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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티너디 Oct 06. 2021

100명 중 한 명은 죽어야한다

작업 중 안전사고

 머리에서 터진 충격은 삽시간에 목을 타고 온몸으로 내려왔다. 뒤통수를 배트로 얻어맞은 것처럼 머리에서 시작된 충격이 목을 타고 앞뒤로 퍼졌다. 뒷목을 타고 전달된 충격은 척추를 타고 온 등에 퍼졌다. 숨이 순간적으로 멈췄다. 손을 떼고 나서야 천장에 누전된 구조물로 인한 감전이라는 걸 알았다. 그제야 나는 옆을 둘러봤다. 휘청거리는 철제 사다리 하나에 기대 3m를 떠있는 아련한 몸뚱아리가 보였다. 나를 잡아줄 수 있는 안전고리는 있었다. 다만 두께가 엄지 손가락 반 마디만한 파이프에 걸려있다는 게 문제였다. 창고 천장에서 내 몸을 의지할 수 있는 곳은 아무 곳에도 없었다.

 

 사고는 늑대처럼 항상 가까운 곳에서 기회를 노린다. 그리고 이 굶주린 야수는 경험이 없고 두려움이라는 것을 모르는 어린 양의 목덜미를 주시한다. 책상 납품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이었다. 우리는 급식실의 책상을 다 빼고 일체형 책상으로 교체했다.그 후 책걸상을 체육창고에 정리하기만 하면 일이 끝났다. 나와 또 다른 인부 둘이서 체육창고를 나오는 순간, 내 등 바로 뒤에서 나뒹구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쳐다보니 낡은 책상이 갓 건져 내동댕이쳐진 생선처럼 퍼덕이고 있었다. 위를 쳐다보니 다른 인부가 교단에서 운동장으로 책상과 의자를 던지고 있었다. 욕지거리가 튀어나왔지만, 안 다쳤으니 빨리 끝내고 싶다는 피곤함이 앞섰다. 그 외에도 철판에 얼굴을 지질 뻔하거나 공장 옥상 철제 구조물에서 떨어질 뻔한 일들 등,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며 다양한 일들이 있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0년의 건설현장 안전사고 확률은 1.08%다. 건설현장 근로자를 228만명으로 지정했으니, 사람 수로 보면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다. 혹자는 그런 현장에서 일을 하면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고 한다. 기술도 없고 배운 것도 없으니 당연하다고 한다. 나의 20살은 하고자 하는 건 많았지만, 할 수 있는 건 적은 때었다. 결국 이런 아르바이트는 대부분의 20대는 한 번쯤은 해야 하는 통과의례와 같다. 그리고 현장에서 크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은 도시전설처럼 전해졌다.

 최근에도 일을 시작한 20대 청년이 고층빌딩 청소 중에 추락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특별히 사고를 당하신 분들이 부주의했거나 환경이 열악했다고 치부할 수가 없다. 여러 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한 가지 느낀 점이 있었다. 일을 시키는 사람들도 일을 받는 사람들도 이 곳에 어떤 위험이 있는 지 알지 못한다. 두 집단 모두 처음 겪거나 자주 겪지 않은 환경이고, 애초에 작업하도록 만들어놓은 환경도 아니다. 소규모 용역의 경우 교육이 거의 없을 때도 많다. 결국 양쪽 모두 서로의 무지를 들추지 않는 합의를 통해 용인하고 일을 진행한다.

 그 틈바귀에 낀 사람들은 대부분 경험이 없는 ‘초짜’들이고 현장의 끝자락에 배치된다. 그렇다고 비슷하고 안전한 환경만 찾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애초에 그렇지 않은 곳이니 용역을 쓰기 때문이다. 20대 초반의 나는 내 몸을 지킬 방법을 찾지 못 했고, 찾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자극과 경험을 찾아 부유하는 하루살이는 일이 끝나면 놀 궁리만 가득했다. 일급을 탕진한 뒤, 다시 100분의 1의 확률게임을 하러 현장의 아가리로 돌아가기를 반복했다. 누군가는 이 확률게임을 끝낼 방법을 찾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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