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신화에서부터 안방극장, 그리고 현재 OTT 서비스에서까지, 인류는 불륜을 사랑했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생기기 한참 전에도, 우리는 다른 유전자가 섞이는 것을 막기 위해 수많은 생물학적, 사회적 대비책을 고안했다. 그와 더불어 파휘법도 진화했다.
유구한 역사의파훼법이 앞서 말한 불륜 시나리오인 것이다. 즉, 불륜이라는 소재는 생물적 수준에서 소비자를 자극한다. 불륜은 어떤 이야기도 본능적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 즉 동기를 제공한다. 배덕감은 스릴러와 로맨스를 이어질 수 있다. 상대방이 겪는 배신감은 복수극과 액션, 사회적 인지도가 무너진다는 불안감은 호러와 코미디로 이어질 수 있다.
* 작품 전체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금붕어 아내는 이렇게 주어진 객관식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초반 10분 내에 우리의 죄책감을 덜어줄 악역과 파트너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감정이입을 할 상처받은 주인공은 밝게 웃으며 등장시킨다. 뒤이어 각 에피소드를 담당할 주연에 관한 사연을 병렬적으로 소개한다. 그 후 이야기의 주제와 복선을 점술가를 통해 설명하며 1화가 시작된다.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에 우리는 이들의 동기와 행동, 그리고 결말까지 예측한다. 수 만년 동안 펼쳐진 불륜 이야기를 따라 이야기는 일직선의 형태로 진행된다. 주인공은 자신을 지워가며 내조하고, 남편은 작위적으로 화를 내며 불륜을 저지른다. 그 후 순수하고 맑은 청년이 우연하게 등장한다. 소비자들이 마음껏 스트레스를 분출할 수 있도록 죄책감을 씻어내는 과정이다. 감독은 혹시나 남아 있을 죄책감을 씻어내기 위해 주인공과 남자 파트너의 순수함과 희생, 그리고 남편의 악행을 반복한다.
이 과정은 3화까지 반복된다. 남편의 악행에는 이유가 없고, 아내는 자존감이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필요로 한다 (Ex. 직업, 섹스, 도시락). 이를 외부인을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금붕어의 생태를 통해 반복적으로 설명한다.
이러한 직선 활주로는 4화에서부터 여러 갈래로 나눠지기 시작한다. 남편에겐 나름의 이유가, 아내도 한없이 순수함을 보여주지 않는다. 4화가 진행되며 처음 드는 생각은 하나였다.
‘왜 섹스 안 해?’
분명 이 시간에 섹스를 해야하고, 불륜으로 모든 게 해결되어야 하는데 주인공이 대화를 하기 시작한다. 의도적으로 부부 스와핑을 할 것처럼 구도와 대사를 잡은 뒤 이를 변주한다. 4화가 끝나고 나서야 나는 그물에 잡혔다는 것을 깨달았다. 3화동안 자극적이고 반복적인 화법으로 눈을 사로잡은 후, 인물들의 사연을 소개하며 이야기를 진행하기 시작한다. 모든 플롯에는 갈등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이야기를 진행해야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특히 갈등과 답답함을 싫어하는 트렌드에선 그 역할을 한 사람이 지고 가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엔 이미 욕을 짊어지기 위한 캐릭터가 정해져 있기에, 악역 남편 (안도 마사노부 역)이 또다시 나서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5화부턴 2개의 이야기가 병렬적으로 진행되는데 한 가지 주제로 귀결된다.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도착한 곳, 그 곳에 있는 건, 역시 전장뿐이다.’
이 곳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은 모두 도망쳤다. 두통 에피소드의 부인과 불륜남 모두 죄책감에서 도망쳤고, 메인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죄책감과 자신의 욕망에서 도망치는 모습을 금붕어와 엮어 보여준다. 악역 남편 마저도 불륜에서 도망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후반부에 사쿠라 (시노하라 료코 역)는 어항 없이 살고자 하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감정을 터트리는 연기를 이어 나가는데, 다른 인물들의 연기가 이를 받쳐주지 못 한다. 심지어 하루토 (이와타 타카노리 역)마저도 섬세한 연기로 받쳐주거나, 같이 격정적 연기를 하지도 않고 어정쩡한 자세를 취한다.
