합은 왜 회사 야유회의 단골 키워드가 되었을까? 등산은 땅과 인간과의 관계를 불편하게 만든다. 문명사회에서 길들어져 있던 땅은 산에 들어서자마자 밑창을 뚫고 펄떡거리며 발바닥을 괴롭힌다. 등산로는 자연이 머무는 집에 인간이 비집고 들어와 동거하는 형태로 지나갈 때마다 동식물들의 불편한 눈치가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이런 길들이 최단 거리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산을 거스르지 않는 형태로 수십 번 돌고 돈다.

 

 결국 사람들은 왜 불편해지려 할까? 혹자는 경치를 보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마치 여행을 가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하지만 여행이나 등산을 한 사람들은 알다시피, 경치를 보는 시간은 전체 시간과 노력에 비해선 찰나의 순간이다. 등산 초보자는 안전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은 발 밑을 보고 가며, 여행도 일정이 길어질수록 이동하는 시간도 비례해서 늘어난다. 절경은 환기제의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이 불편하고 긴 순례길을 걸어갈 동력을 이끌어내기에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우리는, 특히 상사들은 왜 불편해지고 지루해지려고 할까? 애초에 불편하고 지루한 사람들이어서 비슷한 것에 끌리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이야기를 끝내면, 등산이 좋아지는 내가 비참해지고 부정하고 싶을 것이다. 나는 그런 상사가 될 리가 없을 것이다. 비슷한 시험을 통과하고 같은 환경에서 연관된 일을 하며 하루의 1/3 이상을 붙어있지만, 나는 그들의 어떤 점도 평생 닮지 않을 것이다. 물론 우리는 그럴 수도 있지만, 주위의 누군가는 이 가시 면류관을 계승할 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는 이 예견된 운명을 언젠간 짊어 올라 가야 한다.


 산행을 재미있게 만들기 위한 모든 시도가 제자리로 돌아왔으니, 생각을 바꿔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이제 우리는 주말에서 일주일로, 좀 더 확장해 평생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어차피 모두 하루의 반복이니 말이다. 주말을 확장했으니 등산도 확장하도록 하자. 우리는 평생 남들과 불편할 것이며, 목적지를 향해 수십 번을 돌 것이다. 정말 찰나의 절경에 감탄할 것이지만 이내 그 곳에 평생 머무를 순 없다는 것을 깨닫고 발을 옮길 것이다. 결국 인생은 산행의 확장이다. 결국 평생의 미분은 주말 산행이라는 것에 도달한다. ‘시지프스 신화’에서 카뮈는 주말 산행을 하는 법에 대해서 주장한다. 절경이나 희망 등에 목적을 두고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끝날 이 산행로를 똑바로 바라보고 끊임없이 걸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삶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목적지인 죽음뿐이지만, 산행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출발지와 목적지를 모두 고를 수 있다. 주말 산행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좀 더 낮은 차원의 시뮬레이션인 것이다.

 아마도 상사들은 삶을 살아오며 가졌던 고민과 강제 산행으로 인한 반복 학습이 결합하여 무의식적으로 이러한 부조리의 고찰을 깨달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회식 3차의 인생 상담처럼 자신이 품은 모든 깨달음을 무지한 후배들에게 쏟아내고자 주말 산행을 강행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주말 산행은 이치는 깨달았지만 의사소통을 배우지 못한 이들의 필사적인 바디 랭귀지인 것이다.

 

 하지만 다음부턴 말로만 해줬으면 좋겠다. 회사 주말산행은 불편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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