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적 쾌락을 탐구하거나 격정적인 호르몬 변화를 진정시키기 위해 할 수 있다. 상대방을 실망시키기 싫다는 두려움이나 이미 딱딱하게 굳어버린 마음을 풀기 위한 잠자리도 있다. 아이를 가지기 위한 숙제처럼 여기는 경우도 있다. 섹스는 혼자서 할 수 없다. 그리고 사람의 생각은 항상 같을 수 없다. 즉, 같이 섹스를 해도 서로의 목적이 다를 수 있다. 목적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합일되었던 감정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브리저튼’의 이야기는 웹소설에서 많이 쓰이는 계약 결혼의 형태를 차용한다. 남자 주인공과 여주인공은 각각의 목적이 있다. 이 두 남녀는 서로에 대해 안 좋은 첫인상을 가지고 있다. 각각의 위기를 급하게 해결하기 위해 남녀는 임시 동맹을 하고 쇼윈도 부부 행세를 한다. 점차 커져가는 감정에 혼란스러워하고 반항하지만, 결국 두 주인공은 사랑을 확인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처음에 순수하게 감정이 없는 목적을 정제해야한다. 로맨스는 사랑의 완결되는 과정이지, 완결된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프네 (피버 디네버 역)는 더 좋은 상대와 결혼하기 위해, 사이먼(레게 장 페이지 역)은 결혼을 하지 않기 위해 계약 연애를 시작한다. 이 때 주인공을 지배하는 것은 ‘언론’이다. ‘레이디 휘슬다운’으로 구체화된 언론은 최고 권력의 위치에서 이야기를 움직이는 중심축이다. ‘소문’은 초반에 다프네를 위기에 처하게 만들고, 이를 극복하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게 만들기도 한다. 다프네가 자신의 욕망에 다가가는 것은 피아노 연주로 보여준다. 공작을 이용해 평판을 높였을 때 피아노 연주를 시작한다. 그리고 프러시아 왕자라는 더 좋은 기회가 왔을 때, 피아노를 이어간다. 감정에 혼란스러워하고 반항하는 단계이다. 당초의 목적대로라면 빠르게 환승하는 것이 맞지만, 다프네는 자신의 감정에 혼란스러워한다. 3화에서 엘로이즈 (클라우드 제시 역)와 피아노 연주로 갈등하는 이유도, 자신이 추구하는 삶과 다프네가 추구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엘로이즈는 연주에 곡명을 붙이라고 한다. 즉, 결혼을 통해 무엇을 원하는 지 구체화시키라는 비유다.
다프네가 원하는 것은 가족이다. 다프네는 예비 파트너인 사이먼에게 부부의 구성요소를 묻고, 섹스라는 대답을 받는다. 그 전부터 육체적 욕망에 관한 묘사는 계속 있어왔지만, 구체화되지 못 하고 은유적으로 표현될 뿐이었다. 그 날밤 자기 몸을 탐색함으로서 연주는 화음을 얹으며 하나의 곡으로 완성된다. 자신이 원하던 가족에 대한 퍼즐 하나가 짜 맞춰지는 순간이다. 창작물에서 자위에 대한 묘사는 마치 명상과 같다. 자신을 끊임없이 탐색하고 질문하면서 온 몸에 파편화된 욕망을 수복한다. 욕망과 직면해 성장한 다프네는 어떤 남자든 간에 정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 1화부터 바라던 승혼에 대한 욕망을 3화 마지막 장면에서 달성한다. 하지만 모든 능력엔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한 번 욕망과 직면한 다프네는 다시는 이를 부정할 수 없다. 통제할 수 없는 욕망이 세상 밖으로 나오면 언론의 표적이 될 뿐이다. 다프네와 사이먼은 이전과 같은 방식인 계약 결혼으로 소문을 해결하고자 한다. 다프네는 이 결혼이 자신이 바라는 것을 이뤄질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안고 결혼을 한다. 대부분의 예비 신랑, 신부가 겪는 ‘이 사람이 내 최선일까?’, ‘이 결혼이 내가 바라던 결혼일까?’라는 고민이다. 5화 마지막에 벽난로의 불빛을 받으며 하는 대화를 통해, 이 둘이 같은 고민과 답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이먼: When one burns for someone who dose not feel same!
다프네: You burn for me?...I burn for you.
보통의 계약 결혼 스토리는 이것으로 마무리를 짓기 마련이다. 하지만 ‘브리저튼’의 질문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지 않는다. 대부분이 알다시피 신혼은 짧고 생활은 길기 때문이다. 이제 처음에 했던 질문을 다시 하고자 한다. 섹스의 목적은 무엇일까? 두 사람에게 섹스의 목적은 오락이었다. 결혼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여기서 두 사람의 목적이 나눠진다. 사이먼은 섹스, 즉 연애의 연장선으로 결혼을 선택했다. 하지만 다프네는 연애를 넘어서, 아이가 있는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바람이 남아있다. 그리고 6화 전체에서 영지에서 겉도는 모습을 통해, 그녀가 가족이 된다는 것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프네는 전처럼 질문을 통해 지식을 얻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섹스에서도 관철시킨다. 하지만 방향이 어긋난 상태에서 원하는 바만 추구할 수 없다. 7화 초반에 피아노와 사격의 불협화음으로 이를 보여준다. 다프네는 이 모든 갈등이 무지에서 나왔다고 믿는다. 그래서 자신을 무지하게 놔뒀다며 어머니에게 화를 낸다. 하지만 마지막화에서 레이디 덴버리 (아됴아 안도 역)을 통해 그녀가 잊고 있던 것을 말한다.
“하지만 결국에는 공작이 혼자 성취해 낸 거야. 그래야 했단다.”
결국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을 남에게 질문 해서만 찾을 순 없었다. 권투 경기에서 사이먼도 같은 조언을 받는다. 같은 조언을 받아온 주인공은 마지막 무도회에서 서로를 마주보고 이를 직면한다. 5화의 신혼 첫 날밤에서 다프네와 사이먼이 서로를 직면하지 않아 오해했던 것과 대비되는 장면이다. 마지막까지 사이먼은 변화를 두려워하지만, 다프네는 부인으로서 조언한다. 결국 그렇게 원하던 섹스를 통해 서로가 원하는 바를 이룬다. 다프네가 사이먼의 신념을 정복하고 바꾼 것이다. 사이먼은 이렇게 말한다.
“다른 건 몰라도 A로 시작하는 이름을 지읍시다.”
1화에서 레이디 휘슬스턴이 브리지튼식 작명 짓기를 비아냥거린 것에 대한 저항이다. 언론과 사교계를 떠나,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만의 가족을 추구해나가는 것으로 드라마는 끝난다.
브리저튼의 매력은 정말 많다. 익숙한 계약 결혼의 스토리를 빌려, 연애에 그치지 않고 결혼에 관해 이야기를 확장한 것은 훌륭한 도전이다. 다프네와 사이먼의 캐릭터성과 화려한 세트를 따라가기만 해도 충분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영화보다 호흡이 긴 드라마의 장점을 활용해, 각 인물들의 사이드 스토리도 흥미롭게 풀어냈다. 시즌 2에서 앤소니 (조나단 베일리 역)의 스토리가 이어진다고 한다. 3월이 기다려지는 유일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