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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티너디 Jul 07. 2024

둥지

집 안에 새가 들어왔습니다

 

 
 집 안의 새가 죽었다. 죽은 지 일주일이 지난 후에야 나는 그 새를 마주했다. 검지보다 작은 듯한 크기의 털 뭉치는 나뭇가지와 뒤엉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그것이 새라는 걸 알게 해준 것은 뼛조각들과 머리로 짐작되는 부분에 붙어있던 작은 부리였다. 얼핏 보면 그것은 몇 배는 더 큰 둥지의 재료였다고 생각되었다.

 "치웠으니 이제 괜찮아질 거예요.“

 기사님의 장갑 낀 손에는 내 가슴팍만 한 둥지가 들려 있었다. 생기를 잃고 마른 잡초와 흙더미 위에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새하얀 털들이 뒤덮여 있는 둥지였다.

 '나뭇가지가 아니었구나.‘

 나는 스마트폰을 들어 그것을 촬영했다. 거리를 둔 채 찍어 초점이 나갔다. 형태를 알아볼 수 없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그것을 더는 들여다볼 리 없었기에 찍었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기사님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고 아직 집안에는 처리할 것들이 쌓여 있었다. 새가 집에서 죽으며 알게 된 것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새벽마다 집 전체에 울려 퍼지는 새소리가 저렇게 작은 새끼한테서 나온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그 작은 몸집에서 셀 수 없이 많은 파리가 태어난다는 것이었다. 새의 몸뚱이가 조각조각 나뉘어 모두 파리가 된 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파리가 며칠 동안 끊임없이 나왔다.

 "이건 급한 거여서 전화했어요. 지금 당장 기사님 오셔야 해요!"

 환풍구에 자리 잡았던 새가 죽었다. 그 사실을 알아챈 것은 죽인 파리 숫자가 20마리를 넘어서면서부터였다. 처음엔 집 청소가 부족하다고 생각해 미뤄두었던 청소를 시작했다. 하지만 청소를 하면서도 파리는 계속 생겨났고 구더기의 흔적을 찾을 수도 없었다. 쓰레기를 버리고 오면 파리 네다섯 마리가 벽에 붙어있는 것이 반복되자 나는 지저귐을 떠올렸다. 저녁에 요리할 때면 환풍구에서 푸드덕거리는 소리에 놀랐다. 아침엔 지저귀는 소리가 났었다. 어느 날 나는 환풍구에 새가 들어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집주인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조치해달라고 말했다. 조치 될 때까지 나는 그 새와 같이 살게 되었다.

 '나는 이 새가 죽었으면 좋았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살기를 바랐을까?'

 극단적인 질문 사이에는 안주할 수 있는 틈이 있다. 매일 아침에 들리는 새소리가 신기했다. 하지만 잠을 못 자게 할 정도로 시끄러웠다. 나는 매일 환풍구로 연기를 보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원룸이 좁기에 음식을 할 때는 환풍기를 틀어야 했으며 온갖 연기가 빨려 들어갔다. 그 연기 때문에 이 새가 죽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 새가 죽길 바라진 않았다.

 "나는 이 새가 좋았을까? 아니면 싫었을까?"

 나는 틈이 더욱 좁아진 질문을 중얼거렸다. 나는 이 새가 싫었다. 새털 날림, 벌레 창궐, 위생 문제 등 분명 온갖 문제가 될 것이 분명했다. 후드가 제대로 작동할 리도 없었다. 그 새는 내 공간을 망가트리고 있었다. 직접 마주한다면 동정심이라도 들었겠지만,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새를 좋아할 이유는 없었다. 
 "파리가 더는 안 나오겠죠?“

 "지금 있는 것만 치우면 안 나올 거예요.“

 나의 걱정 어린 질문에 기사님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전등에 부딪히며 발광하는 파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혹시 저거 하나만 잡아주실 수 있나요?“

 파리를 잡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집안에서 갓 태어난 파리는 쉽게 잡혔고, 나는 잡은 파리 숫자가 50마리가 넘었다. 기사님이 사다리 위에 있어서 파리에 닿기 쉬웠다. 내가 쓰던 종이 뭉치를 건네받은 기사님은 경쾌하게 파리를 잡았다.

 "오늘은 비가 와서 어려울 것 같고, 내일 비 그치면 바로 작업 할게요.“

 배관을 다시 조립한 기사님이 말했다. 작업이라는 것은 바깥쪽 환풍구에 철망을 덧씌운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더는 이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었다. 튼튼한 쇠 철망을 찢고 그 안에 둥지를 만들 수고를 할 새가 없을 것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한동안은 안 들어올 거예요.“

 내가 가랑비가 흘러내리는 창문을 바라보고 있자, 기사님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죽은 둥지에는 새가 오지 않는다고 한다. 급할 것은 없었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약속되었던 조치는 끝났다. 기사님이 나가는 신발장 위 전등에 또다시 파리가 날아들었다. 나는 기사님을 배웅하고 익숙하게 파리를 잡았다. 나는 며칠 동안 남은 파리 대 여섯 마리를 처리했고 더는 이 집에선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빗줄기는 한동안 거세졌다가 그 뒤엔 몸 위의 털이 탈 듯한 더위가 며칠 동안 이어졌다. 여름은 그런 계절이다. 비가 그친 뒤, 나는 벌레가 들어오지 않도록 집을 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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