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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티너디 Mar 03. 2022

매미소리, 죽을 수밖에 없는

우리가 매달려야하는 것은 무엇일까

 세상의 모든 것은 쇠퇴한다. 이것은 과일이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과 같다. 하지만 살아있는 것은 매달린 채 울어댄다. 매달리려면 붙잡아야 한다. 이 영화는 우리가 매달리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덕배 (이양희 역)는 매미가 되고자 하는 애벌레다. 흙에 파묻힌 매미 애벌레는 비가 내릴 때를 기다린다. 나무 뿌리에 달라붙어 수액을 마시며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린다. 진도에서 매미는 최고의 다시래기 광대를 의미한다. 덕배의 목표는 다시래기 무형 문화재, 매미가 되는 것뿐이다. 덕배는 삶을 유지하기 위해 나무에 달라붙는다. 덕배의 집안에선 세 명의 여자가 있다. 이들이 각각 나무의 운명에 대응하는 방법은 달랐다. 덕배의 어머니는 헌신을, 덕배의 아내는 죽음을, 수남은 도피를 택했다. 덕배의 어머니는 헌신한다. 덕배가 무형 문화재 명장을 좇는 삶을 이어가는 동안 누가 살림을 이끌었을 지는 자명하다. 타계한 후에도 덕배의 무대가 되고, 부조금도 덕배의 꿈을 좇는데 사용된다. 그 때 수남 (주보비 역)이 찾아온다. 하지만 덕배는 수남을 거절한다. 수남의 몸 속엔 죽음이 가득 찼기 때문이다. 수남의 과거는 알 수 없지만, 온 몸에 죽음이 퍼져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살고자 끊임없이 더러운 물을 개워 낸다. 수남이 살고자 붙잡고 있는 것은 자신의 딸, 꽃하나 (서연우 역)다. 꽃하나에겐 아직 죽음이 퍼지지 않았다. 꽃하나는 깨끗한 물을 뱉어내고, 진도의 오디로 몸 안에 물을 채워 넣는다.

 

 영화에선 진도의 배경을 활용하여 죽음과 맞닿아있는 덕배 가족의 삶을 그려냈다. 덕배 집의 대청마루에는 진도의 바다가 담겨있다. 덕배의 문 앞에는 항상 부고가 꽂혀 있다. 장례식은 덕배가 일생을 바쳐 이뤄낸 무대다. 한바탕 비가 내린 후, 매미가 되어 힘차게 울어댄다. 그래서 덕배는 미완성된 일생을 완성시킬 수 있는 무대를 찾아다닌다. 덕배를 완성시킬 수 있는 무대는 생명을 전달하는 계승의 장이다. 한 생명이 태어나기 위해선 누군가 죽어야 한다. 이 모습은 마치 무형문화재의 전승과 같다. 현 무형문화재인 왕매자 (허진 역)는 살기 위해 제자들에게 붙어 산다. 왕매자는 무형문화재를 결정짓는 순간 자신의 생이 끝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죽기 직전까지 무형 문화재 후보에 대한 결정을 미룬다. 왕매자가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돈이었다.  

 극 중 전체 인물을 지배하는 것은, 죽음과 돈이다. 극 중 인물들은 돈으로 사람의 죽음에 관여하고자 한다. 왕매자는 살기 위해서 돈이 필요했고, 장례식을 여는데도 돈이 필요했으며, 부조금으로 죽은 이를 편안하게 만들고자 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모두 좌절된다. 왕매자는 자의적으로 돈을 거절했으며, 가시래기를 부탁하는 돈은 버려지며, 마지막에 덕배가 물에 빠지며 자신에게 바치는 부조금마저 물에 뜨며 거절당한다. 죽음은 돈으로 어찌할 수 없는 존재다. 하지만 현실에서 죽음은 아무런 힘을 쓰지 못 한다. 현실의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돈이다. 죽음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수남은 덕배가 손녀에게 돈을 쓰는 것을 보고 떠나려고 한다. 수남에게 피아노는 손녀가 할아버지에게 붙을 수 있다는 징표였고, 이젠 자신에게서 손녀를 떠나 보내려고 한다. 트라우마의 형태로 어머니의 죽음은 수남에게 계승되었고, 수남은 자신의 운명이라는 듯 자살을 반복한다. 그제야 덕배는 수남을 살려보고자 노력을 한다. 하지만 죽음에 빠져있는 덕배와 수남의 트라우마로 인해 이들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결국 죽음이 온 몸에 퍼진 수남은 농약을 토해내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 도달한다.

 항상 자살의 의미를 부정하던 덕배는 그제야 그것의 의미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만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마지막 다시래기를 준비한다. 이전에 자살을 부정하고, 무형문화재만을 쫓아 했던 다시래기는 목적에 도달하는 것이 실패했다. 하지만 자살의 의미를 받아들인 후, 목숨을 바친 다시래기는 성공한다. 그렇게 매미는 마지막 곡조를 뽑아내고 나무에서 떨어진다. 생명을 전승하는 다시래기는 이전부터 이어져왔고, 추후에도 이어질 뻔한 죽음의 굴레를 끊어내며 영화는 끝이 난다.


규모가 크고 볼거리가 많은 영화였다. 진도의 자연은 영화의 주제를 담아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시퀀스를 만들어낸다. 또한 전통문화인 다시래기를 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이 영화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극 영화의 측면에선 다소 아쉽다. 주요 등장인물들은 바쁘게 움직이지만, 왜 그렇게 움직이는 지 설득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등장인물에 입체감을 부여하기보단 정해진대로만 행동한다. 등장인물에 생동감을 부여하는 것을 실패하면 이들은 입체적인 인물이 아니라 평면적인 기호의 연장선으로 느껴진다. 개인적으론 죽음이라는 주제도 존재감이 크고 여러가지 표현 해야할 것들이 많기에 인물이 묻혔다고 생각한다.


P.S. 이양희 배우님의 다시래기 연기는 정말 훌륭했고 진짜 예술인이라고 믿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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