6화에선 이전 에피소드에서 도망쳤던 욕망을 되찾아오는 이야기가 진행된다. 기억상실 에피소드에선 불륜을 한 부부도 함께 하고 싶다는 욕망을 충족한다. 불륜을 하면 안 된다는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나 서로 원하는 바를 이룬 것이다. 이 에피소드에서 이 드라마는 이전의 불륜 드라마의 일직선 궤도에서 벗어나 여러 형태로 확장되었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이 불륜 드라마에서 불륜이라는 소재는 갈등을 촉발시키거나 심화시키는 역할로만 주로 사용되었다. 모든 행동의 동기에 불륜을 붙이면 본능적으로 공감 시키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으로 불륜으로 서로가 공감하며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깨닫는다는 시도는 그만큼 공감 받기 힘들 것이다. 이를 공감 시키기 위해 사용한 기억상실과 본능적 이끌림 이라는 설정은 작위적인 느낌을 줬지만, 갈등의 봉합과 완결로 불륜을 사용함으로서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불륜은 우리의 욕망을 치유할 수 있을까?’
7화에선 마마보이의 아내 (하세가와 쿄고 역)의 행동으로 이 질문에 대해 대답한다. 1화에서부터 악역 남편의 불륜 파트너로 등장했던 아내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이 넘쳐난다. 일부러 향수를 뿌리고 신호를 주며 사쿠라를 도발하는 그녀는 사실 욕망을 억제 당한다. 이를 통제하려고 하지만, 마지막 욕망의 분출구인 욕실이 억제 당하자,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목수를 찾아간다. 목수도 자신의 신념이 가족에 의해서 억제된 사람이다. 불륜을 통해 잠깐 동안 서로의 욕망을 분출하지만, 그 후 아무런 것도 바뀌지 않았음을 깨닫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 후 남편의 질문에, 내가 알아서 할께라는 대답은 정답을 회피하기만 할 뿐이다. 결국 불륜으로는 욕망을 일시적으로 분출할 수 있지만 완전하게 드러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골 미용실에서 반쪽짜리 욕망을 채운 사쿠라를 찾아 두 명의 남자가 각자의 욕망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그제서야 서로를 회피하지 않고 부딪친다. 하루토는 시련을 나아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음을 깨닫고 나아간다. 하지만 사쿠라는 이 때까지도 하루토의 의견에 동의하기만 한다. 사쿠라가 바뀌기 시작한 때는 남편이 있는 문 앞에서부터다. 사쿠라는 그 때 두 번째로 상대방의 의견과 반대되는 행동을 한다. 첫 번째는 집에 돌아가서 남편의 소유물이 된 ‘사쿠라’를 살릴 때였다. 여동생의 의견에 반하고, 남편의 의견에 반해야 지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금붕어로 나타낸다. 결국 사쿠라가 생존하기 위해선 누군가의 욕망에 반대해야 한다. 중재 과정에 와서야 악역 남편은 자신의 진짜 욕망을 직면하고 고백한다. 그 모습을 보고 나서야 사쿠라는 자신의 진짜 욕망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하루토의 의지에 반하여 행동한다. 불륜만으로는 자신의 욕망이 치유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하루토도 이를 알고 작별 섹스를 하고 사쿠라를 보내준다. 드디어 금붕어는 어항 없이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쿠라는 자신이 하고 싶은 데로원하는 바를 끝마치고 자신만의 어항을 새로 만든다.
자극적인 영화였다. 수위도 자극적이었지만, 던지는 질문과 이를 풀어내는 방식도 사회적 통념을 벗어나는 배덕감을 제공했다. 하지만 공감을 얻기에는 다소 아쉬운서사였다. 모든 등장인물들이 주제를 표현하거나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기 위한 역할로만 소비된다는 감상이 끝까지 이어졌다. 일부 주인공들의 연기력은 배역의 이해 못할 행동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터져 나왔지만, 결국 설득시키지 못하고 감정 과잉으로 와 닿았다. 개인적으론 어른들을 위한 영화니 작위적인 설명을 줄이고 그 자리를 여백으로 남겨도 괜찮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