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를 읽고서
9월 글런치 독서 정모 후기_1
-발제문-
‘성장에 대한 처연한 묘사’
데미안은 청소년기가 지나고 나선 제 관심사에서 빠르게 휘발되는 소설이었습니다. 다른 매체에서 종종 인용구가 나오면, 먼지에 파묻힌 골동품을 꺼내 보듯이 실물보단 추억을 더듬는데 쓰이는 점자였습니다. 하지만 오랜 사진첩처럼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제 기억의 책장에서 튀어나오는 책이었습니다. 이번 독서 토의에선 ‘수레바퀴 아래서-데미안-싯다르타’의 ‘헤세 3부작’을 통해 100년도 전에 쓰여진 이 책들이 현재까지도 많은 청소년들에게 읽히는 지에 대해 토의하고자 합니다.
저에겐 소설 3부작은 같은 주인공이 각자 다른 환경에서 환생하여 삶을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지만, 다른 환경과 능력으로 고민의 방향이 갈수록 내면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외부 세계에서의 전개가 빠른 소설은 아니지만, 내면 의식에 대한 고찰은 상징의 레일을 타고 주인공의 심리상태와 함께 급박하게 전개됩니다. 이렇게 그려진 레일의 배경은 융과 랑에게 영향을 받은 분석심리학을 그린다는 것이 주된 의견입니다.
이러한 점이 ‘헤세 3부작’이 청소년들에게 많이 선택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완전변태를 하듯 자아가 허물을 벗는 청소년기에는 성충을 만들어 낼 에너지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에너지가 많다는 것은, 곧 불안정하고 혼란합니다. 이 시기가 중요하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왜 중요하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습니다. 아직 여러 겹의 허물로 둘러싸여있기 때문입니다. 그 상황에서 ‘헤세 3부작’이 청소년들의 내면세계를 초현실적 상징이라는 매개체로 자유롭게 유영하며 도달합니다. 아주 작은 틈을 만들어 불투명한 세계와 바깥세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번 토의에선 ‘헤세 3부작’의 서사와 초현실적 상징들을 살펴보며 어렸을 적의 고민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1. 3부작엔 상징과 인물들이 많이 나옵니다. 인상 깊었던 상징, 인물을 말씀해주세요.
2. 헤세 3부작의 서사와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의견을 여쭙고 싶습니다.
3. 주인공은 마지막에 각자 다른 결말에 도달합니다. 결말에서 각각의 주인공의 내면에 대해 상상하시고 의견 말씀주세요.
-정모 후기-
'헤르만 헤세를 읽고서'
우리는 평생 질문합니다. 말을 뗄 때부터 질문으로 시작하고, 죽을 때엔 자신의 삶에 대해 질문할 것입니다. 철학이 내뱉는 질문의 숨결을 따라 우리는 인생을 가늠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서 철학을 탄압하고 억누르는 때가 있습니다. 철학은 숨을 참고 기척을 감춰 무의식의 호수 속으로 숨어듭니다. 그 때 우리는 청소년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질문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터져 나오는 숨을 억지로 감싸 쥐고, 실핏줄이 터질 때까지 발버둥칩니다. 그리고 청소년기의 탄압이 풀리고 뛰쳐나와 오열합니다.
“왜 그래야만 했을까?”
이번 책은 지난날의 고민을 공감하고 상처받은 지난날의 나를 다독입니다. 우리는 대부분 한스의 삶을 살았고, 데미안이 필요했으며, 싯다르타처럼 나아가고자 합니다. 어린아이가 부모님 정장을 훔쳐 입은 것처럼 어설프게 등장인물을 모방하기도 합니다. 이번 책은 이 모든 시도가 쓸데없는 짓이 아니라, 현재의 고민으로 가는 길이었다고 위로해줍니다. 흔들리는 삶 속에서 내면을 뚫고 나와 세상과 연결되기 위한 에너지는 결국 자기 자신의 내면에서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언젠가 고빈타가 삶에 대해서 질문했을 때, 미소 지으며 자신의 내면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